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일으키는 바이러스, HPV 백신으로 예방 가능
일본 'HPV 백신 공포증'로 접종률 70%→1%, 사망자 5000명 ↑예상
85% 접종률 자랑하는 영국, HPV 감염률 15%→2%
우리나라 74%는 부작용 우려...대한부인종양학회 "국가적 필수 예방접종 분류 필요"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실체 없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부작용 우려가 HPV 감염 및 자궁경부암 사망사건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부인종양학회는 본지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HPV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대부분 왜곡된 주장이며 주로 백신 접종 자체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등의 사이트를 통해 이러한 주장이 유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백신 접종 후 암이나 다른 질환이 증가한다는 등의 왜곡된 주장은 백신의 효과를 잘 보여주는 주요한 연구 결과들은 완전히 무시하고 일부 편협되거나 왜곡된 결과를 근거로 들거나, 대부분은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또 "국내에서도 2016년부터 HPV 예방백신을 국가예방접종으로 도입해 시행하고 있으며, HPV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는데, 우려할 만한 안전성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자궁경부암 백신은 OECD 34개국 중 29개국이 국가 예방접 종으로 도입해 2억 건 이상 안전하게 접종됐다. 또 자궁경부암 백신을 10년 추적관찰한 결과, 전문가들은 안심할 만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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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유두종바이러스(HPV)란? 

HPV는 성행위로 인해 점막이나 상피에 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다. HPV 고위험 유형의 감염은 자궁경부암을 일으킬 수 있다. 

HPV는 성생활을 하는 남녀 누구나 감염될 수 있으며, 감염 자체는 대부분 증상이 없다. 그러나 HPV 유형 중 암을 일으킬 수 있는 HPV 16, 18형은 자궁경부암 원인의 약 70%를 차지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자궁경부암은 여성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암 중 네 번째이며, 2018년 전 세계적으로 57만명이 자궁경부암으로 진단받았다.  

HPV 예방 백신으로는 '서바릭스', '가다실' 및 '가다실9' 세 종류가 있다. 이 중 가다실9는 9가 백신으로, HPV 유형 9가지로부터 예방 효과를 제공한다. 

이러한 예방 치료가 있음에도 일본, 아일랜드 및 덴마크를 포함한 몇몇 나라에서 부작용 우려로 근거 없는 '백신 공포증'이 생겼으며, 이로 인해 HPV 감염 수뿐만 아니라 HPV 감염으로 인한 사망률도 증가했다. 

일본 '백신 공포증'과 대조되는 영국·호주·미국 높은 접종률

일본은 특히 HPV 백신에 대한 부작용 우려가 확산하면서 사회적 'HPV 백신 공포증'으로 증폭돼, 이는 영국, 호주과 미국과 대조되는 HPV 감염 및 사망률 결과를 가져왔다. 

대한부인종양학회는 이에 대해 "일본에서 HPV 백신 접종의 안정성이 입증돼 널리 접종이 진행되고 있던 도중 2013년 일본의 후생 노동성이 안전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당시 백신 접종 후 보행장애,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의 발생 등 문제가 거론됐고, 일본에서는 접종 권장이 최소화됐다"며 "이 외에도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이 오히려 암, 조기 폐경, 불임,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킨다는 등의 왜곡된 주장들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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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산부인과 상임이사회 이재관 수련위원장(고려의대 구로병원 산부인과)도 본지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2차 세계대전 후 미나마타병,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 기형아 출산 등이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고 약제 및 공해 관련 질병에 대한 국가적 트라우마가 생겼다"며 "이러한 사회적 이슈로 인해 일본은 다른 나라보다 약제 부작용의 감시체계 대한 시민단체의 영향력이 큰 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수련위원장에 따르면 2009년 HPV 접종이 일본에 도입됐지만, 일본 시민 단체들은 2010년 국가 접종이 충분한 사회적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제조회사와 의료단체의 로비에 의해 도입됐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일본은 ▲약제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대 ▲과도한 시민단체 활동 ▲국가적 도입과정에서 제조회사와 의료단체의 투명성 결여 ▲전문의료인에 대한 사회불신 ▲국가 의료기관과 전문의료인의 유기적 상호관계 결여 ▲매스컴의 사회적 오류를 지적하는 건강한 저널리즘 부재와 같은 요인들이 합쳐져 HPV 백신 부작용 공포감이 조성됐다. 

부작용 우려 전 일본은 70% 이상의 예방 접종률을 기록했지만 백신 공포가 확산되 후 예방 접종률은 1% 이하로 떨어졌다. 

호주 케이트 심스(Kate Simms) 연구팀은 일본의 저조한 접종률이 HPV 사망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검토하기 위해 실시한 연구를 10일 The Lancet에 발표했다.

그 결과, 저조한 HPV 백신 예방 접종률은 HPV 감염 수를 2만 4600~2만 7300건으로 늘렸으며, 이 중 5000~5700명이 HPV 감염으로 사망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020년 보험 급여를 재개하고 예방 접종을 받지 못한 코호트까지 접종받도록 하면, 추가 1만 4800~1만 6200건의 HPV 사건과 3000~3400의 사망 사건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관련 이재관 수련위원장은 "일본에서 HPV 예방접족 관련 이슈가 주는 교훈은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HPV 부작용과 HPV 접종은 인과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한부인종양학회는 "일본 이외에 자궁경부암 백신을 도입한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국가에서는 특별한 안전성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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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들이 있다. 학회에 따르면 미국(2006년), 호주·프랑스(2007년), 영국(2008년) 등 국가예방접종을 도입한 국가에서는 64~97%가량 HPV 감염이 감소하는 등 가시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영국은 HPV 백신 접종률이 약 85%로, 16~18세 여성에서 HPV 감염 수가 실제로 2008년에 15%에서 올해 2%로 감소했다. 

The Lancet에 발표된 연구논문에 따르면 호주는 효과적인 국가예방접종 프로그램 및 스크리닝 프로그램을 도입해 2022년에 10만명 여성 중 6명이 HPV에 감염될 것으로 나타났고, 2035년에 10만명 여성 중 4명이 HPV에 감염될 것으로 예측했다. 아울러 호주는 20년 이내 자궁경구암의 '뿌리'를 뽑을 수 있다고 외신 더 가디언(The Guardian)이 보도했다. 

이러한 낮은 HPV 감염자 수는 호주의 높은 예방 접종률 덕분이다. 호주 여성의 예방 접종률은 79%, 남성은 73%다. 결국 1991년 자궁경부암 조기 검사법(Pap smear)이 도입된 후 자궁경부암 수가 50% 줄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신시내티대학 아동병원 연구팀은 13~26세 여성 1600명을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백신의 효과 여부를 연구했다. 10년 추적관찰 결과,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은 여성의 HPV 감염률이 35.9%에서 6.7%로 감소했다. 백신을 맞지 않은 여성의 HPV 감염률도 30%에서 19.4%로 줄었는데, 이는 집단면역(herdimmunity) 효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대한부인종양학회는 "집단면역은 인구집단 내의 다수가 감염 질환에 면역을 가지고 있으면, 병의 전파가 느려지거나 멈춰져 면역력이 없는 사람도 감염 확률이 낮아지는 것을 말한다"며 "즉,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은 사람이 많을수록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도 자궁경부암에 걸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HPV백신 부작용 우려..."국가적 필수 예방접종 분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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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 MSD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평균 3명 중 1명이 HPV에 감염된다. 감염은 만 18~29세의 젊은 여성(18~29세)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이들은 약 50%에 가까운 높은 HPV 유병률을 보였다. 

또 국내 건강검진센터에서 검진을 받은 968명의 건강한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궁경부 세포검사(Pap test) 및 HPV DNA 테스트 결과, 암을 유발하는 고위험 유형 중 HPV 53, 52, 58, 16, 68형이 흔하게 관찰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질병관리본부에서 2016년부터 만 12세 여성·청소년에게 무료로 예방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을 통해 10명 중 8명이 HPV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미접종 사유를 분석한 결과, 10명 중 8명은 사업을 알고 있었으나, 많은 보호자가 예방접종에 대한 잘못된 정보 노출이 많고, 시간이 없어 접종을 하지 못했다.

질본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예방접종 도입 후 약 50만 건이 접종됐지만, 사망이나 장애를 일으킨 중증 이상반응은 없었다. 그러나 많은 보호자는 부작용을 우려했다.

2017년 질본이 백신 미접종 사유 조사 결과, 74%는 부작용 우려로 백신 예방 접종을 꺼려했다. 이어 18%는 의료기관을 방문할 시간이 없었고, 11%는 아이들이 아직은 어리다고 생각돼 추후 성인이 되면 접종시키려고 했다. 또 6%는 예방접종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6%는 자녀가 접종을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제약회사 한국로슈진단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HPV 인식이 전반적으로 낮았다. 국내 20~40대 여성 500명 대상으로 진행한 인식 조사 결과, 65%는 고위험군 HPV 16, 18형이면 자궁경부암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몰랐으며 62%는 검사법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고 국가암검진에서 제공하는 자궁경부암 검사 종류도 몰랐다. 

이에 대해 대한부인종양학회는 "HPV 감염은 성접촉을 통해 전파되므로 성 경험 전에 하는 것이 최적의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필수 예방접종으로 분류해 접종을 권장해야 한다"며 "9-15세 연령에서 접종 시 그 이상 연령에서 접종한 경우보다 면역 반응이 높게 나타나기 때문에 이른 시기에 접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적 홍보를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학회는 또한 남성들에 대한 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학회는 "우리나라에서는 남성에 대한 지원이 전무하다"며 "여성의 경우 만 12~13세라면 2회 무료 접종을 국비로 지원받지만, 남성은 자비로 접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가격이 비싸 선뜻 접종받기 어려울 수 있다"며 "미국,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남성 청소년에게도 HPV 백신을 무료로 접종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에서도 다른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소아 남성에게도 국가 필수 예방접종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HPV 백신이란?

HPV 백신은 세 종류가 있다. 

GSK의 '서바릭스'는 HPV 16, 18형에 예방효과가 있어 2가 백신으로 불린다. 서바릭스는 국내 2008년 9월 출시됐으며 9~25세 여성에게 자궁경부암 예방에 적응증을 받았다. 접종 횟수는 6개월간 3회(0-1-6) 권장되며 항체지속기간은 약 50년이다. 

MSD의 '가다실'은 국내 2007년 9월 출시됐으며 9~26세 여성 및 남성에게 적응증을 받았다. 접종횟수는 6개월간 3회(0-2-6) 권장되며 항체지속기간은 약 30년으로 알려졌다. 가다실은 HPV 6, 11, 16, 18형에 예방효과가 있어 4가 백신으로 불린다. 

MSD의 '가다실9'는 HPV 6, 11, 16, 18, 31, 33, 45, 52, 58형을 예방하는 9가 백신이다. 가다실9는 2016년 9월 출시돼 국내 9~26세 여성에게 자궁경부암, 외음부암, 질암, 항문암을 포함한 질병을 예방하는 데 적응증을 받았으며 9~26세 남성에 HPV 16, 18, 31, 33, 45, 52 및 58형에 의한 항문암 예방에 적응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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