한국·대만 등 11개국 전문가, 복부비만인 당뇨병 환자 대상 SGLT-2 억제제 권고안 발표
대한당뇨병학회 윤건호 이사장 "SGLT-2 억제제 치료 적극적으로 고려하길"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항당뇨병제 SGLT-2 억제제가 복부비만인 제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환자 관리에 유용하다는 데 아시아 전문가들의 중지가 모였다.

SGLT-2 억제제는 체중 감량 효과뿐만 아니라 지방축적을 줄이며 심혈관 예후도 개선할 수 있어, 복부비만인 아시아 당뇨병 환자에게 효과적인 치료제임을 명확히 정리한 것이다.

한국, 대만 등 아시아 11개국 전문가들은 복부비만인 당뇨병 환자에게 SGLT-2 억제제 치료를 권하는 전문가 권고안을 Diabetes & Metabolism Journal 2월호를 통해 발표했다(Diabetes Metab J 2020;44(1):11-32). 국내에서는 대한당뇨병학회 윤건호 이사장(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이 참여했다.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이번 권고안은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SGLT-2 억제제 관련 연구와 심혈관계 영향 연구(CVOT), 임상 경험 등을 근거로 마련됐다. 

윤건호 이사장은 "SGLT-2 억제제가 과체중이거나 비만한 아시아 당뇨병 환자에게 어떤 치료 효과를 보이는지 확인하고자 아시아인 대상 연구와 데이터를 모아 권고안을 만들었다"며 "아시아에서는 SGLT-2 억제제 처방이 다른 지역보다 많지 않다. 이번 권고안을 계기로 임상에서 SGLT-2 억제제 치료를 한 번 더 고려해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비만한 아시아 환자, 체중·내장지방 감소 중요 

과체중 또는 비만은 아시아인의 당뇨병 유병률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다. 특히 아시아인은 같은 체질량지수(BMI)에서 백인보다 복부비만이 많다고 보고된다.

권고안에 따르면, 복부비만은 심혈관질환 위험 증가와 관련됐고 심혈관질환 예측에 BMI보다 복부비만이 더 뛰어나다. 이 때문에 과체중 또는 비만한 아시아 당뇨병 환자는 체중 조절과 함께 내장지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권고안에서는 체중 조절이 과체중 또는 비만한 아시아 당뇨병 환자에게 필수적인 치료 목표라고 정리했다. 아시아 국가의 당뇨병 가이드라인에서는 과체중 또는 비만한 당뇨병 환자는 혈당·혈압 조절, 삶의 질 개선 등을 위해 체중을 5~10% 감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환자의 체중 조절을 위해 의료진이 식이요법, 신체활동, 행동치료 등 생활습관 교정을 환자에게 처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과체중 또는 비만한 당뇨병 환자에게 체중 감량을 촉진하거나 조절한 체중을 유지할 수 있는 혈당강하제를 투약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체중 증가를 유발할 수 있는 항당뇨병제 사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 인슐린, 설포닐우레아, 글리나이드, 티아졸리딘디온 등이 체중 증가와 관련된 항당뇨병제다.  

SGLT-2 억제제, 체중·복부비만 개선…환자 삶의 질도 높아져 

SGLT-2 억제제는 체중 조절 효과가 입증돼 과체중 또는 비만한 당뇨병 환자의 치료옵션으로 선호된다. 체중 조절 효과는 SGLT-2 억제제가 소변을 통해 포도당 배설을 촉진해 칼로리 소모를 늘리면서 나타난다.

전문가들이 아시아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SGLT-2 억제제의 체중 조절 효과를 분석한 약 40편의 연구를 검토한 결과, 체중이 0.5~3.9kg 유의하게 줄었다. 

SGLT-2 억제제는 아시아 당뇨병 환자의 복부비만도 개선할 수 있다고 보고된다. 권고안에 따르면, SGLT-2 억제제 치료 후 허리둘레는 단독요법 시 1.59~2.82cm, 다른 경구용 항당뇨병제 병용 시 1.39~3.82cm, 인슐린 병용 시 0.7~1.4cm 줄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복부비만인 아시아 당뇨병 환자의 체중 감량을 촉진하고 내장지방을 줄이기 위해 SGLT-2 억제제 치료를 권고했다. 

특히 SGLT-2 억제제 단독 또는 다른 항당뇨병제와의 병용요법으로 체중 감량을 촉진할 수 있다고 방점을 찍으며, 체중 감소의 3분의 2 이상은 체지방량 감소로 나타난다고 명시했다. 

예로 이프라글리플로진(제품명 슈글렛)은 일본인 당뇨병 환자 대상 연구에서 치료 24주 후 피하와 내장지방 부피, 간 내 지방함량, 체지방량 등을 의미 있게 줄이는 효과가 확인됐다(Expert Opin Pharmacother 2017;18(14):1433-1438). 

다파글리플로진(포시가)도 6개월 치료 후 근육량 소실 없이 체중과 함께 체지방량을 유의하게 감소시킨다고 보고됐다(J Atheroscler Thromb 2018;25(6):467-476).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SGLT-2 억제제가 복부 또는 내장지방을 평가하는 허리둘레, 비지방 조직에 지방이 침착되는 이소성 지방 침착(ectopic fat deposition)을 줄일 수 있으며 지방조직 기능을 개선시킨다고 강조했다.

2018년 인도 연구팀이 발표한 E-LIFT 결과에 따르면, 비알코올성지방간(NAFLD)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는 엠파글리플로진(자디앙) 치료 시 지방간이 의미 있게 줄었고, 간 기능 검사지표인 알라닌아미노전이효소(ALT) 수치가 개선됐다(Diabetes Care 2018;41(8):1801-1808). 

이프라글리플로진도 예비연구에서 BMI가 25kg/㎡ 미만이고 내장지방 단면적이 100㎠ 이상인 당뇨병 환자의 심외막 지방량(epicardial fat)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됐다(Diabetes Ther 2017;8(4):851-861).

아울러 전문가들은 과체중 또는 비만으로 당뇨병 환자의 건강 관련 삶의 질이 악화되지만, SGLT-2 억제제를 통해 환자들의 삶의 질과 치료 만족도를 개선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윤 이사장은 "많은 아시아 의료진은 서양인보다 아시아인이 비만하지 않으니 DPP-4 억제제가 SGLT-2 억제제보다 더 낫다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아시아인은 서양인보다 비만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지난 10년간 아시아에서 비만 인구가 많이 늘었다. 지금보다 아시아인에게 SGLT-2 억제제 치료를 더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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