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라인이 권하는 기준에 근거해 제2형 당뇨병을 진단내렸다면, 다음은 목표를 세우고 지체 없이 치료에 돌입하는 것이 급선무다. 고혈당에 장기간 노출되는 것은 당뇨병 환자에게 좋을 것이 하나 없기 때문이다.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진단시점부터 초기에 신속하게 적극적으로 혈당을 조절해야 혈관합병증 위험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보고돼 왔다. 혈당조절은 신속하게 장기적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치료에 앞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혈당을 얼마까지 낮출 것인가의 문제, 즉 혈당조절 목표치의 설정이다. 당뇨병 치료의 경우, 적극적인 혈당조절에 동반될 수 있는 저혈당증 위험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수준까지 강하시키는 것이 적정한가에 대한 고민과 토론이 계속돼 왔다. 주목할 대목은 북미와 한국·유럽의 혈당 목표치 권고안이 다소 차이를 나타낸다는 점이다.

환자 임상특성을 제1인자로 고려해 혈당 목표치 설정

혈당조절에서는 당화혈색소(A1C)가 주된 기준으로 자리하고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가이드라인에서는 A1C 검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미국당뇨병학회(ADA) 가이드라인도 역시 A1C를 기준으로 목표치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사를 주문하고 있다.

매년 업데이트되는 ADA 가이드라인이지만, 전통적으로 고수해 온 한 가지 원칙이 있다. 바로 환자 중심 접근법, 즉 환자 맞춤형 치료전략에 무게를 둔다는 것이다. 이는 환자의 임상특성을 제1인자로 고려해, 이에 맞는 치료전략을 수립하라는 주문이다. 

전통적 맞춤형 접근법은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 목표치를 설정하는 데도 적용된다. 제2형 당뇨병은 인슐린분비능과 인슐린저항성을 비롯해 매우 다양한 발병루트를 거치기 때문에 환자들이 광범위한 스펙트럼에서 다양한 특성을 나타낸다.

당뇨병 이환기간, 연령, 성별, 동반질환, 심혈관질환 위험도 등에 따라 임상특성이 다변화돼 있는 것은 물론 치료에 대한 반응과 궁극적인 합병증 예후도 제각각이다.

ADA는 당뇨병의 다양한 유병특성에 근거해 혈당조절에  'one-size-fits-all' 방식의 획일적인 접근법 대신 혈당강하제의 부작용 위험(특히 저혈당증)과 환자의 연령·건강상태 및 여타 특성을 고려해 위험 대비 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개별화 전략이 요구된다는 점을 누차 강조해 왔다.

A1C 기준점 7%…환자 특성 따라 더 강하게, 덜 엄격하게

결론은 환자의 임상특성에 따라 혈당조절 목표치 또한 다양한 값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준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ADA는 A1C 7%를 혈당조절 목표치의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7% 미만으로 조절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는 것. 미국은 "비임신 성인에서 A1C 7% 미만으로 혈당을 조절하는 것이 적절하다(A)"는 입장을 올해도 어김없이 유지했다.

하지만 7% 기준이 황금률은 아니다. 여기서 ADA의 환자 맞춤형 접근법이 빛을 발하는데, 환자의 특성에 따라 7%를 기준으로 강·약의 변화가 가능하다. ADA는 모든 당뇨병 환자에게 일괄적으로 7% 기준을 적용하도록 강요하지 않았다. 특정 지점을 하나의 잣대로 삼아 환자와 질환양상에 따라 보다 강하게 또는 덜 엄격하게 혈당을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ADA는 혈당조절 목표치와 관련해 "저혈당증을 비롯해 여타 부작용 위험 없이 치료가 가능한 일부 선택적 환자군에게는 보다 엄격한 A1C 목표치를 적용, 6.5% 미만 조절도 타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다 엄격한 치료에 적합한 환자군은 △짧은 당뇨병 이환기간 △장기간 기대수명 △심혈관질환 무병력자 △생활요법 또는 메트포르민으로만 치료받는 제2형 당뇨병 환자 등을 포함한다. 

또 보다 강력한 혈당조절과 달리 "△중증 저혈당증 병력 △제한된 기대수명 △미세혈관·대혈관합병증 진행 △광범위한 동반질환 △혈당조절이 어려운 장기간 이환 환자 등에게는 완화된 A1C 목표치로 8% 미만 조절을 적용할 수도 있다(B)"며 환자특성에 따른 맞춤형 접근법을 제시했다.

그림으로 보는 혈당 목표치

ADA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맞춤형 혈당조절을 강조하는 동시에, 이를 간략한 그림으로 요약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친절함을 보인다. 그림에서는 A1C 목표치 7%를 기준으로, 환자가 나타내는 임상특성 즉 △저혈당증 및 약제 부작용 위험 △당뇨병 이환기간 △기대수명 △주요 동반질환 △혈관합병증 등의 정도에 따라 혈당조절 강도를 차별화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일례로 동반질환이나 혈관합병증이 없으면 A1C 7% 미만보다 엄격하게, 심각한 수준이면 7%보다 높은 수치로 완화해서 혈당을 조절할 수 있다. 당뇨병 이환기간이 길고 기대수명이 짧은 고령환자에게는 7%보다 완화된 목표치로 혈당조절에 임하게 된다. 

당뇨병을 신규 진단받고 기대수명이 긴 젊은 연령대에게는 보다 공격적인 혈당조절이 가능하다. 저혈당증 및 여타 약물 부작용 위험이 높고 낮음에 따라서도 보다 완화되거나 공격적인 혈당조절을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한편 대한당뇨병학회(KDA)는 지난해 업데이트한 당뇨병 진료지침을 통해 미국과는 다른 혈당 목표치를 제시하고 있다. 가이드라인 업데이트 당시 초미의 관심사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을 어느 정도까지 낮춰야 하느냐였다. 

먼저 혈당조절은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A1C 7% 미만조절에 힘을 실은 데 반해 대한당뇨병학회는 6.5% 미만 조절을 고수했다.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위원회는 격론 끝에 우리나라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보다 강하게 조절하도록 권고했다. 

아주의대 김대중 교수(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일반적인 혈당조절 목표는 당화혈색소 6.5% 미만으로 할 것을 권고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환자의 상태 등을 고려해 목표치를 개별화해야 한다는 단서조항도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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