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진단·치료 지연' 이유로 한시적 전화상담·처방 허용 전면 거부에서 입장 변화..."판단에 따라"
대구·경북 개원가 "원격진료 빌미 우려 이해...환자 살려야지 않겠나"
일선 개원가서 나오는 불만..."정부-의협, 교통정리하라"

사진 :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포토파크 이미지 합성)
사진 :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포토파크 이미지 합성)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의협 취지는 이해하지만 환자와 의료인부터 보호해야 하지 않겠나"

대한의사협회가 코로나19(COVID-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화상담·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한 것을 두고 '전면 거부'에 나섰지만, 현장 반응은 의협과 다른 모습이다. 

앞서 정부는 의사 판단에 따라 안전성 확보가 가능한 경우 환자가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전화 상담 및 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의사의 의료적 판단에 따라 안전성이 확보된 경우 전화로 진료한 후 환자가 원하는 약국으로 처방전을 전송하는 형태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 내 감염을 예방하고 국민이 필요한 진료를 안전하게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김강립 부본부장은 "만성질환이 있는 환자들이 의료기관을 직접 다니게 함으로써 정례적인 검진과 투약이 불가피한 자들의 이동을 단기간에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일상적으로 이 방안을 허용하겠다는 게 아니라 코로나19 확산세가 안정적으로 되기까지 허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화상담·처방 첫날..."환자·의료진 보호해야"
政 "아쉬움 있지만...환자 보호 위한 제한적 조치"

정부가 한시적으로 전화상담·처방을 허용한 첫 날, 대구경북 지역은 전화상담·처방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실제 대구는 대구시의사회의 결정에 따라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지역에 따라 전화상담·처방을 허용키로 했다. 

이번 전화상담·처방 허용 조치가 향후 원격진료 허용의 빌미로 이어질 수 있어 반대하겠다는 의협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대구지역 환자와 의료인부터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이 더 크다는 게 대구시의사회의 설명이다. 

대구시의사회 이성구 회장은 "지역의사회장 자격으로 유동성을 발휘, 대구시 내 일부 지역에 한해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때까지 한시적으로 전화상담·처방을 허용했다"며 "원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와 의료진을 보호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역의사회장으로서 의협 방침에 대놓고 반대는 못하는 상황"이라며 "의협 입장은 이해하지만, 지역의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환자를 위한 한시적 조치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김강립 부본부장은 "일방적인 거부보다는 협의를 통해 의료인이 추가 확산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며, 무엇보다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한적 조치"라며 "의견수렴 노력은 했지만 의협에서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더 충분히 협의가 됐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전했다. 

 

태도 바뀐 의협 "현장 판단에 맡긴다"
혼란스러운 개원가 "입장 정리 필요하다"

상황이 이렇자, 의협은 급격히 태도를 바꿨다. 

긴급 대회원 서신문을 통해 한시적 전화상담·처방에 '전면 거부'를 언급한지 하루 만에 "현장 판단에 맡긴다"고 말을 바꿨다. 

의협은 23일 긴급 대회원 서신문을 통해 전화상담·처방은 환자 진단과 치료를 지연시킬 수 있는 위험성이 있고, 특히 코로나19를 단순 상기도감염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2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현장 판단에 맡기겠다고 했다. 

이날 최대집 회장은 "전화상담·처방이 코로나19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생각해봤겠지만, 도움은커녕 되레 혼란만 초래하는 정책이 될 것"이라면서도 "전면 거부 입장은 의협의 기본 원칙을 밝힌 것일 뿐 현장에서는 의료인의 판단에 따라 움직이면 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선 개원가에서는 의협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반응이다. 

전화상담·처방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거니와 정부와 의협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더 혼란스럽다는 지적이다. 

한 개원의는 "의협에서는 전화상담·처방에 동참하지 말라고 지침을 내리고, 정부는 이를 실시할 것을 권장하면서 어느 장단에 맞춰야할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환자들의 문의는 쇄도하는데 명확한 답을 줄 수 없으니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회원들보고 어찌하라는 것이냐"라고 토로했다. 

정확한 전화상담·처방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양측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화상담·처방의 기준은 △같은 질환에 대해 계속 진료를 받아온 경우 △오랜기간 같은 처방이 이뤄진 경우 △의료인이 안전성을 인정한 경우 등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 기준들을 두고 개원가에서는 만성질환자로 대상자를 유추만 할 뿐이다. 

또 다른 개원의는 "전화상담·처방이 초진환자는 가능한지, 어떤 질병에 대한 약제만 처방 가능한지, 환자로부터 진료비 수납은 계좌이체로 받아도 되는지, 어느 하나 현장에서 적용할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정부와 의협은 교통정리를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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