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타파~ 적정수혈을 고민하라
관행타파~ 적정수혈을 고민하라
  • 박선재 기자
  • 승인 2020.01.1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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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혈량 줄일수록 환자 예후 개선에 혜택 커
"의료진 수혈 관행 깨고 정부도 평가 나서야"
우리나라도 올해부터슬관절치환술 수혈 평가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거의 무풍지대에 있던 수혈에 대해 몇 년 전부터 ‘적정수혈’이라는 키워드가 이슈로 떠올랐다.

국내 혈액 공급량이 점차 감소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올해부터 정부가 수혈 적정성 평가에 돌입하면서 적정 수혈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환자에게 수혈을 적게 하면 간염이나 에이즈 등의 감염 위험 감소, 입원 기간 단축, 의료비 지출 절감, 항생제 투약 빈도 감소 등의 장점이 있다.

또 혈액 사용이 줄어 임상 결과가 좋아져 환자 만족도도 올라간다. 

배운 적 없으니…의사도 모르는 적정수혈

적정 수혈의 여러 장점에도 의료현장에서는 외면당하고 있다. 왜일까? 

전문가들은 의사들이 적정수혈에 대해 알지 못하고, 정부의 환자혈액관리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환자혈액관리(Patient Blood Management·PBM)란 급성·만성으로 체내 혈액이 부족한 환자에게 빈혈관리 등 다학제적인 치료 접근을 하는 개념으로, 환자 스스로 혈액 생성을 촉진해 수술 시 혈액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을 말한다. 

대한환자혈액관리학회 박종훈 회장(고대안암병원 정형외과)은 대부분의 의사가 적정수혈에 대해  모르고 있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대 안암병원장으로 박종훈 병원장ⓒ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고대 안암병원장으로 박종훈 병원장ⓒ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박 회장은 "그동안 의사들은 수혈을 너무 과하게 했다. 반성해야 한다"며 "선배들에게 배운 대로 즉, 관행대로 헤모글로빈이 떨어지면 곧바로 수혈했고 그것이 문제라는 생각조차 못 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수혈대체학회 이종현 홍보이사(부천세종병원 마취통증의학과)도 같은 의견을 전했다. 이 홍보이사는 "의사들은 무수혈 치료나 환자 혈액 관리에 대한 경험이 없거나 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중요성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수혈 평가시스템 부재…정부도 수수방관

적정수혈이 자리잡지 못하는 또 하나의 원인으로 정부의 평가시스템 부재가 꼽힌다. 지금까지 정부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혈액을 관리하지 않았던 것. 수술할 때 혈액을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지 정부 주도로 파악하지 않았고, 수혈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평가하지도 않았다.

대한수혈대체학회 이정재 회장(순천향대 서울병원 산부인과)은 영국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평가시스템을 만들고, 수혈을 관리해온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수혈을 의사의 판단에 맡겨온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이정재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순천향대 서울병원 이정재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이 회장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수혈에 대해 평가를 하지 않은 것은 의사들의 반발에 대한 우려도 있었고, 혈액(공급량)이 부족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국내 혈액이 부족해졌고, 환자 안전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어 평가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주장했다. 

관행을 깨자…의료진 교육부터

원인을 알았으니 답을 찾는 것은 수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적정수혈에 대한 교육과 홍보 그리고 평가 시스템을 갖추면 된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적정수혈에 대한 의사 교육을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하지만 길게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 회장은 "2013년부터 관심을 두고 부단히 노력했음에도 성과는 미미했다. 의사들의 생각을 바꾸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의사들이 적정수혈에 대한 니즈가 생길 수 있도록 병원 경영진이 진정성을 갖고 교육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우리 병원은 4~5명의 의료진을 적정수혈과 관련된 해외 학회에 보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그렇게 노력한 결과 현재 적정수혈 수준에 오른 의사가 약 20명, 참여하는 의사가 약 35명에 이른다"고 소개했다. 

이 홍보이사도 교육과 홍보를 강조했다. 의료계의 오래된 수혈 관행을 바꾸는 데에는 강한 저항과 반대가 있을 수 있어 교육 또한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 홍보이사는 "관련된 많은 임상 의사나 의료진이 함께 협조해야 하는데, 모든 의료진이 의료 습관이나 형태를 변화하고 바꾸는 데에는 많은 노력과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5월부터 슬관절치환술 수혈 적정성 평가

정부도 역할을 해야 한다. 의사가 주도적으로 적정수혈을 병원에 안착시키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서다.

박 회장은 "그동안 오랫동안 적정수혈에 대해 강의하고 중요성을 외쳤지만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의사가 드물었다"며 "심평원이 적정수혈에 대한 평가를 하면 병원들이 동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5월께 심평원이 시작하는 슬관절치환술이 변화를 이끌 것이라 예상한다. 

이 회장은 "저출산 고령화로 갈수록 혈액 부족은 심각해질 것이다. 이 문제를 푸는 데 적정수혈 평가는 도움이 될 것"이라며 "시작은 슬관적치환술이지만 앞으로 모든 수혈에 대한 적정성을 들여다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심평원이 평가를 시작하면 병원들이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적정수혈을 적용하기엔 아직 의료현장이 척박하다. 심평원이 평가뿐 아니라 인센티브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호주나 영국 등도 정부가 나서 적정수혈을 주도하고 있다. 서호주는 2007년 PBM제도를 주 보건의료시스템에 도입하는 것을 승인했다. 이후 2009년 New Curtin대학에서 PBM 프로그램 연구를 시작했고, Fremantle병원에서 PBM 제도를 시작했다. 그리고 2011년 서호주 전역에서 PBM을 시행하고 있다.

이 회장은 "영국은 2003년 Royal Cornwall병원에서 PBM을 시작해 NHS에서 PBM 프로그램을 도입했다"며 "이후 수술 전 빈혈 평가와 교정 후 수술 평가를 진행했다. 그 결과 혈액 사용량이 급격하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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