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대규모 코호트 연구 결과, 일반인보다 자살 위험 높아…수개월 이내 위험 가장 커
덴마크 연구팀 "우울증 증상 있는 신경질환 환자 관리 필요"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신경질환 환자는 자살할 가능성이 커 임상에서 각별한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덴마크 대규모 코호트 연구 결과, 신경질환 환자는 신경질환이 없는 일반인과 비교해 자살할 위험이 높았다. 

자살에 대한 절대 위험도(absolute risk difference) 차이는 작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했고, 신경질환 진단 후 수개월 이내에 그 위험이 가장 높았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덴마크 정신보건센터 Annette Erlangsen 박사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JAMA 2월 4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신경질환 환자, 일반인보다 자살 위험 1.8배↑

이번 연구에 앞서 두부외상, 뇌전증, 다발성 경화증과 자살의 연관성을 확인한 인구 기반 연구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다른 신경질환인 헌팅턴병, 근위축성 측상 경화증, 파킨슨병 환자의 자살 위험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연구팀은 다양한 신경질환과 자살의 연관성을 평가하고자 1980~2016년 덴마크에 거주하는 15세 이상 인구 약 730만명을 대상으로 전국단위의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에서 확인한 신경질환은 △두부외상 △뇌졸중 △뇌전증 △다발성 신경병증 △근신경 이행부 질환 △파킨슨병 △다발성 경화증 △중추신경계 감염성 질환 △수막염 △뇌염 △근위축성 측상 경화증 △헌팅턴병 △치매 △지적장애 △그 외 뇌질환 등이다.

추적관찰 23.6년(중앙값) 동안 총 3만 5483명이 자살했다. 평균 나이는 51.9세였고 14.7%(5141명)가 신경질환 환자였다.

이를 토대로 추산한 자살률은 10만 인년(person-years)당 신경질환 환자가 44명으로, 신경질환이 없는 일반인(20.1명)보다 높았다. 자살 가능성 역시 신경질환 환자가 일반인보다 1.8배 더 컸다(RR 1.8; 95% CI 1.7~1.8).

다만 절대 위험도 차이는 10만 인년당 23.9명으로 작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진단 후 1~3개월째 자살 위험 가장 높아…시간 지날수록 위험 줄어

신경질환에 따른 자살률은 △두부외상 4.5% △뇌졸중 3.5% △뇌전증 3.0%로, 5% 미만이었다. 특히 근위축성 측상 경화증과 헌팅턴병 환자의 자살률은 각각 0.09%와 0.05%로 극소수였다. 

그러나 일반인과 비교한 자살 가능성은 근위축성 측상 경화증이 4.9배(IRR 4.9; 95% CI 3.5~6.9), 헌팅턴병이 4.9배(IRR 4.9; 95% CI 3.1~7.7)로 가장 컸다. 

그 외 신경질환 환자의 자살 위험은 일반인 대비 △다발성 경화증 2.2배(IRR 2.2; 95% CI 1.9~2.6) △두부외상 1.7배(IRR 1.7; 95% CI 1.6~1.7) △뇌졸중 1.3배(IRR 1.3; 95% CI 1.2~1.3) △뇌전증 1.7배(IRR 1.7; 95% CI 1.6~1.8)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흥미로운 결과는 시간이 자살에 대한 위험요인이라는 것이다. 결과를 종합하면 신경질환 진단 후 수개월 이내에 자살 위험이 가장 높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위험이 낮아졌다. 

구체적으로 자살 위험은 신경질환 진단 후 1~3개월째에 3.1배(IRR 3.1; 95% CI 2.7~3.6)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신경질환을 진단받은 지 10년 이상 지나면 그 위험이 1.5배로 줄었다(IRR 1.5; 95% CI 1.4~1.6).

이와 함께 치매 환자의 자살 위험은 일반인보다 20%(IRR 0.8; 95% CI 0.7~0.9) 낮았지만, 진단 후 첫 1개월 동안에는 그 위험이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IRR 3.0; 95% CI 1.9~4.6).

Erlangsen 교수는 "연구에서 신경질환 환자는 일반인보다 자살할 위험이 높았지만 절대 위험도 차이는 작았다"며 "자살 발생 건수가 적었을지라도, 신경질환 전문의는 우울증 증상이 있거나 고민이 있는 신경질환 환자에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 이번 연구는 신경질환과 자살의 인과관계를 보여주지 않아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1차 의료기관에서 진단된 환자는 포함되지 않아 자살 사례가 적게 보고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토대로 향후 자살 위험이 있는 신경질환과 신경질환 진단 후 자살 위험이 높아지는 특정 시기가 있는지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자살협회 Jonathan B. Singer 회장은 "헌팅턴병과 근위축성 측상 경화증 환자의 자살 위험이 높지만 치매 환자는 낮다는 결과가 흥미롭다"며 "이번 연구 결과에 따라 임상에서는 헌팅턴병과 근위축성 측상 경화증 환자 치료 시 자살 예방 전략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