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단백(a)'로 新심혈관질환 치료길 열릴까
'지단백(a)'로 新심혈관질환 치료길 열릴까
  • 박선혜 기자
  • 승인 2020.01.20 0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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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a)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치료 목표로 유용성은 근거 부족
Lp(a) 최대 80% 낮추는 신약 'AKCEA-APO(a)-LRX' 주목…임상 3상에 기대감 모여
국내·외 전문가 "임상 결과 발표 후 재논의해야…평생 1회 측정 필요"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치료 목표로서 지질단백질(a)(Lipoprotein a, 이하 Lp(a))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과거 Lp(a)를 낮추는 효과가 있었던 치료제들이 심혈관 혜택 입증에 실패하면서 Lp(a)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졌지만, 최근 Lp(a)를 큰 폭으로 낮추면 의미 있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근거가 쌓인 것이다.

▲Lp(a) 조절하는 치료전략 관련 연구 결과.

 

현재까지 발표된 연구를 종합하면,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인 Lp(a)를 낮춰도 심혈관 혜택을 얻기 어렵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Lp(a)를 큰 폭으로 조절할 수 있는 신약이 개발되면서, Lp(a)를 치료 목표로 한 심혈관질환 예방 길이 열릴지 학계의 관심이 모인다. 

ESC·EAS "평생에 최소 1회 Lp(a) 측정해야"

Lp(a)는 심혈관질환의 독립적인 위험요인이다. 혈중 농도는 약 90%가 인종 및 유전적 요인으로 결정되며, 변동 폭이 작아 일정 수준으로 유지된다.

지난해 유럽심장학회(ESC)·동맥경화학회(EAS)는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확인하기 위해 평생 최소 1회 Lp(a)를 측정하도록 새롭게 권고했다. 

유전적으로 180mg/dL 이상의 높은 Lp(a)는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과 심혈관질환 위험이 유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치료 목표는 50mg/dL 미만으로 제시했다. 

Lp(a) 조절로 CVD 예방 효과는 '글쎄'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하지만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고자 Lp(a)를 조절해야 하는지는 뜨거운 감자다. Lp(a)을 목표로 치료했을 때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췄다는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상지질혈증의 1차 치료제인 스타틴은 Lp(a)에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약 10% 높인다고 보고된다(J Am Coll Cardiol 2017;69(6):692-711). 

Lp(a)는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이므로, 스타틴이 Lp(a)를 높인다면 예후가 악화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스타틴은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가 확실한 치료제다. 이 때문에 Lp(a)만을 치료 목표로 두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HDL-콜레스테롤을 높이고 Lp(a)를 낮추는 나이아신(niacin)은 심혈관 혜택 검증에 실패했다. 

나이아신은 AIM-HIGH 연구에서 Lp(a)를 21%, HPS2-THRIVE 연구에서 23% 낮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문제는 이 같은 Lp(a) 조절 효과에도 불구하고 심혈관 혜택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나이아신 치료 시 위장관사건, 근골격계 질환, 피부질환, 감염, 출혈 등 위험이 감지됐다. 

이에 지난 2016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스타틴 병용요법에 대한 나이아신의 적응증이 삭제하면서 나이아신은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CETP 억제제도 나이아신처럼 Lp(a) 조절 효과가 나타났지만 심혈관 혜택은 입증하지 못한 치료제다. CETP 억제제인 에바세트라핍은 Lp(a)를 22.3% 낮췄음에도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등 위험을 낮추지 못했다(N Engl J Med 2017;376(20):1933~1942). 

또 다른 CETP 억제제인 아나세트라핍은 Lp(a)를 25% 낮추면서 심혈관질환을 막는 효과가 REVEAL 연구에서 확인됐다(N Engl J Med 2017;377:1217~1227). 그러나 치료 2년까지는 심혈관 혜택이 나타나지 않고 4년간 진행했을 때 유의한 결과가 보고되면서, 그 효과를 '겨우' 확인했다는 학계의 평가를 받으며 개발이 중단됐다.

PCSK9 억제제는 다르다?…Lp(a)·MACE ↓

PCSK9 억제제는 앞선 치료제들과 다른 행보를 걷는다. Lp(a)가 높은 환자에게 PCSK9 억제제를 투약하면 Lp(a)가 조절되고 심혈관질환 위험도 감소한다는 결과가 보고된 것.

PCKS9 억제제인 에볼로쿠맙(제품명 레파타)은 치료 전과 비교해 치료 48주 후 Lp(a)를 27% 낮추는 효과가 FOURIER 연구에서 입증됐다. 

특히 치료 전 Lp(a) 수치에 따라 환자군을 4분위수로 분류했을 때 가장 높은 군의 관상동맥질환에 의한 사망 또는 심근경색 위험이 가장 낮은 군 대비 1.26배 높아, Lp(a)가 LDL-콜레스테롤과 독립적인 심혈관질환 위험인자임을 증명했다.
 

알리로쿠맙(제품명 프랄런트)도 최근 발표된 ODYSSEY OUTCOME 연구에서 Lp(a)의 25% 감소 효과를 보였다(J Am Coll Cardiol 2020;75:133~144). 이에 더해 알리로쿠맙으로 Lp(a)를 1mg/dL 낮추면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위험을 0.6% 의미 있게 낮춰(HR 0.994; 95% CI 0.990~0.999), Lp(a)가 독립적인 치료 목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두 가지 치료제의 임상연구는 Lp(a)를 치료 목표로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검증하고자 진행된 연구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아울러 학계에서는 PCSK9 억제제로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Lp(a) 치료 목표인 50mg/dL 미만까지 낮추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Lp(a) 낮추지만 실용화 어려운 '지질분리 반출법'

약물 외에 Lp(a)를 60~70% 이상 크게 낮출 수 있는 치료법으로 지질분리 반출법(apheresis)이 있다.

2013년 Circulation에 실린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지질분리 반출법 전 2년간 MACE 연간 발생률은 0.41%였지만 치료 후 연간 발생률은 0.09%로 그 비율이 78% 감소했다(Circulation 2013;128(24):2567~2576). 그러나 이 연구에 포함된 환자 수는 170명으로 적어 유효성을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 지질분리 반출법은 혈액을 채취하고 성분을 걸러내 다시 체내로 돌려보내는 방식으로, 비용, 시간, 장소 등 측면에서 장기적인 치료가 어렵고 불편해 실용화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기대주 'AKCEA-APO(a)-LRX'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그럼에도 학계가 치료 목표로서 Lp(a)에 대한 끈을 놓지 않는 이유는 Lp(a)를 크게 낮출 수 있는 신약이 개발 중이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AKCEA-APO(a)-LRX(TQJ230)'다. 안티센스 올리고핵산(antisense oligonucleotide) 기반 치료제로, 임상 2상에서 용량 의존적으로 Lp(a)를 최대 80%까지 낮췄다(N Engl J Med 2020;382:244~255). 심각한 이상반응도 보고되지 않았다. 

다만 이 같은 Lp(a) 조절 효과로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는 아직 연구되지 않았다. 하지만 Lp(a)를 크게 조절할 수 있어 심혈관 혜택도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멘델리안(Mendelian) 무작위 연구 5가지를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Lp(a)를 101.5mg/dL 감소시키면 LDL-콜레스테롤을 38.67mg/dL 낮췄을 때 얻을 수 있는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가 나타났다(JAMA Cardiol 2018;3(7):619-627). 

이는 그동안 Lp(a)를 낮췄던 치료제가 심혈관 혜택이 나타나지 않았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근거이면서, Lp(a)가 높은 환자군을 대상으로 Lp(a)를 큰 폭으로 낮추면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신약 임상 3상에 관심…치료 대상 적을 것이라는 전망도

전문가들은 Lp(a)를 조절하는 신약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면서 향후 임상연구 결과가 발표되면 Lp(a)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중지를 모은다. 현재로서는 Lp(a) 치료보단 측정에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지난 9~1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심혈관중재학회 동계학술대회'에서 인제대 상계백병원 변영섭 교수(심장내과)는 "Lp(a)를 낮추는 치료전략이 떠오르고 있지만, Lp(a)를 조절해 심혈관 혜택을 확인한 치료제는 없다"면서 "현재로서는 Lp(a)를 치료하기보다는, 평생에 한 번 정도 측정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고 전했다.

가천대 길병원 한승환 교수(심장내과)는 "Lp(a)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안티센스 올리고핵신 기반 치료제가 개발됐고, 현재 임상 3상을 시작했기 때문"이라며 "Horizon 연구로 명명된 임상 3상이 최근 시작됐다. Lp(a)가 70mg/dL 이상인 심혈관질환 환자 7680명이 모집해 심혈관사건 예방 효과를 평가한다. 이 결과에 따라 Lp(a)를 치료 목표로 둬야할지 재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브리검여성병원 Samia Mora 박사는 JACC 1월호에 실린 논평을 통해 "급성 관상동맥증후군이 있었던 환자는 Lp(a)를 측정하지 않는 것보단 한 번은 측정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단 심혈관 혜택을 입증하더라도 치료 대상이 되는 환자는 적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에볼로쿠맙과 Lp(a)의 연관성을 본 FOURIER 연구를 주도한 미국 브리검여성병원 Michelle L. O'Donoghue 교수는 "멘델리안 무작위 연구에서 Lp(a)를 큰 폭으로 낮추면 심혈관 혜택이 나타났다"면서 "이러한 측면에서 Lp(a) 수치가 아주 높은 환자군에만 치료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임상 3상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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