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A '당뇨병 앱 유용성' 관련 온라인 회의 진행
인슐린 투여량 계산기 부정확성·개인정보 보호 문제 등 제기
서울성모병원 김헌성 교수 "환자 계속 사용할 수 있는 효용가치 제공해야"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스마트폰을 이용한 당뇨병 관리 애플리케이션(이하 당뇨병 앱)이 실제 환자 관리에 유용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당뇨병 앱이 환자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현재 제대로 된 역할을 하는 유용한 당뇨병 앱이 개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당뇨병 앱에 포함된 인슐린 투여량 계산기의 부정확성과 개인정보 보호 문제 등은 당뇨병 앱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적된다.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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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당뇨병학회(ADA) 건강관리체계 및 질관리 전문가 그룹(Healthcare Delivery and Quality Improvement group)은 지난달 16일 스마트폰을 이용한 당뇨병 앱이 환자 관리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온라인 회의를 진행했다.

당뇨병 앱 유용성 평가한 근거 '부족'

당뇨병 앱의 유용성 논란은 환자 관리에 효과적임을 입증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시작한다. 

회의에 참여한 싱가포르 난양공대 Josip Car 교수는 "2017년 이후 약 30만 개 이상의 건강관리 앱이 개발됐고 매일 200여 개의 새로운 앱이 등장하고 있다"며 "대부분 앱이 미국식품의약국(FDA) 규제를 받지 않는다. 앱의 성능과 안전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6년 보고에 의하면, 당뇨병 앱 중 동료평가(peer-reviewed)를 진행한 논문이 있거나 FDA 또는 유럽 CE 인증을 받은 앱은 단 14개다(Endocrinol Metab Clin North Am 2016;45(4):943~965).

당뇨병 앱의 유용성을 확인한 임상연구가 부족한 이유는 비용 문제와 추적관찰의 어려움을 들 수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이 비싸고 유용성을 입증하기 위한 이중맹검 연구가 어려우며, 소프트웨어 또는 하드웨어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연구 동안 환자 추적관찰이 쉽지 않은 것. 

인슐린 투여량 계산기 정확하지 않아…자가관리 돕는 역할 못 해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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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당뇨병 앱을 이용한 인슐린 투여량 계산기의 부정확성은 큰 문제로 지적된다. 

2015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슐린 투여량 계산기 기능이 있는 앱 46개 중 91%는 입력된 수치에 대한 검증(numeric input validation)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59%는 1회 이상의 입력 값이 누락돼도 계산기능이 작동했다. 게다가 67%는 부적절한 인슐린 투여량을 권고했다(BMC Med 2015;13:106).

당뇨병 앱이 환자의 자가관리를 돕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보고도 이어진다. 

지난해 Car 교수 연구팀이 당뇨병 앱 371개를 분석한 결과, 10개 중 4개 이상에서 저혈당 경고(41.2%) 또는 고혈당 경고(41.6%)가 없었다. 또 85%는 실시간으로 자가 혈당 관리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JAMA 2019;321(15):1530~1532). 

이와 함께 당뇨병 앱 143개 중 42%는 항당뇨병제를 복용하도록 알리는 기능이 없었다. 항당뇨병제 관련 정보를 제공한 앱은 5.6%에 불과했고, 60%는 항당뇨병제 복용 교육 내용을 제공하지 않았다. 83%는 복약 순응도를 평가하는 기능이 없었다(BMC Med. 2019 Jul 17;17(1):127). 

당뇨병 앱 사용 후 문제 나타나면?…'환자 책임'

당뇨병 앱 사용 후 문제가 나타나면 그 책임은 사용자인 환자에게 있어, 환자의 위험부담이 크다는 한계점도 있다.

FDA는 "대부분 당뇨병 앱은 진단 또는 치료 목적의 의료기기가 아니므로 FDA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며 "대부분 당뇨병 앱은 '구매자 위험부담 원칙(caveat emptor)'을 따른다"고 밝혔다. 

개인정보 보호 문제도 당뇨병 앱이 해결해야 할 이슈다. 영국 국가보건의료서비스(UK National Health Service)가 안전하며 신뢰할 수 있다고 인증한 앱 79개 중 70개(89%)에서 환자 정보가 온라인을 통해 제3자에게 전달됐다. 인터넷으로 식별정보를 제공할 때 암호화하지 않은 앱은 66%, 개인정보 보호 관련 정책이 없는 앱은 20%였다(BMC Med 2015;13:214).

당뇨병 앱, 정확성·편리성에 '+α' 필요

국내 전문가는 ADA 논의 내용과 마찬가지로 당뇨병 앱이 환자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실제 임상에서 유용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김헌성 교수(내분비내과)는 "과거 당뇨병 앱으로 혈당을 관리할 수 있다는 논문은 이미 많이 발표됐다"며 "하지만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당뇨병 앱의 만족도를 평가했을 때, 기기 오작동 또는 전송 오류 등으로 앱의 만족도가 낮을 환자들은 오히려 앱을 사용하지 않은 이들보다 혈당이 더 나빠지는 결과를 보인 연구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앱이라면, 당뇨병 환자들이 앱을 사용 안 하느니만 못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사용자인 환자 친화적이고 도움이 되는 당뇨병 앱이 아니라면 환자들이 잘 사용하지 않고 오히려 악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당뇨병 앱의 정확성과 사용자 편리성에 더해 환자가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의학적인 효용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데 방점이 찍힌다. 

의료 앱을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이유를 분석하면 앱의 정확성 또는 편리성의 문제보다는 의료용 소프트웨어(Software as Medical Device, SaMD)가 환자에게 무엇을 제공하느냐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의료 앱을 1년 이상 사용하는 환자는 50%도 안 된다. 이 중 60%는 6개월 안에 앱 사용을 그만둔다"며 "환자는 앱이 단순히 '운동 부족'이라고 안내해주는 것만으로 앱을 계속 사용해야 한다고 느끼지 못한다. SaMD가 환자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앱 사용의 지속성이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뇨병 환자에게 혈당측정기와 당뇨병 앱만 제공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당뇨병 환자에게 의학적으로 높은 효용가치를 제공해야만 환자가 의료기기와 앱을 계속 사용할 것"이라며 "많은 전문가가 당뇨병 환자에게 높은 효용가치를 제공해 앱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 앞으로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피력했다.

단 현재로써 당뇨병 앱의 한계점이 있지만 쓰지 않는 것보다는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그는 "환자 스스로 혈당을 측정한다는 행위 자체가 자가관리의 시작이다. 당뇨병 환자가 본인 상태를 인지하는 것부터 관리의 시작이기에, 앱을 활용하는 것이 사용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며 "당뇨병 앱을 이용해 환자에게 어떻게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할지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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