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S, SARS 확진자, 사회적 낙인 겪어...'불안'과 '분노' 느껴
국내 연구팀 "불안과 분노를 조기 치료하지 않으면 PTSD로 악화할 수도"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사한 호흡기질환에 걸린 환자들의 약 절반이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었다는 연구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2가지 연구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과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에 걸린 환자들은 불안감과 분노와 같은 감정들을 퇴원 후에도 느껴 결국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발병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내과에서 원무과 직원들이 환자 접수를 받고 있다.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를 비롯해 의료진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근무중이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기자
30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내과에서 원무과 직원들이 환자 접수를 받고 있다.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를 비롯해 의료진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근무중이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기자

2016년 11월 Epidemiology and Health에 연구논문을 발표한 국내 연구팀에 따르면 2016년 MERS가 유행했을 때 백신과 치료법들이 없어 사회적 불안과 공포 수준이 높았다. 

우리나라에서 MERS의 첫 확진자는 2015년 5월 20일에 확인됐다. 이후 45일 이내 186명이 감염되고 38명이 사망해 MERS는 약 20% 치사율을 기록했다. 

연구팀은 "그 당시에 몇몇 학교들과 병원들이 문을 닫으면서 일반 인구에서 불안감이 증가해 MERS 확진자들은 사회적으로 낙인됐고 육체적으로 격리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구팀은 이러한 확진자들의 정신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정부 데이터를 활용해 연구에 참여할 확진자 7313명에 연락했다. 

그 결과, 1692명이 참여하기로 동의했다. 연구에 참여를 거부한 약 5%(65명)는 비동의를 표현하면서 욕설과 하소연을 했다. 약 30%(499명)는 연구 참가자로 알려질까 봐 두려워서 참여를 거부했다. 

이어 연구팀은 2015년 11월에 또는 MERS 격리 해제된 후 4개월 시점과 6개월 시점에서 분노(anger)와 불안(anxiety)을 측정하는 정신 건강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2015년 11월에 격리되는 상황에서 참가자 약 50%는 불안감, 약 50%는 분노를 느꼈다. 

또, 격리 후 4~6개월 시점에서 참가자 약 20%는 여전히 불안감을 느끼고, 약 30%는 분노를 느꼈다고 나타났다. 

연구팀은 "자연재해 같은 경우 불안, 분노 등을 조기에 치료하면 이들의 악화를 예방할 수 있지만, 조기 중재법(intervention) 없으면 이러한 증상들은 PTSD로 발병한다"며 "따라서 불안과 분노의 증상을 조기에 인식하고 적절할 치료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SARS 때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다. 

2003년 SARS는 30개 국가와 8000명에 감염했고 774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SARS 환자도 사회적 낙인이 됐고 불안과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문제가 나타났다고 보고됐다. 그러나 이 문제는 우리나라에 국한되지 않았다.

홍콩 연구팀에 따르면 SARS 감염을 극복한 1394명 중 약 절반(47.8%)에서 PTSD 증상들이 발병했고, 25%는 치료받은 지 30개월이 지나도 PTSD 증상을 앓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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