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동에 부는 새바람~외과 입원전담전문의, 이젠 데이터로 말할 때
병동에 부는 새바람~외과 입원전담전문의, 이젠 데이터로 말할 때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0.01.1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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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 입원전담전문의병동을 가다
외과 입원전담전문의 등장 후 응급상황 20%↓, 야간 콜 30%↓

야간 및 휴일에 입원해 있는 중증환자의 안전과 의료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가하고,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수련병원의 의료인력 공백과 환자안전 문제 심화 우려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추진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현재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시범사업은 크게 내과계와 외과계로 나뉜다.

이 중 내과계에 비해 전문의를 구하기 더 어렵고 확대 속도 또한 더디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가 2020년을 기점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 도약해야만 하는 이유는 명확하지만 그 방법과 방향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이에 메디칼업저버는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2017년 5월부터 도입해 적극 운영 중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을 찾아 외과입원전담전문의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내다봤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세브란스병원 외과 입원전담전문의 사업은 지난 2017년 5월 8일 총 3인의 전담의로 시작해 145, 146병동에 위치한 대장항문외과와 위장관외과부터 운영됐다. 급성기 외과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우선 시행된 것인데 입원전담전문의 진료 프로세스와 환자 안내자료, 진료 지원 전산 개발 등을 거쳐 파일럿 테스트를 약 한 달간 진행했다.

파일럿 테스트 종료 시점(2017년 6월 5일)에 진료환자는 누적 74명이었으며, 세브란스병원은 일주일 후인 6월 13일 병동 개소식을 공식적으로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했다. 이후 2019년 5월, 세브란스병원은 입원전담전문의 병동을 신규로 개설했다고 대내외로 알린다. 추가된 병동은 간담췌외과와 이식외과였으며, 전담의 4인을 추가 영입해 현재 총 7명의 외과 입원전담전문의가 환자들과 함께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171병동은 간담췌외과 병동으로, 현재 전담의 2인이 일주일씩 번갈아가며 환자를 돌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는 정은주 교수(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 연구회 초대 회장)의 순번이었다. 그의 공식적인 출근 시간은 오전 7시이지만 매일 6시 30분까지 병동에 도착해 하루 일과를 준비한다.
 

AM 7:00 “간밤에 잘 주무셨어요?” 오전 회진

집도의와의 의견충돌?
의료진 의견 갈리는 건 환자에게 좋은 일
의료진 서로에게도 시너지

"간밤에 잘 주무셨어요? 안 아프다고 하면 거짓말입니다. 화장실에 몇 번 가셨나요?"

정은주 교수의 회진은 간단한 인사말로 시작하는 듯하나, 입원환자에게 지난밤에 있었던 변화와 상태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 교수가 환자를 만나는 장소는 다양하다. 병실 외에도 화장실, 욕실, 휴게실, 복도 등에서 환자와 대화한다.

일찍 일어나는 환자는 병실 외의 장소에서 회진을 돌고 있는 정 교수를 만나게 되는데, 먼저 다가와 말을 건네는 횟수가 잦은 것이 특징이다. 그만큼 환자들이 매일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입원전담전문의를 편하게 생각한다는 방증이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환자는 복도나 휴게실에서 전담의를 마주쳤을 때도 주저없이 질문을 하며 궁금증을 푼다. 회진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건 병동에 상주하는 입원전담전문의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정 교수는 "집도의보다 환자를 자주 만나다 보니 친근하게 느껴서인지 먼저 다가와 자신의 상태를 묻거나 설명하는 환자가 여럿 있다"며 "한 환자는 집도의에게 입원전담전문의가 회진을 자주 오니까 안 와도 된다고 말해서 그를 당황스럽게 만든 적이 있을 정도로 환자들의 반응은 솔직하다"고 말했다.

환자와의 대화 속에는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파악하기 위한 장치가 여럿 있다. 잠을 몇 시간 잤는지, 화장실을 몇 번이나 갔는지, 속이 불편한지 등은 기본적인 질문이고 상태가 호전될 상황이 아닌데도 환자가 아프지 않다고 하면 그 부분을 지적해서 다시 묻는다.

또한 환자가 궁금해 할 사항을 직접 브리핑해 주기도 하는데 당일 계획된 검사 및 치료 일정을 알려주고, 식단이 변화되는 시점과 예상 퇴원일 등도 설명한다.

이처럼 환자 1명에게 할애되는 시간은 평균 약 4~6분이며, 중환자는 2배 이상 더 걸린다. 환자들의 만족도는 입원전담전문의 운영과 관련된 여러 연구결과 지표에서도 나와 있듯이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입원전담전문의 병동을 한 번도 이용하지 않은 환자는 있을지언정 한 번만 이용하는 환자는 없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외과입원전담전문의 병동 회진의 차별화된 모습 중 하나는 집도의 회진이 별도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오전 7시부터 시작되는 전담의 회진과 별도로 환자를 수술한 집도의도 회진을 돈다.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집도의의 환자는 전담의 진료 환자와 전공의 진료 환자로 나뉘는데, 전담의 진료환자의 주치의는 기본적으로 집도의다. 따라서 전담의 진료 환자의 최종 결정 권한도 집도의가 갖고 있으며, 전담의는 진료 환자에 대해 입원기간 내 집도의와 협력해 외과 전문의로서의 진료를 수행한다. 집도의와 전담의는 직접 의사소통을 원칙으로 하며 이들 간의 협의된 내용은 교육적 목적하에 전공의에게 전달할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 외과입원전담전문의 병동 환자들은 하루에 전문의를 최소 세 번 만날 수 있다. 사진은 집도의와 전담의가 함께 회진을 도는 모습.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세브란스병원 외과입원전담전문의 병동 환자들은 하루에 전문의를 최소 세 번 만날 수 있다. 사진은 집도의와 전담의가 함께 회진을 도는 모습.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다만, 집도의→전공의→전담의 혹은 전담의→전공의→주치의 형태의 의사소통은 최대한 배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실제 이날도 정 교수가 병동 전체를 대상으로 오전 회진을 돌 때 집도의들도 환자를 회진했다.

필요할 경우, 집도의와 전담의가 함께 환자와 대화하기도 하지만 집도의의 회진 동선을 전담의가 모두 따라다니지는 않는다. 결국 입원전담전문의 병동에 입원한 환자는 하루에 전문의를 만날 기회가 최소 3번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외과입원전담전문의와 집도의의 관계는 어떨까. 정 교수는 같은 환자를 보는 입장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 갈등이 생기지 않겠냐는 우려는 당연하다고 설명한다. 정 교수는 외과입원전담전문의 병동을 운영하기 전,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환자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뱃속을 들여다본 집도의"라며 "이는 전담의가 환자 상태를 파악한 후 치료, 검사, 퇴원 등에 관여하지 못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집도의가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상의할 수 있는 전문의가 1명 더 존재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언급했다.

수술을 직접 시행한 집도의와 환자를 가장 오랫동안 관찰한 전담의가 의견을 공유하면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장점에 집중하면, 둘 간의 의견 충돌은 심각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 교수는 "사람은 하나에 꽂히면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전문의 2명이 환자 1명을 두고 의견이 상충하면 환자에게는 훨씬 좋은 일이고 결과적으로 두 전문의에게도 도움이 된다"며 "결국에 관점의 차이다. 집도의와 전담의 관계를 정의하려면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M 9:00 입원전담전문의병동 팀회의

과거 의사 1명이 담당하던 의사소통
전담의·전공의·간호사 등 
한데 모여 ‘다방향’ 소통

정 교수의 회진은 오전 9시가 돼서야 마무리된다. 보통 아침 회진은 빠르면 8시 30분에 마무리되지만 회진 중 발생하는 돌발상황이나 집도의의 회진 일정 등에 따라서 변동되곤 한다. 오전 회진이 끝나면 전공의를 비롯해 전문간호사(Nurse Practitioner, NP) 등과 입원전담전문의병동 팀 회의를 시작한다.

세브란스병원은 독립된 장소에서 회의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병동 스테이션 주변에서 자유롭게 회의를 한다. 언제라도 환자를 돌볼 수 있고 병동 전체의 현황을 부서별로 공유하기 쉽기 때문이다.

정은주 교수가 집도의 및 전공의, 간호사 등과 상시 의사소통 하고 있는 모습.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세브란스병원의 외과 입원전담전문의 팀은 외래간호, 입원간호, 입원원무, 병실배정원무, 병동원무매니저, 전공의 부서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각자 정해진 역할에 대한 특이사항과 간밤에 있었던 환자의 주요 정보를 공유하고 인수인계 사항이 있으면 전달한다. 과거 집도의나 전공의 1인에 의해 모든 의사소통을 했던 것과 달리 다방향 의사소통을 통해 병원 내 환자 안전과 진료의 질적 향상을 추구한다는 공통된 목적을 갖고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PM 12:00 외과 입원전담전문의 전체회의

병원뿐 아니라 외과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전체에 대한 의견 교환 시간

응급상황 발생 빈도 수 변화 연구 등

세브란스병원 외과 입원전담전문의 전체 회의는 오후 12시부터 시작된다. 전담의 병동이 하나의 건물에 있는 것이 아니어서 각 병동 전담의들이 오전 회진과 병동별 회의를 마친 후 별도의 시간과 장소를 정해 한자리에 모인다. 이들이 논의하는 주제는 매번 다르지만 세브란스병뿐만 아니라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전체에 대한 의견도 교환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한외과학회는 최근 학회 산하로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 연구회'를 공식 설립했다. 현재 정은주 교수가 초대 회장을 맡고 있으며 전국 39명의 외과 입원전담전문의가 모두 가입돼 있다. 산부인과와 정형외과 등 외과계열 전담의까지 확장하면 51명의 전담의가 연구회에서 활동 중이다. 

이날 12시 회의에는 정은주 교수를 비롯 세브란스병원 정윤빈, 박슬기 입원전담전문의가 자리해 최신 연구내용을 공유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이제는 환자와 의료진의 만족도 연구를 벗어나 실제 데이터상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병원 운영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회의중인 세브란스병원 외과 입원전담전문의 박슬기, 정윤빈, 정은주 교수(왼쪽부터).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우선 응급상황의 발생 빈도수 연구다. 정 교수는 세브란스병원에 외과 입원전담전문의가 도입된 후 응급상황이 20% 이상 줄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새로운 전공의와 간호사 등 숙련되지 않은 신규 의료진이 많은 시기인 11월부터 3월까지의 응급상황은 40%가량 감소했다.

정 교수는 "보통 11월부터 3월까지는 숙련되지 않은 의료진이 많은 시기인데 외과 입원전담전문의가 운영되고 나서의 응급상황을 비교하니 40%가 줄었다"며 "입원전담전문의가 응급상황 발생 여부에 영향을 준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두 번째는 야간 콜 횟수와 관련된 연구다. 이는 평균적으로 낮에 전공의가 담당하던 환자보다 전담의가 맡은 환자의 야간 콜이 약 30% 적었다는 데이터를 토대로 한 연구인데, 정 교수는 전공의보다 더 전문적인 전담의가 퇴근 전 환자의 야간 상태를 예상하고 계획 및 해결방안을 미리 마련해 놓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세밀한 분석이 더 필요하지만 전담의와 전공의가 담당하는 환자들의 야간 콜 횟수에 차이가 존재했다"며 "야간에 환자를 보는 당직자가 동일하다고 볼 때 낮에 누구에게 케어를 받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진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PM 2:00 ~ 신환 받고 오후 회진…응급 대처방안 인계

전공의에겐 또 한 명의 ‘시어머니’?
전공의를 노동자로 봤을 때의 관점일 뿐…
수련자로 바라보면 ‘교육 채널’ 보강된 것

정 교수는 점심식사를 간단하게 해결한 후 오전 수술 환자들이 새롭게 병동으로 올라올 것을 대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이 과정에서 기존 환자들의 치료 상황을 재차 체크하고 병실을 돌며 오후 회진을 준비한다. 오후에는 집도의보다는 주로 전공의들과 호흡할 일이 많은데, 정 교수는 전담의와 전공의 관계 설정 역시 외과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한다.

전공의 입장에서는 집도의가 이미 존재하고 그의 지시를 따르고 있는데, 전담의가 또 한 명의 시어머니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는 전공의를 노동자로 바라봤을 때 생기는 시선일 뿐, 오히려 수련자 측면에서 전담의와 함께 일하는 것이 전공의에게 이점이 된다는 게 정 교수의 주장이다.

외과입원전담전문의가 전공의들과 병동 곳곳에서 의견교환을 하고 있는 모습.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그는 "전공의들이 집도의와 전담의 중 누구의 말을 듣고 상의해야 할지 헷갈리거나 불편할 수도 있지만 입원전담전문의 병동은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전공의는 전담의와 모든 상황을 함께 경험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을 배울 수 있다"며 "이 또한 앞서 말한 집도의와의 관계처럼 관점의 차이다"라고 말했다.

오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오후 회진을 끝내고 나니 시간은 어느덧 퇴근 시간인 7시에 가까워졌다. 정 교수는 야간 당직팀을 위해서 환자별로 응급상황 발생 시 대처방안 등을 꼼꼼히 체크하고 인수인계에 나섰다. 

그는 2년 6개월여 전 한 대학병원의 부교수 자리를 내려놓고 수술실을 떠나 입원전담전문의의 길을 들어설 때를 회상했다.

그는 "당연히 지금도 수술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이 길을 선택할 때 두 마리 토끼 중 전담의 토끼가 더 매력적으로 보였고, 실제로 경험해 보니 집도의, 전공의, 간호사와 상시 호흡하고 환자를 돌보는 무궁무진한 블루오션이었다. 후회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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