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김상균 소화기내과 교수

서울대병원 김상균 소화기내과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서울대병원 김상균 소화기내과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최근 50대 이후 연령대에서 검진을 통해 장상피화생(intestinal metaplasia)을 진단받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장상피화생은 만성 위염의 진행에 따라 위 점막 조직이 장 점막의 형태로 바뀌는 것을 말하며 위암의 위험요소 중 하나다. 서울대병원 김상균 교수(소화기내과)로부터 장상피화생의 원인과 진단법, 예방법 등에 대해 들었다.

 

암 검진 받으면서 장상피화생 진단받는 경우 많아

김상균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장상피화생과 위축성위염의 연관성 및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성 위염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꼽히고, 만성 위염이 지속되면 점막이 제대로 재생되지 못해 위축이 발생, 위 점막이 장 점막으로 대치되는 장상피화생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만성 위염의, 만성 위염은 장상피화생의 대표적인 원인으로서 서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장상피화생이 50대 이상에서 많이 증가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40~50대가 내시경을 통한 암 검진을 젊은 연령대보다 적극적으로 받기 때문으로 김 교수는 분석한다. 장상피화생의 경우 1~2년 사이에 진행될 수 있는 질환이 아니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의한 염증 반응이 최소한 20~30년 경과돼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이 10대에 이뤄진다고 보면 40~50대가 돼야 인지한다"며 "젊은 사람이라고 해서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시 최소 20년 후에나 염증 반응 나타나
40대 이후 검진받으면서 장상피화생 발견

 

장상피화생 진행되기 전 제균치료해야 효과, 고령일수록 호전 가능성 줄어들어

 

위암 발생 위험에 대한 과도한 걱정은 불필요
내시경검사 2년에 한 번만 받아도 충분

이어 "내시경으로 장상피화생을 확인하는 시기가 보통 40대 이후 암 검진을 받을 때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보다 많이 진단되는 측면이 있다"며 "또 남성이 여성보다 유독 많이 발병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장상피화생을 최대한 예방하려면 젊을 때부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여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김 교수의 조언이다.

그는 "만약 20~30대 이전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사실 여부를 알게 돼 이른 제균치료를 한다면 장상피화생 발생률을 낮출 가능성은 있다"며 "최근 30대 미만 인구에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률이 감소하고 있으므로 장상피화생도 유병률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장상피화생, 위암 위험인자이지만 공포심 가질 필요는 없어

김 교수는 장상피화생이 위암으로 발병할 위험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2~3배가량 더 높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단, 이는 절대치로 따지면 높은 수치가 아니기에 과도하게 걱정하거나 불필요하게 내시경 검사를 자주 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최근 통계에서 인구 10만명당 약 60명이 위암에 걸리는데 비율로 따지면 0.06%"라며 "2~3배로 높아진다고 한들 절대치로 보면 높은 수치가 아니니 과도하게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전체 50~60대 인구에서 둘 중 한 명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갖고 있어 장상피화생도 그만큼 흔하나, 이들에게 모두 위암이 발병되는 것은 아니니 국가에서 권하는 주기로 내시경 검사만 해도 장상피화생에 의한 위암 예방이 충분하다"고 부연했다.
 

제균치료했다고 100% 안심해선 안 돼

특히, 김 교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치료가 장상피화생과 위축성위염을 완벽하게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만능장치'는 아님을 강조했다.

위축성위염이 장상피화생에 도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찍 제균치료를 실시하면 위축성위염은 일정 부분 호전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많지만, 반대로 위축성위염이 오랫동안 지속돼 장상피화생이 진행됐다면 제균치료를 해도 되돌릴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김 교수는 "제균치료로 장상피화생이 호전됐다는 일부 연구결과가 있긴 하다"며 "그러나 장상피화생이 오래 지속됐다면 제균치료를 하더라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의견이 좀 더 많다"고 전했다.

서울대병원 김상균 소화기내과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서울대병원 김상균 소화기내과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오히려 제균치료 여부보다 제균치료의 시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의견이다.

그는 "장상피화생이 오래 지속된 60대 이상에서의 제균치료는 20~30대의 제균치료에 비해 효과가 없을 수밖에 없다"며 "고령은 제균치료로 인한 장상피화생 호전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제균치료가 위염을 100% 예방하거나 위암 발생률을 낮출 수 있냐에 대해서도 정확한 연구결과는 아직 없기 때문에 제균치료로 모든 위험에서 해방됐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현재 국립암센터에서 대규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음식 종류가 장상피화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는 혼재된 경향이 있어 특정 음식이 위험성이 높거나 낮다는 확실한 결론은 아직 없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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