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 첫 확진자…"HRCT 안했으면 놓쳤다"
국내 신종 코로나 첫 확진자…"HRCT 안했으면 놓쳤다"
  • 박선혜 기자
  • 승인 2020.02.05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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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료원 김진용 과장·서울대병원 오명돈 교수, 첫 확진자 역학적·임상적 특징 보고서 발표
흉부 방사선촬영에서 폐침윤 관찰 안돼…초기 환자 상태 안정적이었지만 3일 후 폐렴 발생
증상 발생 4일째부터 HIV 치료제인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 투약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감염증 첫 확진자는 고해상능 폐CT를 진행하지 않았다면 놓쳤을 것이라는 보고가 나왔다.

첫 확진자(35세 여성, 중국 우한 거주)는 발열, 한기 등 증상이 나타난 초기에 우한시 내 의원에서 검사를 받았지만 흉부 방사선촬영에서 폐침윤이 관찰되지 않았다. 국내에서 인천의료원 입원 후 시행한 흉부 방사선촬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고해상전산단층촬영술(high-resolution computed tomography, HRCT)에서는 흉막에 음영이 확인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형태 및 미세구조.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형태 및 미세구조.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제공.

인천의료원 김진용 과장(감염내과)과 서울대병원 오명돈 교수(감염내과)는 국내 첫 확진자의 역학적·임상적 특징에 대한 보고서를 대한의학회지 2월 3일자 온라인판을 통해 발표했다.

첫 확진자, 임상적 특징 어땠나?

첫 확진자는 1월 19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공항 검역과정에서 체온이 38.3℃로 측정되면서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이 있는 인천의료원으로 이송됐다.

인후도찰물(throat swab) 샘플에 대한 중합효소연쇄반응법(PCR) 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인됐다. PCR 증폭산물(PCR amplicon)의 서열은 우한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에게서 분리한 바이러스 서열과 동일했다.

확진자는 발열이 있는 환자와 야생동물 등에 노출되지 않았고 우한시 화난수산시장을 포함한 재래시장(wet market)에 방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입국 하루 전인 1월 18일, 확진자는 발열, 한기, 근육통 등이 나타나 우한시 내 의원에 방문했다. 흉부 방사선촬영을 받았지만 폐침윤이 관찰되지 않아 일반적인 감기로 진단됐다.

그러나 1월 19일 인천의료원 입원 당시 체온은 38.4℃, 호흡수는 분당 22회, 맥박은 분당 118회, 혈압 139/92mmHg였다. 인두의 충혈(pharyngeal injection), 피부발진, 선병증 등은 없었다.

증상 발생 4일째인 1월 21일 진행한 흉부 방사선촬영에서는 폐침윤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고해상전산단층촬영술에서는 양측 흉막에 여러 개의 간유리음영(ground-glass opacities)이 확인됐다.

대한의학회지 2월 3일자 보고서에서 발췌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첫 확진자 흉부 이미징. (A)흉부 방사선촬영과 고해상전산단층촬영술로 확인한 폐. 증상 발생 후 3일째인 1월 21일 흉부 방사선촬영에서는 폐침윤이 확인되지 않았다. (B~E)같은 날, 고해상전산단층촬영술에서는 양측 흉막에 여러 개의 간유리음영이 나타났다. (F)증상 발생 후 7일째인 1월 25일 흉부 방사선촬영에서 오른쪽 폐 하부영역에서 폐침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한의학회지 2월 3일자 보고서에서 발췌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첫 확진자 흉부 이미징. (A)흉부 방사선촬영과 고해상전산단층촬영술로 확인한 폐. 1월 21일 흉부 방사선촬영에서는 폐침윤이 확인되지 않았다. (B~E)같은 날, 고해상전산단층촬영술에서는 양측 흉막에 여러 개의 간유리음영이 나타났다. (F)1월 25일 흉부 방사선촬영에서 오른쪽 폐 하부영역에서 침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진료실 검사에서는 백혈구 감소, 혈소판 감소, 간효소 증가 등 경미한 변화가 나타났다. 입원 기간에 확진자는 코막힘, 기침, 가래, 늑막성 흉통 불편감, 물설사 등 증상이 있었다.

1월 21일에 확진자는 호흡곤란에 대해 불편하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동맥혈 산소 포화도가 약 91%로 감소해 비강 캐뉼라(nasal cannula)로 산소를 분당 3L 투여했다. 

1월 24일 산소 요구량은 분당 6L로 증가했고, 25일 진행한 흉부 방사선촬영에서 오른쪽 폐 하부영역에서 폐침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증상 발생 4일째부터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 투약

확진자에게는 증상 발생 4일째인 1월 21일부터 HIV 치료제인 로피나비르 400mg/리토나비르 100mg을 투약했다.

발열은 10일간 지속됐고 증상 발생 후 7일째인 1월 24일에 체온이 38.9℃로 가장 높았다. 이어 증상 발생 11일째인 1월 28일부터 체온이 내려갔다. 

증상 발생 14일째인 1월 31일부터 호흡곤란이 개선돼 산소 요구량이 감소했고, 흉부 방사선촬영에서 폐 병변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임상적 특징만으로 신종 코로나 감염 판단 어렵다"

의료진은 확진자의 건강 상태는 안정적이었지만 증상 발생 후 3일 만에 폐렴이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첫 3일 동안 확진자는 가래, 늑막성 흉통 불편감, 객혈, 청진에서 수포음(crackles), 흉부 방사선촬영에서 폐침윤 등의 임상적 특징이 없었던 것.

의료진은 "환자가 고해상전산단층촬영술을 받지 않았다면 폐렴을 진단받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는 임상적 증상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폐렴이 발생했지만 가벼운 독감 유사 증상만 나타나는 임상적 특징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당시의 비정형 폐렴인 '보행폐렴(walking pneumonia)'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보행폐렴은 폐렴 증상이 약하게 나타나 폐렴에 걸린 줄 모른 채 다닌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를 통해 감염자는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의료진은 역학적으로 감염 위험이 있고 증상이 있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선별검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의료진은 "이번 문제를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상기도 감염에서 폐렴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환자들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폐렴이 발생할 때까지 기다리고 검사를 진행하기보다는, 역학적으로 감염 위험이 있고 증상이 있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선별검사를 진행하는 게 안전할 것이다. 임상적 기준만으로는 상당한 폐렴 환자, 특히 초기 단계인 환자를 놓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는 증상이 발생하기 전 바이러스를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수 있다"면서 "감염 초기 단계에서 무증상 또는 경도 증상 환자의 전염규모를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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