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S 때와 달리 노출 병원명 빠른 공개로 국민 혼란 줄인 모범사례
국내 유증상자 진료 받은 의료기관들, 평소와 다름없는 분위기 유지
전문가들, 질병관리본부와 의료계 대응 '침착하고 정확했다' 칭찬

충북대병원이 신종 감염병 대응 모의훈련을 하는 장면. 기사내용과 관계 없음.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중국 우한시 폐렴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보여준 현재까지의 대응력이 메르스(MERS) 때와 달리 체계적이고 발 빨랐다는 데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우한시 폐렴 유증상자가 최종적으로 격리되기 전까지 거친 모든 의료기관 명이 초반에 공개되면서 국민의 혼란을 줄이고 의료계가 침착하게 대응하게 상황을 바라보게끔 했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8일 중국 우한시 방문력이 있으면서 폐렴 증상을 보이는 중국 국적의 36세 여성을 '조사대상 유증상자'로 분류해 격리 치료 및 검사를 실시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에서 유행 중인 우한시 폐렴 증세의 유증상자가 국내에서 최초로 확인 된 것이다.

이후 질본은 △조사대상 유증상자 상태 호전되고 안정적 △국내 유증상자와 중국 우한시 폐렴은 관련 없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분석·검사법 개발 착수 등의 발표를 연달아 실시했다.

추가적인 역학조사 결과 등에 따라 상황은 변할 수 있으나, 우한시 폐렴의 발생 과정 및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함이라는 게 질본의 설명이다.
 

유증상자로 인해 노출된 병원명 빠른 공개, 효과 있었나?   

특히, 이번 우한시 폐렴의 국내 대응에서 눈여겨 볼 점은 노출된 의료기관들이 메르스 때에 비해 상당히 빠르게 공개됐다는 점이다.

공개된 곳은 오산한국병원,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최종 이송)으로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의 폐렴 소견 신고일 7일 바로 다음날(8일), 질본은 이들 의료기관에 유증상자가 어떤 경로로 방문해 어떤 진료를 받았는지와 접촉자의 규모까지 추정해 공개했다.

규모 및 확산 범위·속도 등 메르스 때와의 동일한 수준으로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지만, 2015년 5월 20일 당시 메르스 첫 환자 발생 이후 정보가 6월 6일이 돼서야 공개된 것과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메르스 경험의 학습이 아주 잘된 사례라며 칭찬에 인색하지 않았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교수(감염내과)는 "질본의 움직임이 예전보다 합리적으로 진행됐다"며 "환자관리 측면, 의심환자 입원 후 진단체계 구축, 중국과의 의사소통 등 세련됐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대한감염학회 유진홍 회장(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도 "정부와 의료계의 대응이 체계적이라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주게 된 모범적인 사례"라며 "메르스를 크게 경험해서 그런지 몰라도 현재까지는 선진국 수준으로 잘 하고 있다"고 평했다.

질본은 의료계의 적극적인 협조에 감사 인사를 표했다.

질본이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 우한시 폐렴 현황에 대한 의료기관의 정확한 인지와 신속한 신고가 조사대상 유증상자 파악에 큰 도움을 준 것에 각별한 감사를 전한다고 언급한 것.

이름이 공개된 의료기관들은 평소와 다름없는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오산한국병원 관계자는 "방문객 수 측면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했으며, 한림대의료원 관계자 또한 "우한시 폐렴과 관련해 특별하게 문의를 하거나 걱정하는 환자들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유증상자가 격리돼 치료 및 검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큰 혼란은 없다"며 "평상시와 똑같은 분위기이고 오히려 침착하다"고 언급했다.
 

병원명 공개, 감염병 확산 방지 등의 효과 있다는 의견도

이처럼 감염병에 노출된 병원명을 공개하는 것이 감염병 확산 방지, 국민 혼란 방지, 정부와 국민의 신뢰도 향상 측면에서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선, 고려대의대 박기수 연구교수(환경의학연구소)는 감염병에 대한 신속한 정보 공개는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차원을 넘어 감염병 자체의 확산을 방지하고 통제하는 기능까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이 신종 감염병 대응 모의훈련을 하는 장면. 기사내용과 관계 없음.
▲삼성서울병원이 신종 감염병 대응 모의훈련을 하는 장면. 기사내용과 관계 없음.

박 교수는 "원인 미상 질병의 정체를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국민들에게 정보를 공개해야 통제 및 예방이 된다"며 "중요한 질병인지 아닌지를 떠나 국민들이 스스로 컨트롤을 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갑 교수는 "병원명을 공개하는 주된 이유는 정보전달의 측면이 강하다"며 "감염 가능성이 없는 경우야 굳이 공개할 필요는 없지만 전파가 조금이라도 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면 공개를 꺼려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역설했다.

노출된 병원명의 공개/비공개 여부를 바라보는 관련 학회의 입장도 대동소이하다.

유진홍 회장은 "감염병 노출 의료기관명 공개가 병원 경영에 악영향을 주고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일부 주장이 있을 수는 있다"며 "하지만 메르스를 경험해서 아는 것처럼 당장은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더라도 결국 정부와 의료계 및 국민들 사이의 신뢰감을 견고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즉,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 공개가 국민 건강 피해 축소와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는데 일부 역할을 하며 감염병 통제 및 확산방지 등에 기여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인 것이다. 
 

政,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분석·검사법 개발 착수

현재 정부는 중국 우한시 폐렴의 원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임됨에 따라 중국이 학계를 통해 공개한 유전자염기서열을 입수, 추가분석과 검사법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단, 현 단계에서 사스바이러스와의 직접적 연관성 및 독성을 확정할 수는 없어 바이러스 분류, 감염력, 독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심층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질본은 "모든 역량을 집중해 1개월 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법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며 "의심환자에게 적용된 판코로나바이러스(pan-coronavirus) 검사법과 달리 새롭게 구축될 검사법은 공개 유전자 염기서열을 사용한 편리하고 빠른 검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국내 최초 우한시 폐렴 유증상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는 연관이 없다고 하나 아직은 경계를 늦출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유 회장은 "이미 중국어로 된 안내문과 전화 홍보를 하고 있겠지만, 중국인들은 한국어를 숙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병원 방문에 있어서 위험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입국하는 이들, 입국 한 후에 병원 등을 방문하는 이들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중국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는 12일 기준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확인 41명(사망 1명, 중증 7명, 퇴원 6명), 접촉자 763명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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