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대구동산병원 박경식 교수

위식도역류질환(GERD) 때문에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국내에서 20년간 GERD 유병률이 약 5배까지 증가했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박경식 교수(소화기내과)를 만나  GERD 약물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학술이사인 박 교수는 지금까지 100여 편의 연구논문에 참여했으며 주저자나 교신저자였던 연구논문은 약 30편에 이른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박경식 교수(소화기내과)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박경식 교수(소화기내과)

- 국내 GERD 환자가 증가하는 원인은?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위산분비를 자극하는 음식물 섭취가 늘었다. 또 비만이나 과체중의 경우 복압이 증가하면 위산 역류가 쉽게 일어나게 되는데, 최근 비만이나 과체중 인구가 늘어난 것이 GERD 환자 증가의 원인일 수 있다. 특히 가슴쓰림이나 역류증상 등 전형적인 GERD 증상은 삶의 질을 많이 떨어뜨리기 때문에 많은 환자가 병원을 찾고 있다.

- 어떤 기준으로 GERD 치료제를 선택하나?
환자가 어느 범주에 포함되는지에 따라 치료방법에 차이가 있다. 학문적으로 접근하면 역류된 내용물이 위산인지 담즙과 같은 알칼리인지에 따라 나뉜다. 식도점막에 손상이 발생하는지에 따라 미란성 및 비미란성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식도점막 손상 없이 증상이 나타나는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NERD)은 또다시 역류된 과량의 위산에 의한 경우, 위산 역류 정도는 경미하나 식도에 분포하는 내장신경의 과민성에 의해 증상이 증폭되는 경우로 분류할 수 있다. 위산 역류와는 무관해 엄밀하게는 GERD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지만 증상은 GERD와 거의 유사하게 나타나는 '기능성가슴쓰림' 질환도 있다. 
학문 외적으로는 1차 의료기관에 처음 찾아온 환자와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증상이 좋아지지 않아 대학병원에 찾아온 환자의 치료가 같을 수 없다.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의 경우에는 위산분비를 자극하는 음식을 피하도록 하고, 금연·금주를, 비만 환자는 체중감량 등 생활습관 변화를 우선적으로 권유한다. 약제가 필요하다면 효과가 오래 지속되고 빨리 나타나면서 부작용이 적은 약제를 선택하도록 한다. 이런 점에서 고전적인 히스타민수용체 억제제보다는 위산분비의 최종 단계를 차단하는 PPI 혹은 P-CAB 제제를 우선 선택한다.

- GERD 환자에서 PPI 치료 시 우려되는 점은?
모든 약제는 장단기 부작용이나 장기간 사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약제유발성 질환이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PPI는 두통, 오심, 구토, 복통, 설사 등이 간혹 나타날 수 있다. 또 흔치 않게 우울, 피로, 횡문근융해증 등이 발생한다는 보고도 있다. 장기 사용 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으로 철분, 비타민 B12, 마그네슘 등 미세 영양소 결핍, 골다공증 및 이에 따른 골절, 위막성대장염, 위저선 용종 등의 가능성이 제기된 보고들이 있다. 

그러나 PPI를 장기간 사용하더라도 이러한 부작용들에 의한 해악이 PPI 사용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에 비해 크지 않다는 보고들도 있어 현재까지 PPI는 비교적 안전한 약제로 생각할 수 있다. PPI의 주된 대사경로인 CYP2C19 대사경로를 공유하는 약제, 특히 항혈소판제인 클로피도그렐(clopidogrel)을 복용하는 환자에서는 PPI가 클로피도그렐 약효를 떨어뜨릴 수 있다. 

- 최근 개발된 P-CAB 제제의 특징은?
PPI와 P-CAB 제제 모두 위산 분비의 최종 단계인 프로톤펌프(proton pump), 즉 H+-K+-ATPase를 차단해 위 벽세포에서의 수소이온 분비를 차단하는 약제다. 그러나 이 두 약물이 작용하는 부위 및 가역성에 차이가 있다. 이런 면에서 P-CAB이 더 빠르게 효과를 보이고 약효 지속 시간은 더 긴 것으로 알려졌다. PPI는 전구약물(prodrug)로 수소이온과 결합해 활성화된 후 프로톤펌프의 특정 부위에 비가역적으로 결합해 펌프를 차단한다.

반면 P-CAB은 벽세포에서 수소이온 분비에 필수적인 칼륨이온 재흡수 부위를 가역적으로 막으면서 작용한다. 이 기전으로 인해 몇 가지 차이가 발생한다. 우선 PPI는 수소이온이 존재해야 활성화돼 위 벽세포 밖으로 분비된 후에만 작용한다. 따라서 벽세포 표면에 노출된 활성화 펌프에만 작용하지만 P-CAB은 벽세포 내에 미세관 형태로 존재하는 불활성 펌프에도 작용한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P-CAB이 이론적으로는 좀 더 효율적으로 프로톤 펌프를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 P-CAB 제제의 장단점은?
P-CAB 제제는 이론적으로는 신속하고 지속적인 약효를  기대할 수 있다. 약리 기전을 기반으로 유추해볼 수 있는 단점은 위산 억제 효과가 너무 강할 경우 앞 부분에서 언급한 장단기 부작용들이 증폭돼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전혀 다른 구조의 약물이지만 P-CAB의 원조격인 레바넥스정(revaprazan)이 간독성으로 퇴출된 바 있어 조심스러운 점도 있다. 

다만 약리 작용이 이론적인 기전에 의해 예상하는 방향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아직 임상에서 실제 사용된 기간이 짧은 만큼 장기간의 연구에 의해 보고되는 상황들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

- 앞으로 GERD 치료제의 처방 패턴이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나?
GERD 치료에 PPI가 사용된 지 30년 가까이 흐르면서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이 부각된 상태다. 다수의 임상의사가 처방에 익숙하다는 측면에서 처방 패턴이 급격히 변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임상에서 처방 가능한 테고프라잔(tegoprazan)은 임상시험을 거치면서 간독성에 대한 염려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 P-CAB이 본격적으로 처방되기 시작한 상황에서 임상의사들이 약효능에 대해 우월함을 경험하면 P-CAB의 처방빈도가 서서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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