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연세대, 의료수익 2조 6000억원 이상 설정
고려대·순천향대·인제대·한림대 등은 1조원 돌파 목표
코로나19 탓 본예산대로 경영 가능할지는 미지수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전국 주요 사립대병원이 2020년 본예산 공고와 2019년 추경예산 공고를 최근 마무리했다.

보통 순서상 전년도 결산 재무제표가 공개되기 전 마지막 경영공시가 당해 연도 본예산인데, 이를 통해 사립대병원들의 대략적인 한해 살림살이 계획을 엿볼 수 있다.

이에 주요 사립대병원 20곳의 본예산 공고를 분석, 이들의 2020년 예상 경영지표를 들여다봤다.

이번 분석에서 의료수익이란 의료외수익을 제외한 진료수익, 기타의료수익 등으로 구성된 소위 매출을 의미하고 여기에 의료비용을 뺀 나머지가 순수 의료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의료이익을 뜻한다.

의료비용은 인건비와 재료비, 관리운영비를 모두 합한 수치이며 이 중 인건비는 급여, 제수당, 퇴직급여 항목으로 나뉘고 재료비의 경우 약품비, 진료재료비, 급식재료비 등으로 구성된다.

조사대상 주요 사립대병원은 가톨릭의료원, 건국대병원, 건양대병원, 경희대의료원, 고려대의료원, 단국대의료원, 동국대병원, 동아대병원, 순천향대의료원, 아주대병원, 연세의료원, 영남대병원, 원광대병원, 이화의료원, 인제대병원, 인하대병원, 조선대병원, 중앙대의료원, 한림대의료원, 한양대의료원 등이며 이후 표현에서는 편의상 '의료원'과 '병원'을 생략했다.

또한 별도의 표시가 없는 이상 조사대상 사립대병원에는 모든 부속병원과 산하병원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연세대'라면 △신촌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을 모두 합산한 것이고, '한림대'의 경우 △성심병원 △강남성심병원 △춘천성심병원 △한강성심병원 △동탄성심병원 5개 산하병원의 합계를 말한다.
 

가톨릭대, 의료수익 3조 가까이 전망

연세대, 2조 6000억원대로 뒤 이어

우선, 20개 사립대병원 중 2020년 예상 의료수익을 가장 높게 책정한 곳은 가톨릭의료원이다.

전국 사립대병원 중 의료수익 2조원을 최초로 넘긴 경험이 있는 가톨릭대는 올해 예상 의료수익을 3조원에 근접한 2조 9118억원으로 잡았다.

이는 지난해 최종추경예산 2조 6846억원에서 약 8.5% 증가시킨 금액이다.

가톨릭대의 뒤를 잇는 곳은 연세의료원으로, 올해 2조 6428억원의 의료수익을 목표로 하고 의료비용은 2조 3393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의료수익 1조원대를 노리는 곳은 고려대(1조 2709억원), 순천향대(1조 959억원), 인제대(1조 2296억원), 한림대(1조 4억원) 4개 기관이다.

주요 사립대병원 2020년 본예산과 2019년 최종추경예산 비교
주요 사립대병원 2020년 본예산과 2019년 최종추경예산 비교

 

이 중 한림대의 경우 의료원 사상 최초로 1조원이 넘는 의료수익을 목표로 삼았는데, 지난해 최종추경예산 9374억원에서 약 6.7%(630억) 높인 수치다.

5천억~1조원 사이의 의료수익을 본예산으로 잡은 곳은 경희대의료원과 아주대의료원 단 2곳이다. 

경희대는 올해 약 6822억원의 의료수익을 벌어들이고 6597억원의 의료비용이 지출될 것으로 기대했고 아주대는 6435억원의 의료수익, 5486억원의 의료비용으로 949억원의 의료이익을 남길 계획이다.

아울러 3천억~5천억원 사이의 의료수익을 목표로 한 곳은 한양대 4973억원, 이화여대 4780억원, 건국대 4191억원, 인하대 3923억원, 영남대 3513억원, 동국대 3219억원, 동아대 3217억원이다.

3천억원 이하는 중앙대(2893억원), 원광대(2652억원), 건양대(2571억원), 조선대(2510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최종추경예산 대비 본예산 의료수익 증가율 1위 '이화여대'

분석 결과, 조사대상 20개 사립대병원 모두 2019년 최종추경예산 의료수익에 비해서 2020년 본예산 의료수익을 높게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화의료원의 경우 지난해 추경예산 대비 올해 본예산 의료수익을 31.2%까지 높였다(3644억원→4780억원).

이는 2020년 본예산 의료수익이 4000억원대로 비슷한 규모인 건국대 3.8%, 한양대 6.4%보다 훨씬 높은 증가율이다. 

이화의료원을 제외하고 증가율이 10% 이상인 기관은 연세의료원이 13.7%로 유일하며, 그 뒤를 인하대 9.9%, 원광대 9.8%, 건양대 9.5%, 가톨릭대 8.5%, 인제대 8.3%, 동국대 7.9%, 경희대 7.8%가 잇고 있다. 

증가율이 5% 내외로 하위권인 병원은 동아대 2.2%, 단국대 3.3%, 건국대 3.8%, 영남대 4.8%, 중앙대 5.1%, 조선대 5.8% 순이다. 

단, '본예산 의료수익' 혹은 '추경예산 대비 본예산 의료수익 증가율'이 높다고 해서 예상 의료이익까지 높은 것은 아니다. 

의료수익이 증가하는 만큼 의료비용도 증가하기 때문인데, 실제로 추경예산 대비 본예산 의료수익 증가율이 31.2%로 20개 기관 중 가장 높은 이화의료원은 의료비용 증가율도 16.6%로 가장 높게 책정해 올해 의료이익이 230억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가장 높은 의료이익을 예상하고 있는 곳은 3035억원을 자신한 연세의료원이다.

이어 가톨릭대 1581억원, 한림대 1346억원, 순천향대 1261억원, 고려대 1046억원 순으로 높은 의료수익을 기대했다.

반면, 중앙대의료원은 올해 101억원의 의료수익을 예상, 조사대상 20개 사립대병원 중 기대 의료수익이 가장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여파로 본예산 달성 빨간불?

이처럼 분석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대부분의 사립대병원은 2020년 예상 의료수익이 2019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본예산을 계산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로 떠오른 코로나19(COVID-19)로 이들 모두 본예산을 무난히 달성할지는 미지수다.

각 대학병원이 본예산을 공고한 때는 보통 2월 중순, 더욱이 본예산 작성을 완료해 이사회 의결을 통과한 시점은 그보다 더 앞선 1월경이다.

즉, 코로나19의 여파가 본예산에 일절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추경예산을 통해 본예산을 일부 수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큰 이유가 있지 않은 이상 통상 추경예산에서 의료수익을 낮추는 경우는 드물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예를 들어 지난 2017년 신생아 사망사고를 겪은 이화의료원이 그해 경영상태가 악화될 것을 대비해 본예산 의료수익을 추경예산 계산 시 낮춘 일이 있으나 해당 사례가 흔하진 않다는 것이다.

한 사립대학교 재무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부속병원 회계에 변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추경예산 때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의 사립대병원 기획예산팀 관계자도 "본예산 작성 시에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이였다"며 "하지만 이미 확정된 본예산이기 때문에 당장의 수정은 힘든 상황이다. 대학교와 논의해 예상 수익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서 추경예산이란 '추가경정 자금예산'의 줄임말로, 매년 초 본예산이 정해진 뒤 새롭게 생긴 각종 사유로 말미암아 기존 예산에 변경을 가하는 회계처리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예기치 못한 수입과 지출요인이 생겼을 때 이를 반영한 수정 예산을 의미하는 것으로, 예산지출을 늘리는 '추가예산'과 총액은 그대로 두고 지출내역만 변경하는 '경정예산'을 합해 칭한다.

재무제표 공시의무가 있는 단체나 기관, 법인들은 한 해 동안 이 추경예산을 적게는 1회에서 많게는 2~3회 작성하기도 한다.

아울러 추경예산의 수입과 지출은 본예산보다 높아질 수도, 낮아질 수도 있다.

한편, 각 대학병원의 회계기준연도는 매년 3월 1일에서 이듬해 2월 28(29)일까지를 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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