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N, 수면장애 동반 자폐증 소아·청소년 환자 치료 가이드라인 발표
규칙적인 취침·기상시간 갖도록 행동교정…이후 멜라토닌 치료 고려
가중담요·STS 매트리스 등 보완대체의학, 효과 있다는 근거 불충분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미국신경과학회(AAN)가 수면장애를 동반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 소아·청소년 환자(이하 자폐증 환아) 관리전략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2017년까지 발표된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검토해 비약물 또는 약물 치료전략을 제시한 것으로, 자폐증 환아의 수면습관부터 개선하고 행동교정만으로 부족하다면 멜라토닌 치료를 고려하도록 권고한 것이 핵심이다.

이와 함께 자폐증 환아의 수면장애를 해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보완대체의학(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은 유용하다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못 박았다.

미국신경과학회 '자폐 스펙트럼 장애 소아·청소년 환자 치료 가이드라인' 캡쳐.
▲미국신경과학회 '자폐 스펙트럼 장애 소아·청소년 환자 수면장애 치료 가이드라인' 캡쳐.

권고안의 권고 등급은 모두 Level B로, 임상에서는 권고안을 따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Neurology 2월 12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자폐증 환아, 수면장애 흔하며 오래 지속될 수 있어

자폐증 환아는 잠이 들거나 수면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등 여러 수면장애를 동반한다. 이로 인해 환아의 행동에 문제가 생기고 건강이 악화돼 삶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

가이드라인 개발을 이끈 미국 정신건강연구소 Ashura Williams Buckley 박사는 "일반 소아·청소년 10명 중 4명이 수면문제를 겪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완화된다"며 "하지만 자폐증 환아는 수면장애가 더 흔하게 나타날 뿐만 아니라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건강이 악화되고 삶의 질이 저하된다"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자폐증 환아가 겪는 수면장애로 △잠들기를 거부하거나 회피 또는 잠들 때까지 가족이나 보호자 필요 △잠들기 어렵고 잠든 뒤 수면 유지가 쉽지 않음 △수면 시간이 짧고 매일 저녁 충분한 잠을 자지 않음 △불충분한 저녁 수면 시간과 연관된 낮시간 행동문제 등 크게 네 가지를 제시했다. 

왜 수면장애 겪나?…원인 파악이 먼저

AAN은 먼저 자폐증 환아가 수면장애를 겪는 원인부터 파악하도록 주문했다. 환아들은 정상적인 수면을 방해할 수 있는 각성제 등 약물을 복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복용 약물을 확인하고 다른 의학적 문제가 있는지 평가하도록 한 것이다.

문제가 확인된다면 그 원인부터 교정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뒀다. 특히 수면을 방해할 수 있는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면 보호자와 이 약물을 중단하거나 조절할 수 있는지를 논의하도록 했다. 

규칙적인 취침·기상시간 갖도록 해야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AAN은 수면장애의 원인이 약물 또는 의학적 문제가 아닌 자폐증 환아의 행동에서 비롯된다면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교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환경적 요인이 자폐증 환아의 수면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일차적으로 행동교정을 통해 수면 습관을 개선하도록 주문한 것이다. 게다가 행동교정은 비용이 들지 않고 이상반응이 없이 환아의 수면장애 치료에 효과를 보여 적절한 치료전략이라고 판단했다. 

가이드라인에서 자폐증 환아의 행동 중 교정이 필요하다고 중점을 둔 것은 취침시간과 기상시간이다. 이에 임상에서는 환아가 규칙적인 취침시간과 기상시간을 갖고 유지할 수 있도록 보호자에게 특히 신경 쓰도록 당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침시간은 자폐증 환아가 평소 졸음을 느끼는 시간과 비슷하게 설정하도록 했고, 취침 전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만약 자폐증 환아의 취침시간 저항(bedtime resistance)이 길어진다면 보호자가 이를 무시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강제적이지 않으면서 환아를 안심시킬 수 있는 간단한 언어로 대응하도록 했다. 

멜라토닌 권고하지만 장기간 효과·안전성 근거 부족

행동교정만으로 자폐증 환아의 수면장애를 해결하기 어렵다면, 의료진이 고려할 수 있는 다음 단계로 멜라토닌 치료를 제시했다. 멜라토닌 제제는 약 3개월 동안 단기적으로 자폐증 환아의 수면장애 치료에 효과적이며 안전하다고 보고됐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미국에서는 처방전 없이 멜라토닌 제제를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AAN은 멜라토닌 제제에 포함된 멜라토닌 함량이 어느 정도인지 신뢰할 수 없다며 구입에 주의를 요했다. 

이에 의료진은 자폐증 환아를 위한 멜라토닌 제제를 처방해주거나 가능한 한 고순도가 포함돼 '의약품 분류(pharmaceutical-grade)'에 해당하는 멜라토닌 제제를 복용하도록 권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멜라토닌 제제는 두통, 현기증, 설사, 가려움증 등의 이상반응이 보고되며 장기간 효과 및 안전성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므로, 의료진이 환아와 보호자에게 이 같은 안전성 문제를 알리도록 했다. 

멜라토닌 제제의 초기 치료로 매일 취침 30~60분 전 저용량인 1~3mg 복용하도록 권고했다. 치료 용량은 하루 10mg을 초과하지 않은 내에서 적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면 돕는 담요·매트리스?…"수면 질 개선한다는 근거 없다"

AAN은 자폐증 환아의 보호자가 수면장애를 해결하고자 보완대체의학에 관심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이에 대한 권고안을 마련했다. 

미국에서는 가중담요(weighted blanket) 또는 잠드는 소리(Sound-to-Sleep, STS) 기술을 적용한 매트리스 등이 자폐증 환아의 수면장애를 개선할 수 있는 보완대체의학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중담요는 일반 담요보다 무거워 자폐증 또는 기타 장애가 있는 환자에게 압력을 줘 뇌에서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시켜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고 전해진다. STS 기술을 적용한 매트리스는 자폐증 환아가 잠들 수 있는 촉각자극과 소리를 제공해 평온한 수면 환경을 만들어 준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AAN은 이 같은 보완대체의학이 자폐증 환아의 수면 질을 개선한다는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자폐증 환아의 수면장애를 극적으로 완화할 수 없을뿐더러 낮시간 행동문제를 개선한다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 

단 효과에 대한 근거는 부족하지만, 가중담요는 심각한 이상반응이 보고되지 않으므로 일부 환아에게는 합리적인 비약물적 접근법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Buckley 박사는 "수면장애는 자폐증 환아의 행동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며 "양질의 수면이 모든 환아의 건강과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으므로, 보호자는 의료진과 함께 환아의 수면 질을 개선할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가이드라인 개발에는 미국수면의학회(AASM), 미국소아신경학회(CNS), 미국발달및행동소아과학회(SDBP) 등이 참여했고, 미국뇌전증학회가 가이드라인의 유용성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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