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투석 환자, 스타틴 필요성 무게…"중단할 이유 없다"
혈액투석 환자, 스타틴 필요성 무게…"중단할 이유 없다"
  • 박선혜 기자
  • 승인 2020.03.1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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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병원 이대호 교수팀, 심평원 데이터베이스에서 약 6만 5000명 혈액투석 환자 분석
스타틴 복용 시 모든 원인 사망 위험 감소…에제티미브 병용하면 생존 혜택 더 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혈액투석을 받는 말기 신질환 환자(이하 혈액투석 환자)에게 스타틴 치료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혈액투석 환자가 스타틴을 복용해야 하는지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가운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스타틴 치료에 따른 생존 혜택이 확인됐다.

이는 혈액투석 전부터 스타틴을 계속 복용하고 있던 환자뿐 아니라 혈액투석 후 스타틴 치료를 시작한 환자에게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특히 스타틴 단독요법보다 에제티미브 병용요법 시 생존 혜택이 더 크다는 데 무게가 실렸다.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만성 신질환 환자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으로 LDL-콜레스테롤 감소가 1차 치료목표다. 스타틴은 정상 신기능을 가진 환자에게서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가 입증됐지만, 그 혜택이 혈액투석 환자에게도 일관되게 나타나는지 명확하지 않다.

가천대 길병원 이대호 교수(내분비대사내과) 연구팀은 심평원의 혈액투석 환자 데이터를 토대로 스타틴이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고, 그 결과를 JAHA 3월호를 통해 발표했다(J Am Heart Assoc 2020 Mar 3;9(5):e014840).

스타틴 중단하지 않은 환자 사망 위험 41%↓

2007~2017년 심평원 데이터베이스에서 확인한 30세 이상의 혈액투석 환자 6만 5404명의 데이터가 분석에 포함됐다. 평균 나이는 64.9세였다. 

스타틴을 복용한 환자(스타틴군)는 4만 1549명(73.2%)이었고 평균 스타틴 복용 기간은 3.6년이었다. 스타틴군 중 3만 6409명은 혈액투석 시 스타틴을 처방받았고 이들 중 2만 9127명은 혈액투석 전부터 스타틴을 계속 복용했다.

스타틴 비복용군(대조군)과 비교한 결과, 스타틴군의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33%(HR 0.67; P<0.001) 낮았고, 3개월 이상 치료받은 스타틴군은 36%(HR 0.64; P<0.001) 낮았다. 

혈액투석 후 스타틴 치료를 새로 시작하거나 혈액투석 전·후 스타틴 복용을 유지한 환자군에서도 대조군보다 생존 혜택이 크게 나타났다. 

대조군 대비 스타틴 중단 없이 혈액투석 후에도 계속 복용한 환자군의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은 41% 낮았다(HR 0.59; P<0.001). 혈액투석 후 스타틴 치료를 시작한 환자군도 그 위험이 52% 감소했다(HR 0.48; P<0.001).

그러나 혈액투석 전에만 스타틴을 복용하고 이후 치료를 중단한 환자군은 대조군보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1.14배 높아(HR 1.14; P<0.001), 말기 신질환 환자는 혈액투석 시 복용 중이던 스타틴을 중단하면 안 된다는 데 힘이 실렸다.

이와 함께 혈액투석 환자는 스타틴 단독요법보다는 스타틴+에제티미브 병용요법의 생존 혜택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혈액투석 시 스타틴을 처방받은 환자 중 16.9%가 스타틴+에제티미브 병용요법을 진행했다.

교란요인을 보정해 분석한 결과, 대조군과 비교해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은 스타틴+에제티미브 병용요법군이 65%, 스타틴 단독요법군이 46% 낮았다. 이에 따라 스타틴+에제티미브 병용요법의 생존 혜택이 스타틴 단독요법보다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 같은 결과는 75세 초과의 고령 또는 40세 미만의 환자 등 다양한 하위군 분석에서도 일관되게 보고됐고, 성향점수매칭 후에도 변화가 없었다.

기존 RCT보다 분석한 환자 수 많아…"선택편향 없다"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이번 연구는 혈액투석 환자가 스타틴 치료를 새로 시작하거나 중단하지 않고 계속 복용하면 생존 혜택이 있음을 시사한다. 주목할 대목은 본 연구가 기존 무작위 연구와 다른 결론을 내렸다는 사실이다.

혈액투석 환자 약 2700명이 참여한 AURORA 연구에서는 로수바스타틴 치료군과 위약군간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비치명적 뇌졸중, 비치명적 심근경색 등에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N Engl J Med 2009;360:1395~1407).

혈액투석을 받는 당뇨병 환자 1200여명이 포함된 4D 연구도 아토르바스타틴 복용 시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 종료점 위험이 의미 있게 감소하지 않았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도 유사한 결과가 보고됐다(N Engl J Med 2005;353:238~248).

이대호 교수는 "AURORA, 4D 연구는 세 가지 주요 심혈관계 사건(3P-MACE)을 확인했지만, 이번 연구는 전체 사망 위험을 평가했다는 점에서 다르다"며 "인종 간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이번 연구에서 분석한 환자 수가 기존 연구보다 더 많아 스타틴 치료에 따른 생존 혜택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규모 임상연구를 진행할 경우 큰 비용이 필요하다"면서 "반면 이번 연구는 심평원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비용 문제를 해결했다. 국내 전체 투석환자 데이터를 확인해 선택편향(selection bias)이 없다는 강점도 있다"고 강조했다.

"혈액투석 환자, 스타틴 복용하면 안될 이유 없다"

본 결과는 무작위 연구가 아니라는 점에서 혈액투석 환자가 스타틴을 반드시 복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답을 내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소한 스타틴을 복용하면 안되는 근거가 없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이 같은 결과는 국제신장학회(KDIGO) 가이드라인과 궤를 같이한다. KDIGO 가이드라인에서는 투석을 시작하는 시기에 스타틴 또는 스타틴+에제티미브 병용요법을 진행하고 있다면, 치료 중단을 권고하지 않으면서 처방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무작위 연구가 아니기 때문에, 본 연구 결과만으로 스타틴 치료를 '해야 한다' 또는 '하면 안 된다'에 대한 답을 내릴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혈액투석 환자가 스타틴을 복용하면 안 될 이유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연구에서 스타틴을 중단하지 않은 환자의 사망 위험이 낮았다. 문제가 없다면 혈액투석 환자는 스타틴을 중단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향후 가이드라인 변화 가능성에 대해 이 교수는 앞으로 발표될 연구 결과들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가이드라인 개정 시 이번 연구를 참고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2018년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에 의하면 지속적인 투석치료를 요하는 만성 신질환 환자들에게 스타틴 또는 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 치료를 새로 시작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으나, 투석치료 시작 이전부터 복용하고 있던 스타틴을 중단해야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는 "가이드라인에서는 무작위 연구뿐 아니라 메타분석, 리얼월드 연구 결과 등을 참고한다"면서 "본 연구 결과 역시 가이드라인 개정 때 인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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