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영수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법규위원회 부위원장
㈜이루다 이사

설영수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법규위원회 부위원장(제조)㈜이루다 이사
설영수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법규위원회 부위원장
㈜이루다 이사

의료기기산업의 성장과 함께 국산 제품의 경쟁력 강화 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 국산 제품의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여러 면에서 의지를 갖고 정책을 개발하기 위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4차산업혁명위원회 등이 앞다투어 관련 지원 현황을 파악하고 규제를 개선하고 지원을 늘리며 외국과의 전시 지원, 병원 시스템 수출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우선 의료기기산업에 대한 국내 경쟁력 강화와 수출 진흥 그리고 내수 시장의 점유율 확대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먼저 우선순위와 정책 간의 조화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또 어떤 제도가 적합한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지난해 어느 토론회에서 제조업체 대표로 나온 분의 발언이 시선을 끌었다.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의무사용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이 힘을 받아서인지 공공병원에 특정 제품을 지정하고 의무사용 비율을 늘린다든지 입찰 시 국내 제조 제품의 우선 입찰을 강제하는 규정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런 제도가 분명 이른 시일 내로 국내 제조제품에 대한 매출 성과로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면에서 정부가 소비시장에 개입하게 되면 일단 보호무역이라는 지적과 함께 우리나라의 수출 또한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를 통해 결국 얼마 안 되는 내수 시장도 침체될 수 있다. 왜냐하면 소비자는 더욱 좋은 제품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지금까지 사용 강제로 이어진 정책은 국내 제조사의 품질 하락이나 연구개발의 부진으로 이어져 경쟁력 없는 제품으로 인한 국내 소비자의 불만과 품질 하락 그리고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 하락이란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영상진단 시장이 초창기 높은 기술력으로 세계 최첨단의 기술을 자랑했으나 내수 시장에 대한 지나친 규제와 수입 장애로 인해 몇 년 지나지 않아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던 제품들에 밀려 지금은 맥을 못 추고 있는 선례에서 배울 점이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정책은 무엇?

우리나라는 내수 시장만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통일되더라도 인구 8천만 명으로 시장이 한정돼 있고 여기에 구매력을 고려한다면 우리보다 10배 이상 큰 시장을 가진 일본과 비교해 자체 내수만으로 의료기기산업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우리나라는 과거 중공업 산업과 마찬가지로 수출 우선의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선행해야 할 조건 몇 가지가 있다.

첫째가 국제 기준이고, 둘째가 품질에 대한 투자, 셋째가 시장이다.

첫째가 국제 기준인 것은 의료기기의 특성상 안전성과 유효성에 기반한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각국의 규제 장벽을 넘는 데 필요한 필수적인 조건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품질에 대한 세계 시장에서 소비자의 눈높이다. 4차산업혁명 기술의 적용으로 인해 모든 제품은 결합하고 융합되고 있다. 간단한 혈압기도 와이파이(Wifi)나 블루투스를 이용한 측정치의 전송이 가능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언어나 어플 등이 제공돼야 한다. 다른 제품이 나왔을 때는 이미 늦다. 빠른 정보로 먼저 개발하고 출시해야 한다. 

셋째는 시장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출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 보다 낮은 등급 제품이 많다. 하지만 최근 한류의 영향으로 미용, 체외진단, 영상 장비 등이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개발도상국의 관심을 두고 있다. 당연히 시장이 있는 곳에 맞춘 전략이 필요하다. 

이미지 출처: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포토파크닷컴

결국, 의료기기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정책의 이면에는 높은 국제 기준을 준수하고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 팔 수 있는 시장에 팔아야 한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이런 제반 조건을 맞추기 위해 각 정책 부처에서 일관성 있는 전략이 필요한데 그 첫 단추는 식약처에 있다. 

국제 기준이나 안전성의 검증은 식약처가 전문기관이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수출 진흥을 위한 정책으로 국제 기준에 대한 국내 허가 기준의 조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동시에 내수 시장 중심의 제조업체를 키워나가기 위한 저변 확대를 위해 허가 비용에 대해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

예를 들면 최근 기준이 높아진 시험 성적서의 GLP인증은 시험 비용의 증가가 제조업체에 부담이 되어 여러 불만을 낳고 있다. 내수만 전담하는 업체를 위해 고비용의 시험검사를 의무화하는 것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고민할 가치가 있다. 

다른 면에서 국제 기준을 설정하는 IMDRF, AHWP, ASEAN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공통기준을 만드는데 우리나라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제조업이 감당할 수 있는 기준과 규격 제정 및 상호 인증 등의 기준을 설정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물론 국제무대에서는 서로에게 이득이 돼야 한다. 국제기구의 참여나 기준규격을 위한 기여가 의료기기 인공지능(AI) 가이드라인 같은 세계 최초의 기준규격 제정으로 우리나라의 규제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보이지 않는 홍보가 된다.

그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시장의 동향을 위한 각종 전시나 의학회 등의 참석 기회를 늘리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코트라 등에서 세계적인 전시회에 한국관 등을 만들고 제품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노력했고 상당한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의료기기의 최종 소비자인 의사들의 모임에도 참석해 그 전문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기기의 성능이 높아지고 높은 등급의 고난이 기술이 늘어나면서 일반 전시회보다는 직접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의사들의 모임에 제품을 출시하는 보다 세분화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시장 잠재력 큰 시장인데...

마지막으로 시장의 형성이다. 선진국에 시장은 어느 정도 형성돼 있으나 진입에 대한 장벽이 너무 높아 단시간 내 확대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지리적으로 근접한 아시아 국가는 우리 제품이 상당한 경쟁력이 있다. 시장이 크지는 않지만,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건강에 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어 시장 잠재력이 큰 시장이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신남방정책의 일환으로 아세안 국가를 연속으로 방문한 것도 이런 정책적 고려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다른 산업에 관한 관심은 있으나 의료기기가 중점 의제로 선택된 적은 없다. 시장이 작아서 그렇지만 미래를 전망할 때 산업계가 한 목소리로 필요한 요구를 해야 할 것이다. 

정리하면 국내 의료기기산업의 진흥을 위해 국제기구에 활발히 참여해 우리의 경쟁력을 스스로 높여야 한다.  또 시장 확대를 위한 정책으로 아세안 국가들과 인증 등을 협의해 수출 규제를 낮추고 내수 시장의 제품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안을 구상해야 한다.

조금 더 욕심을 내면 우리나라가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되는 체외진단기기 제품과 미용의료기기 제품의 시장 활성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체외진단은 법 제정 이후 독립적인 사후관리 제도를 위한 관리 및 정책 부서가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제품에 대해 굳이 높은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비용의 증가와 관리의 비효율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체외진단을 전담하는 의료기기안전국 조직이 필요하다. 

미용의료기기는 국내 시장이 의료제품으로만 제한돼 사용자가 한정돼 있다. 독립된 분류체계를 운영해 비의료인이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면 다양한 제품으로 시장 활성화와 수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4차산업혁명기술의 특징 중 하나가 속도다. 우리가 준비하는 미래 역시 속도가 중요하다. 국민을 위한 안전성은 절대 불변의 가치이고 국가가 보호해야 하는 중요한 임무다. 한편으로는 국가의 임무를 강화하며 정책의 세분화와 규제의 혁신으로 산업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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