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주 세브란스병원 외과입원전담전문의 인터뷰
수술대 서고 싶어도 못 서는 외과의사들 많아
제도 통해 이들의 활로 찾을 수 있을 것 기대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정은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간담췌외과 입원전담전문의는 외과계열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블루오션'이라고 표현한다. 대부분 제도와 정책이 누군가의 것을 뺏어서 채워 주는 방식인데, 이 제도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환자는 물론이고 집도의, 전담의, 전공의, 간호사, 병원 모두에게 좋은 제도가 지금껏 있었던 적이 있냐고 오히려 되묻고 싶다는 게 정 교수의 생각이다.

때로는 집도의와 환자 및 기관 내 다양한 의료직역 간의 효과적인 의사소통의 매개자로서, 때로는 효율적인 전공의 교육 제공자로서, 진료의 효율성 증대와 의료의 질적 향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하고 있는 존재가 외과 입원전담전문의라고 주장한다.

정은주 세브란스병원 외과입원전담전문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정은주 세브란스병원 외과입원전담전문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Q -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가 갖춰야 할 역량은 무엇인가.

외과계 환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수술이다. 수술 전 관리는 최적의 수술을 하기 위함이고 수술 과정 및 소견에 따라 수술 후 관리 방향이 결정된다. 수술 전후 관리는 수술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상처관리를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외과 환자의 해부학적, 생리적 변화에 기반해 영양관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효율적인 처치를 위한 리더 역할과 외과 술기를 시행할 수 있는 역량을 지녀야 한다. 

Q - 내과 인력으로 외과계 전담의를 대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내과와 외과 환자의 특성은 다르다. 예를 들어 내과 환자는 열이 나면 해열제로 떨어뜨리는데, 외과 환자에게 해열제를 무작정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같은 맥락으로 외과 환자에게 소변이 안 나온다고 이뇨제를 우선적으로 쓰면 신장이 망가진다. 환자를 바라보는 방향이 전혀 다르다는 의미다. 수술에 대한 이해도 차이에서 내과와 외과가 갈린다. 

Q - 외과 의사인데 수술할 수 없다는 것을 문제 삼는 경우도 있다.

외과 의사의 정의는 '수술하는 의사'가 아니라 '수술할 수 있는 의사'다. 입원전담전문의가 수술을 할 수 없는 의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외과는 개원가 상황이 몇 년째 좋지 않기 때문에 수술과 동떨어진 곳에서 활동하는 외과 의사들이 상당히 많다. 현재 우리나라는 외과 의사들 모두가 수술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점에 착안하면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 확보가 의외로 쉬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수술현장이 싫어서 떠난 것이 아닌 외과 의사들의 니즈를 외과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충족시켜 줄 수 있다. 실제로 전국 39명의 외과 전담의 중 10여 명이 교수나 펠로우를 그만두고 왔다.

Q -늘어나는 외과 입원전담전문의 수가 내과보다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있다.

2017년 이후 외과 입원전담전문의는 3배 넘게 늘었다. 현재 전국적으로 약 175명의 입원전담전문의가 있는데 외과가 39명이다. 산부인과와 정형외과 등 외과계열을 모두 합하면 51명으로, 비율로 봤을 때 절대 적은 수는 아니다. 내·외과 전체 의사 수를 기준으로 직접적인 비교를 하면 39명이라는 외과 전담의 숫자가 적은 편은 아니나 단지 앞으로 얼마나 늘어날지가 관건이다.

Q - 병동 운영에 가장 만족도가 높은 직군은?

간호사의 만족도가 제일 높은 것으로 분석되곤 한다. 과거 외과에서는 간호사가 전공의에게 콜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전공의가 수술실에 있거나 다른 업무를 보고 있으면 콜 연결이 원활하지 않았다. 설령 콜이 연결돼도 오더를 정확하게 내리기까지 시간이 지체되고 결국 환자에게 악영향을 끼치곤 했다. 하지만 전담의는 병동에 상주하고 있기 때문에 애당초 콜이 아니라 직접 전담의를 찾아와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정은주 교수ⓒ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세브란스병원 외과 정은주 교수ⓒ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Q-지방병원에도 외과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정착할 수 있을까?

본사업에 가면 수가 조정도 있겠지만 첫 시작은 인력이든 재원이든 여력이 있는 병원 위주로 세팅될 것 같다. 서울의 대형병원도 지원자를 찾기 힘든데 지방병원은 정착이 더 힘들 것이라는 지적은 맞다. 단지 누군가는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간호간병통합서비스와 비교하면서 수도권 쏠림현상이 심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이를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경기권의 개원의나 봉직의 중 외과 입원전담전문의로 전향한 경우가 꽤 있는데, 서울이 아닌 해당 지역의 전담의 병원으로 흡수되는 경향이 큰 것으로 조사됐고, 대부분 젊은 인력이라 쏠림현상이 있을 수밖에 없는 간호사와 의사는 상황이 다르다. 물론 아직은 지방에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 병원이 한 곳밖에 없어서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다.

Q - 정부와 의료계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병원마다 규모와 환자군, 연령대 등이 모두 다른데 같은 형태의 지침으로는 외과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정착시키기 힘들다. 세부적인 프레임 구조를 유연하고 다양하게 하면 보다 많은 병원이 도입을 하려고 하지 않을까. 너무 유연하면 관리가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기본 취지를 흔들지 않는 선에서 지침 운영에 유연성을 가미해야 한다. 의료진 측면에서는 기존의 외과병동 운영 컨셉이 완전히 바뀌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가 변화하면서 업무가 분업화되고 있는 사실을 인지하고 인식을 바꿔야 한다. 특히 집도의가 자신이 수술한 환자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인력이 되려면 외과 입원전담전문의의 역량 관리는 필수이며, 이는 우리 전담의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언제 어느 곳에서든 외과 입원전담전문의라고 불린다면 그 누구도 그의 역량에 대한 의심이 없도록 자체적인 질 관리, 역량관리, 자정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제는 입원전담전문의가 필요할까를 고민할 때가 아니라 어떻게 도입해야 효과적일까를 고민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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