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 이광재 교수

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 이광재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 이광재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배변은 몸 상태를 확인하는 중요한 단서지만, 대부분은 배변의 불편함을 가볍게 여기고 넘긴다. 의료계는 변비라는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면 원인 질환 여부를 검사해보고 적합한 치료법이나 치료 약물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전 세계 인구의 15∼20% 환자들이 변비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주대학교병원 이광재 교수(소화기내과,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이사장)는 변비가 호전되지 않으면 임의로 약을 장기 복용할 게 아니라 전문의를 찾아 원인을 찾고 적합한 약제를 처방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변비를 유발하는 주요 증상과 원인은 무엇인가? 

변비는 여러 이유로 발생한다. 급성 변비의 경우 생활습관이나 스트레스 등 일시적 원인이 다수라 이를 관리하면 쉽게 호전된다. 

반면 변비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변비는 이를 유발하는 기저질환이 있다. 대사성질환, 자가면역질환, 파킨슨병이나 치매 등 신경과 질환, 우울증, 불면증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만성변비가 유발된다. 

때문에 변비 증상이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다면 기저질환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 전문의와 함께 치료 방법을 정해야 한다. 

- 변비의 진단법은 무엇인가. 또 치료 전략도 궁금하다. 

우선 혈액검사나 대장내시경을 통해서 대장암, 대장협착, 신경학적 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 등과 같은 변비를 유발하는 원인질환이 있는지 확인한다. 
특별한 원인질환이 없는 경우에는 기능검사를 통해서 변비의 유형을 나누어 볼 수 있다. 

장운동이 정상이어도 변비가 유발될 수 있다.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했거나 식사량이 줄었을 때 혹은 과민성 장증후군으로 인해 발생하는 변비가 그런 경우이고, 생활습관 개선으로 증상을 해결할 수 있다. 

변을 배출할 때 괄약근이나 항문거근이 수축되면 배에 힘을 줘도 대변이 배출되지 않는 배출장애형 변비가 발생할 수 있다. 만성 변비환자의 절반에서 배출장애형 변비 소견을 보인다.  

- 변비 치료에는 어떤 약제가 사용되나. 약물 치료 대상은?

변비 증상이 생활습관 개선으로 쉽게 해결되지 않으면 약물 치료의 대상이 된다. 

처음에는 장의 내용물을 증가시키는 부피형성 하제와 변의 수분 성분을 증가시키는 삼투성 하제를 많이 사용하고, 잘 안 되면 장운동과 분비를 증가시키는 자극성 하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자극성 하제는 일시적으로 사용하면 효과가 좋지만, 장기 복용할 경우에는 효과가 점차 떨어져서 용량을 늘려야 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용량을 증가시키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장운동을 촉진하는 하제로는 프루칼로프라이드 성분의 장운동 촉진제가 사용된다. 

장운동 촉진제는 기존의 하제에 반응이 적은 환자나 위장운동이 저하된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하제이다. 

- 가이드라인에서는 어떤 약물을 권고하고 있나?

가이드라인에서는 초기에는 부피형성 하제, 삼투성 하제 등 환자에게 부담 없는 약물을 순차적으로 사용하길 권고하고 있다. 

이들 약물로도 효과가 없다면 자극성 하제를 사용 해 볼 수 있지만 장기간 사용에는 자극성 하제보다는 장운동 촉진제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적정 용량의 장운동 촉진제를 사용하면 장기복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특히 한 가지 기전의 하제에 듣지 않는 경우에는 다른 기전의 하제를 복합해서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 우리나라는 변비 치료에 자가용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을 많이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변비가 발생했다면 스트레스, 과로, 식습관 등 생활습관을 먼저 되짚어보고 이를 교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도 호전되지 않으면 하제를 복용하게 된다. 

약국에서 혹은 자가용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일반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 중에는 자극성 하제 성분이 들어가 있는 제품이 많은데, 이는 실제로 자극성 하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변비 증상이 지속되면 전문의를 찾아가서 기저질환 유무를 확인하고 순차적으로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자극성 하제를 장복하다가 약효가 줄어서 의료기관을 찾는 경우 더 이상 쓸 수 있는 약제가 없을 수도 있다. 

자극성 하제에 반응이 없는 경우에는 기존의 다른 하제에 효과가 없는 서행형 변비나 장무력증으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최근 프루칼로프라이드 제제의 특허가 풀리면서 약가가 많이 낮아졌다. 

변비 약제는 부피형성 하제를 제외한 대다수가 비급여다. 특히 프루칼로프라이드는 기존 다른 약제들보다 약값이 비쌌다. 이 때문에 장기복용이 필요한 환자들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특허가 풀리면서 제네릭 의약품이 나오기 시작했고, 일부 제네릭은 보험급여를 받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의료인은 약제 선택에 있어 폭이 넓어졌고, 처방도 더 쉬워졌다. 

-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의 추진사항도 궁금하다. 

우리는 위장관의 기능성 질환을 다루는 전문 학회라 변비에 대한 최신 지견을 매년 다루고 있다. 올해 4월에 열리는 국제학술대회에서도 변비 주제를 다루는 세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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