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코리아 패싱'...폐동맥 고혈압 약물, 한국에서 사용 못해
20년 '코리아 패싱'...폐동맥 고혈압 약물, 한국에서 사용 못해
  • 신형주·주윤지 기자
  • 승인 2020.01.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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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사용할 수 없는 에포프로스테놀, 타다라필, 리오시구앗
길병원 정욱진 교수 "제약사에겐 국내 도입 인센티브 없고, 심평원은 약가 너무 낮게 책정"

[메디칼업저버 신형주·주윤지 기자] 우리나라 환자 및 의사들은 미국 등 해외에서 약 25년 전 허가된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를 아직도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동맥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공급하는 폐동맥의 혈압이 상승하는 질환이다. 환자 절반은 돌연사, 절반은 우심부전으로 사망하는 등 예후가 불량하고 치명적이다. 국내에는 약 5천여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로 40대 후반 여성 환자에서 발생하는데, 질환 심각성에 비해 인지도가 낮고 증상이 빈혈, 심장질환, 폐질환과 비슷하다. 

확진 후 생존율이 불과 2.6년 밖에 되지 않아 개선을 위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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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특히 일본은 정부와 사회의 적극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환자 관리와 지원 체계, 전문 치료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관심과 대책이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폐동맥 고혈압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는 약물 중 에포프로스테놀(제품명 플로란), 리오시구앗(제품명 아뎀파스), 타다라필(제품명 시알리스)이 있다.

이러한 약물들은 외국에서 허가되고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수가 문제 등으로 허가가 되지 않거나 보험급여가 되지 않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길병원 정욱진 교수(심장내과)는 본지와 통화에서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를 개발한 제약사들은 한국 시장이 작고 역사적으로 낮은 약가 책정 방식 때문에 20년 동안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중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는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들을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약물을 허가하는 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약가를 너무 낮게 책정한다"고 지적했다.

에포프로스테놀은 미국에서 1995년도에 허가됐지만, 25년이 지나도 국내에서 허가를 받지 못한 상황이다.

정 교수에 따르면 에포프로스테놀 개발사인 GSK 본사 측에서 한국에서 치료제 부족에 대한 사실을 알게 돼 심평원과 협상을 시작했다. 

GSK는 "현재 GSK 볼리브리스팀에서 폐동맥고혈압환자들의 질환 관리를 돕고자 향후 2~3년 이내 에포프로스테놀의 국내 도입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GSK는 현재 폐동맥고혈압 약제인 볼리브리스와 폐동맥 고혈압 환자들의 조기치료와 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분위기에 정 교수는 냉담한 입장을 보였다.

정 교수는 "대한폐동맥고혈압연구회가 에포프로스테놀 관련 협조 공문을 넣어 식약처에 접수했지만 심사기간이 길고, 통과하는 데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해 실제 허가될 때까지 10년 정도 걸릴 수 있다"며 허가 및 급여 절차에 대한 제한점을 지적했다. 

폐동맥 고혈압은 조기 치료가 중요해 약물의 빠른 도입이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도 중국처럼 패스트트랙(fast-track)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이 목소리를 높인다. 

정 교수는 "중국도 패스트트랙을 도입했다. 약물이 꼭 필요하면 약물 허가 절차를 길게 끌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면서 "식약처, 심평원도 중국처럼 프로세스를 개선해서 빨리 허가해 환자들이 조기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릴리 타다라필과 바이엘 리오시구앗도 폐동맥 고혈압 적응증으로 확대하지 못했거나 비급여로 처방되고 있어 환자들이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릴리의 타다라필은 발기부전과 양성 전립선 비대증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이지만 미국 등 외국에서는 폐동맥 고혈압에도 적응증을 확대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발기부전 치료제로 허가됐지만, 폐동맥 고혈압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바이엘의 리오시구앗은 국내에서 0.5mg부터 2.5mg까지 5가지 용량이 식약처로부터 허가받았고, 공급도 되고 있지만, 고가로 실제 처방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리오시구앗 제조사 바이엘에 따르면 약물은 현재 비급여로 처방되고 있다.

바이엘은 리오시구앗을 급여 등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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