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정부 규제에 사외이사 구하기 경쟁 돌입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정부가 이사회를 통한 상장 기업의 견제기능 강화에 나서자 제약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상법·자본시장법·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되면서 사외이사 임기에 제한을 뒀기 때문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제약업계는 오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로서의 역할과 전문성을 가진 새로운 인물 찾기에 나섰다. 

올해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의 경우 주주총회를 통해 연임에 대한 의결을 받아야하지만, 6년 이상 재직한 사외이사에 대한 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10년 재직 사외이사 변경 불가피한 제약업계

일양약품은 사외이사 모두를 교체해야 한다. 

우선 일양약품은 오는 3월 열릴 주주총회에서 3명의 사외이사 모두가 교체될 전망이다. 3명의 사외이사는 임기가 3월 24일 만료되는데, 이들이 연임되면 사외이사 6년 임기 제한에 걸리 때문이다. 

일양약품에 따르면 현재 사외이사는 총 3인으로, 배명식 세무사, 윤성화 아주대분자과학기술학과 교수, 김종진 정현회계법인 이사 등이다. 

배 이사는 경인지방국세청 징세조사국장 출신으로 일양약품에서 11년을 재직한 인물로 교체가 불가피하다. 아울러 윤 이사와 김 이사 역시 일양약품에서 5년째 근무 중인 만큼 올해 주총에서 연임이 불가능한 상태다. 

유한양행을 비롯한 몇몇 제약사는 3명 중 2명의 사외이사를 교체해야 한다.

유한양행에 따르면 의생명공학전문가인 고인영 강원대 의생명공학과 교수와 법률 전문가인 정순철 변호사가 3월 23일 임기가 만료, 3월 열릴 주총에서 교체해야 할 상황이다. 

고 교수와 정 변호사는 2014년 3월 사외이사로 선임된 이후 3년의 임기를 마치고 2017년 3월 재선임됐다. 

특히 유한양행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자체규제심사위원을 지낸 정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하지 못하게 되면서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나의료재단 이철 총괄의료원장은 2017년 7월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된 만큼 올해 3월 다른 사외이사들과 함께 임기가 만료되지만 1회 연임은 가능하다. 

국제약품도 이필우, 김순평, 이병준 등 3명 중 2명의 사외이사가 교체 대상이다.

회계분야 업무를 담당하는 이필우 사외이사는 2008년까지 국제약품에서 회계담당 임원으로 재직해 온 회계·재무 전문가다. 2014년부터 사외이사로 재직해 온 그는 오는 3월 22일 임기가 만료되면서 연임이 불가능하다. 

또 같은 날 임기가 만료되는 김순평 변호사 역시 2012년부터 1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사외이사로 재직해온 터라 교체 대상에 포함된다.   

부광약품은 법률자문을 담당해온 김태균 변호사와 경영자문을 해온 김상용 교수가 교체 대상이다. 이들의 임기는 3월 16일까지다. 

다만, 부광약품에서 회계자문을 담당해온 조삼문 회계사는 2년의 임기를 5번이나 연임했지만, 임기가 2021년 3월 15일까지라 교체 대상이 아니다. 법무부는 2020년 새로 신임하는 사외이사에 한해 임기 6년 제한을 조건으로 적용키로 했기 때문이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에 따르면 현재 사외이사는 한국외대 조장연 경영대 교수, 한양대 이연택 사회과학대 교수, 숙명여대 약대 표명윤 명예교수 등 3명의 사외이사가 재직 중이다. 

이들 가운데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심의위원회 위원을 지낸 조 교수와 감사원 부정방지대책위원를 역임한 이 교수는 한국유나이티드제약에서 4회 연임하며 10년 동안 사외이사로 재직한 만큼 올해 주총에서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외에 대원제약도 재무·회계 전문가인 전창하 사외이사를 대신할 인물을 찾아야 한다.   

의·약계 전문가 비롯 이사회 중축과도 이별 

주축 사외이사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국내 제약사도 있다. 

우선 동아에스티는 이사회 주축인 우병창 사외이사가 변경될 전망이다. 

2014년 선임된 우 사외이사는 재직기간 6년을 모두 채웠다. 

특히 우 사외이사는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하고 있어 교체 시 부재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업계는 전문성 및 업계 이해도를 감안해 의·약사를 사외이사로 선호해왔는데, 이들을 교체해야 하는 기업도 있다. 

동화약품은 3월 21일 심우영 사외이사와 예종석 사외이사의 공백이 발생한다. 예 사외이사는 동화약품에서 마케팅 분야 조언을 담당해온 인물이다. 

아울러 의학전문가인 경희대 의과대학 심우영 교수도 교체될 전망이다. 동화약품은 의학적인 전문 자문을 해온 심 사외이사가 교체될 경우 이를 담당할 새로운 인물을 찾아야 한다. 

동국제약도 10년의 인연을 이어온 이민구 사외이사를 다른 인물로 대체해야 한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이 사외이사는 압구정서울성형외과 원장이자 의학분야 전문가라는 특수성을 십분 발휘, 동국제약의 경영에 도움을 줬다. 

1인 사외이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GC녹십자는 경제전문가인 최윤재 교수가 임기 6년 제한에 걸린다. 

최 교수는 2014년 GC녹십자 사외이사로 선임된 이후 2016년, 2018년에 재선임됐고, 올해 주총 때 임기(3월 21일)가 만료된다. 

미국 프레스턴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획득한 최 교수는 2017년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의 비상경제대책단에 참가한 인물로, 이른바 '경제통'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발 동동' 제약업계 "쉽지 않네"

상황이 이렇자, 제약업계는 새로운 사외이사를 모시기 위해 바쁜 모습이다. 

정부의 규제로 많은 인력의 이탈이 불가피한 만큼 이를 대체하기 위한 노력이 역력하다. 

상장 제약사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 임기 제한은 상장사 전체에 대한 규제인 만큼 제약업계 만의 특수한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제약업계에서도 이를 준수해야 하는 만큼 전문성을 갖추고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외이사를 구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다만, 기업에서 임원으로 지내다 사외이사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에 대해서는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실제 국제약품의 경우 교체 대상인 이필우 사외이사는 2008년까지 국제약품에서 회계담당 임원으로 재임했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사외이사는 기업 경영에 대한 조언도 하지만, 경영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직책"이라며 "내부 직원을 사외이사로 자리를 옮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질책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