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세계 비만의 날' 맞아 전 세계100여개 단체 공동 합의문 발표
영국 Francosco Rubino 교수 "비만 낙인은 공중보건 문제…인권·사회적 권리 침해"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전 세계 100여 개의 의학 및 과학 단체가 '비만 낙인(stigma of obesity)' 문제를 해결하고자 뜻을 모았다.

대한비만학회를 포함한 전 세계 전문가 단체들은 3월 4일 '세계 비만의 날'을 맞아, 비만 낙인찍기를 멈춰달라는 메시지를 담은 공동 합의문을 Nature Medicine 3월 4일자 온라인판을 통해 발표했다. 세계 비만의 날은 지난해까지 매년 10월 11일었으나 올해부터 3월 4일로 변경됐다.

전문가들은 비만한 사람들이 비만 낙인으로 직장뿐 아니라 교육기관, 의료기관 등에서 차별받아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로 인해 비만한 사람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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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문 개발을 이끈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Francosco Rubino 교수는 "비만 낙인은 공중보건 문제이며 개인의 인권과 사회적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 이는 비만 유행(epidemic)을 막는 주요 걸림돌"이라며 "다양한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모아 처음으로 비만 낙인 문제를 지적하고 비만에 대한 오해를 알리고자 합의문을 발표했다"며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비만 낙인="비만인은 게으르다?"

비만 낙인이란 비만한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과 이에 따른 차별을 의미한다. 예로 과체중인 사람은 게으르거나 욕심이 많다고 생각하며 정신력과 자제력이 부족하다고 추측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적인 근거를 종합하면 비만은 생물학적, 유전적 그리고 사회적 요인 등이 영향을 미치는 질환으로 정리된다. 즉 단순히 개인의 행동 문제만으로 비만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비만 낙인으로 인해 비만한 사람들은 우울함과 불안감을 느끼는 등 신체적·정신적 문제가 나타날 뿐 아니라 섭식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신체 기준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병리학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비만 낙인으로 직장·의료기관에서 차별받는 비만인

전문가들은 과학적인 근거를 검토해 비만 낙인으로 비만한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과 현재 상황의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 

먼저 비만 낙인 때문에 비만한 사람들이 직장, 교육기관, 의료기관 등에서 불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으며(만장일치 동의: U),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차별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명시했다(90% 이상 동의: A).

비만 낙인에는 언론 보도가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는 비만한 사람들이 게으르고 의지력과 자제력이 부족하다고 보여주고 있다는 것(U).

또 식이조절과 운동만이 비만의 최적 치료법이라고 언급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정확하지 않으며(U), 비만 낙인과 차별을 조장하는 보도를 해서는 안 된다고 피력했다(U).

비만에 대한 의료진들의 인식 문제도 꼬집었다. 많은 의료진은 비만한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며, 이들이 치료를 따르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A). 합의문에서는 의료진들의 비만 낙인을 용인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A). 이와 함께 많은 의료기관이 비만한 사람들을 치료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에 만장일치로 동의했다(U).

이어 비만 낙인이 의료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U), 비만한 사람들은 개인적·사회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만 유행이 장벽으로 작용해 낙인 문제를 공중보건상 크게 다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A).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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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보건 캠페인의 문제점도 제기했다. 캠페인에서는 비만한 사람들이 개인적인 책임감과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사회적·환경적 요인이 비만 유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A). 

게다가 일부 캠페인은 행동 변화와 체중 감량을 위해 비만한 사람들이 비만 낙인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묘사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접근법을 지지해야 하는 과학적인 근거가 없으며, 향후 비만한 사람들의 사회적 차별을 더 유발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A). 

이와 함께 비만, 제2형 당뇨병 등은 유병률과 환자들이 사회에 부과하는 비용에 비해 다른 만성질환보다 연구비 지원이 적다고 밝혔다(A). 

아울러 현재 비만으로 인한 차별을 금지하는 정책이 없어 비만 낙인을 받아들이고 견뎌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게 돼, 비만 관련 불평등 문제가 더 커지고 있다는 입장이다(A). 

이어 전문가들은 비만을 '질병'으로 봐야 한다고 정리했다. 

많은 환자에게서 비만이 전형적인 질병임을 보여주는 증상, 병태생리학적 특징, 삶의 질 저하, 합병증 또는 사망 위험 증가 등이 나타나, 비만이 질병에 해당한다는 객관적인 근거가 있다고 판단한 것(U).

단 현재 체질량지수(BMI)를 기반으로 비만을 정확하게 진단하기에는 불충분하다는 입장이다(A). 

사회적으로 비만 낙인·차별 용인하면 안 돼

전문가들은 비만 낙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권고안도 합의문에 담았다.

우선 교육기관, 의료서비스, 공공정책 등에서 비만 낙인과 차별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만장일치로 권고했다(U). 비만 관련한 입증되지 않은 오해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를 설명한다면 비만에 대한 편견을 줄이고 수많은 폐해를 경감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A). 

언론, 정책입안자, 의료진, 교육자, 교육기관, 공중보건기관, 정부 등이 전달하는 비만 관련 메시지에는 비만 낙인이 없어야 하며 과학적으로 정확한지 확인하도록 당부했다(A).

특히 언론은 비만에 대해 공정하고 정확하게 보도하고 비만 낙인이 찍히도록 묘사해서는 안 된다고 만장일치로 권고했다(U). 

의료 서비스와 의료진 교육에 관해, 교육기관과 전문가 단체, 규제기관은 의료진이 받는 표준 교육과정에 비만의 원인, 메커니즘, 치료에 대한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명시했다(U). 

이와 함께 비만과 비만 관련 질환의 유병률을 고려해, 의료기관 인증을 위한 표준 기준에 중증 비만을 포함한 비만한 환자를 관리할 수 있는 적절한 기본시설을 갖췄는지가 포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U).

이어 공중보건 활동 시 비만 퇴치 관련 캠페인을 홍보하기 위해 비만 낙인을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A). 보건당국은 비만 관련 정책을 세울 때 과학적 엄격성을 강화하고, 동시에 비만 낙인을 조장하는 정책을 확인하고 바꿔야 한다고 피력했다(A).

연구와 관련해,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의 유병 현황과 건강 및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했을 때 이들 질환 관련 연구에 공공기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정리했다(A).

마지막으로 체중으로 인한 차별을 금지하는 강력하고 확실한 정책을 마련해야 하며, 불평등을 없애거나 줄이기 위해서는 차별 금지 관련 정책과 법률이 중요하므로 이에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고 만장일치로 주문했다(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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