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기 또래 괴롭힘, 성인 이후 후유증 남겨
칠곡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병수 교수팀, JKMS 게재
니코틴, 알코올, 기분장애 증가... PTSD 특히 증가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 최근 아동기 또래 괴롭힘이 성인기 정신질환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칠곡경북대병원 김병수(교신저자), 우정민 교수(제1저자, 정신건강의학과)팀이 대한의학회지(JKMS, Volume 34(46); December 2, 2019)에  2016년 정신질환실태조사 자료를 이용해 아동기 또래 괴롭힘과 성인기의 DSM-IV 정신질환 및 자살성 간 관련성을 분석했다.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연구팀은 18세 이상 성인 5102명을 대상으로 또래 괴롭힘이 없었던 군(n=4574), 또래 괴롭힘이 있었던 군(n=412)으로 구분하고,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개발해 세계 공통으로 사용하는 국제진단면담 도구(K-CIDI)를 사용해 연구를 진행했다. 

특히 자살에 대한 생각, 계획, 시도 등에 대해 설문조사 조사했다. 또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 측정 도구(ACE-IQ)를 사용해 어린 시절 또래 괴롭힘을 측정했다.

또 또래 집단 괴롭힘이 성인이된 후 정신질환과 자살성 증가 등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로지스틱회귀분석도 사용했다.   

연구 결과는 놀라웠다. 아동기 또래 괴롭힘은 사회인구학적 요인을 통제한 후에도 성인기의 니코틴 사용장애, 알코올 사용장애, 기분장애, 불안장애 증가와 관련이 있었다. 또 불안장애 중에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대한 교차비가 특히 높았다(AOR 9.95).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니코틴 사용장애는 또래 괴롭힘이 없었던 군은 4.8%, 괴롭힘이 있었던 군은 11.1%였다. 알코올 사용장애도 괴롭힘이 없었던 군이 10.4%, 있었던 군은20.0%로 나타나 두 배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불안장애도 괴롭힘이 없었던 군이 3.0%인 것에 반해 괴롭힘이 있었던 군은 6.8%를 기록해 역시 큰 차이를 보였다.

"아동기 또래 괴롭힘 조기발견하는 것이 중요"

이번 논문의 결론은 아동기 괴롭힘은 성인기 정신질환 및 자살성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성인기의 알코올 사용장애, 니코틴 사용장애 등을 줄이려면 아동기 또래 괴롭힘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연구팀의 조언했다.

논문 교신저자인 칠곡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병수 교수에게 논문과 관련된 몇 가지 사항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칠곡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병수 교수.
▲칠곡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병수 교수.

-어린 시절 괴롭힘을 당한 사람이 성인이 된 후 니코틴 장애 등을 겪는 이유는? 

우리 연구가 그것을 밝히려고 한 것이 아니어서 그에 대한 내용이 논문에 담겨있지는 않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어린 시절 또래 집단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면 정신질환 유병률이 높아지고, 트라우마가 생겨 이것이 대인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몸속에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호르몬 시스템에 장애가 생겨 우울증이나 불안증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프로세스는 추정할 뿐이지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 논문 결과 다른 장애보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가 특징적으로 높은 까닭은? 

또래 괴롭힘이라는 그 상황 자체가 인간에게 트라우마를 주기 때문으로 파악하고 있다. 스트레스 호르몬에 반응하는 것을 반응성이라 하는데, 어렸을 때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성인이 된 후 스트레스에 취약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이유로 특히 PTSD가 다른 질환보다 더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 또래 괴롭힘과 자살 관련성은 어떤가?  

아동기 학대 빈도에 따라 '때때로(occasionally)'와 '빈번하게(frequent)'를 나눠 조사했다. 그 결과 때때로 당한 어린이는 성인이 된 후 자살 증가와 통계적 유의성이 없었다. 하지만 빈번하게 학대를 당한 아이는 사회인구학적 요인과 정신질환의 평생유병률 통제한 후에도 자살 계획, 자살 시도 등이 유의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작성에 최근 버전이 아닌 DSM-IV를 이용한 이유는?

세계보건기구(WHO)가 DSM-05 개정작업을 했지만, 아직 한국어판 개정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 개정을 하려면 번역도 해야 하고, 표준화연구 등이 필요해 몇 년 이상 걸린다. 그래서 이번 연구에서는 DSM-IV를 이용해 연구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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