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2상 결과, 만성 염증성질환자 대사지표 포함한 임상적 예후 개선
영국 연구팀 "메트포르민, 스테로이드 관련 합병증·심혈관 예후 개선할 것"
연구 포함된 환자 수 적고 치료기간 짧다는 한계점 있어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항당뇨병제 메트포르민이 스테로이드인 글루코코르티코이드를 장기간 투약한 환자의 합병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글루코코르티코이드인 프레드니솔론으로 치료받는 만성 염증성질환 환자에게 메트포르민을 투약한 결과, 대사지표를 포함한 임상적 예후가 개선됐다.

이중맹검 위약 대조군 개념증명(proof-of-concept) 연구로 진행된 이번 임상 2상 결과는 Lancet Diabetes & Endocrinology 지난달 25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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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는 당뇨병이 없는 환자가 모집됐다는 점에서, 메트포르민이 항당뇨병제를 넘어 스테로이드의 이상반응을 되돌릴 수 있는(revserse) 저렴하고 안전한 치료제로 부상할지 관심이 모인다.

스테로이드 장기간 치료 시 대사부작용 나타날 수 있어

프레드니솔론 등 글루코코르티코이드는 1950년대 이후 류마티스 관절염, 천식, 염증성질환, 암 등 과활성화된 면역체계로 인한 질환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고용량으로 장기간 치료 시 체중 증가, 혈당 상승, 골량 및 근육량 감소 등 심각한 대사부작용뿐 아니라 감염 및 혈전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혈중 코르티솔 농도가 과다해져 신체에 이상이 나타나는 내분비장애인 쿠싱증후군이 발병할 가능성도 크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생물학적 제제가 개발됐지만 비용이 비싸고 약제 자체의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도 있는 상황.

메트포르민은 스테로이드와 달리 세포 대사 센서 단백질인 AMP 활성 단백질 키나제(AMPK)를 활성화시켜, 스테로이드와 상반된 작용을 한다고 보고된다. 

이를 근거로 영국 런던대학 Marta Korbonits 교수 연구팀은 메트포르민이 스테로이드가 이상반응을 유발하는 작용을 역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한 개념증명 임상 2상을 진행했다.

프레드니솔론 투약하는 염증성질환자 40명 포함

2012년 7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영국 의료기관 4곳에서 프레드니솔론을 지속적으로 투약하고 있는 염증성질환 환자 849명 중 평가 기준을 충족한 40명이 분석에 포함됐다. 당뇨병 동반 환자는 분석에서 제외됐다. 

이들은 매일 프레드니솔론 20mg 이상 용량을 최소 4주간 투약하고 이후 12주 동안 매일 최소 10mg으로 치료를 유지했다. 

전체 환자군은 메트포르민군(19명)과 위약군(21명)에 1:1 무작위 분류됐다. 메트포르민군은 12주 동안 치료 용량을 점차 증량했는데, 첫 5일에는 매일 850mg을 복용하고 이후 5일간 850mg 1일 2회, 이어 850mg 1일 3회 복용했다. 

프레드니솔론 누적 용량은 메트포르민군 1860mg, 위약군 1770mg으로 두 군간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메트포르민군, 복부피하지방 감소…대사지표 개선돼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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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종료점으로 정의한 내장지방/피하지방 면적비(visceral-to-subcutaneous fat area ratio, VSR) 차이는 메트포르민군과 위약군 간 0.11로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P=0.09). 

그러나 복부피하지방은 메트포르민군이 위약군 대비 3835㎟ 감소했고(P=0.01), 탄수화물, 지질, 간, 골대사 등의 대사지표가 개선됐다.

이 뿐만 아니라 공복혈당, 당화혈색소, HOMA2-IR, 총 콜레스테롤, LDL-콜레스테롤, 내중막두께, 고관절의 골밀도 등도 개선됐고, 골흡수 지표인 βCTX는 감소했다.

아울러 대사지표 외에도 메트포르민군에서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위약군보다 향상됐다. 

폐렴은 위약군에서 8회 발생했지만 메트포르민군은 1회에 불과했다. 또 중등도~중증 감염 횟수는 각각 11회와 2회로 차이를 보였다. 

이상반응으로 인한 입원 횟수 역시 메트포르민군이 1회로 위약군(9회)보다 의미 있게 적었다. 

메트포르민군에서 보고된 주요 이상반응은 구역, 설사, 복부 불편감 등이었다. 다만 설사 횟수는 메트포르민군이 위약군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18건 vs 8건; P=0.01).

Korbonits 교수는 "이번 결과는 메트포르민이 당뇨병을 동반하지 않고 글루코코르티코이드로 치료 중인 환자의 임상적 예후를 개선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글루코코르티코이드로 장기간 치료받은 많은 환자는 메트포르민으로 글루코코르티코이드와 관련된 합병증과 심혈관 예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트포르민, 항염증작용 영향 주지 않는 안전하고 저렴한 치료제"

연구팀은 메트포르민이 글루코코르티코이드의 효능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합병증을 막을 수 있는 안전하고 저렴한 치료제라는 데 무게를 뒀다. 

Korbonits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생물학적 제제 또는 스테로이드를 감량할 수 있는 약제 사용이 증가하고 있지만, 그 외 국가에서는 여전히 글루코코르티코이드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면서 "메트포르민은 글루코코르티코이드의 항염증작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개선할 수 있으며, 주요 대사합병증도 예방할 수 있는 안전하고 저렴한 치료제"라고 피력했다.

단 이번 연구에서 분석한 환자군이 적고 치료기간도 짧다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향후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독일 뮌헨대학 Martin Reincke 교수는 논평을 통해 "연구에 포함된 환자 수가 적고 단기간 진행됐다는 한계가 있다"며 "대규모 임상 3상이 시행돼야만 임상에서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메트포르민이 글루코코르티코이드의 항염증 및 면역억제 효과를 방해하는 치료제가 아님을 입증해야 한다"며 "비록 본 연구 결과, 메트포르민군에서 보고된 염증성질환은 없었지만 폐렴 사례가 감소한 것은 메트포르민이 면역체계와 복잡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나올 때까지 임상에서는 환자에 따라 메트포르민 치료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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