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임수 교수, 4가지 계열 대규모 연구 통해 뇌졸중 예방 효과 분석
TZD·GLP-1 수용체 작용제, 뇌졸중 예방 가능성 확인
SGLT-2 억제제·DPP-4 억제제 '중립적'…엠파글리플로진, 뇌졸중 위험 상승 경향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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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뇌졸중 예방을 두고 네 가지 항당뇨병제 계열의 희비가 엇갈렸다.

각 항당뇨병제의 무작위 대규모 연구를 분석한 결과, 티아졸리딘디온(TZD)과 GLP-1 수용체 작용제(이하 GLP-1 제제)는 뇌졸중 예방 가능성이 확인됐다. 

반면 SGLT-2 억제제와 DPP-4 억제제는 뇌졸중 위험을 높이지도 낮추지도 않는 중립적(neutral) 결과가 나타났다.

오히려 SGLT-2 억제제인 엠파글리플로진(제품명 자디앙)은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경향이 감지됐다.

이에 따라 임상에서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뇌졸중 위험이 높다면 TZD 또는 GLP-1 제제를 우선 고려하는 맞춤형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임수 교수(내분비내과)는 네 가지 항당뇨병제 계열의 무작위 대규모 연구를 토대로 뇌졸중 예방 효과를 분석해, 그 결과를 Diabetes, Obesity and Metabolism 1월호를 통해 발표했다(Diabetes Obes Metab 2020;22:6~15).

피오글리타존, 뇌졸중 위험 19%↓

TZD 계열인 피오글리타존(액토스)은 뇌졸중 예방 가능성에 대한 근거가 쌓인 항당뇨병제다. 

피오글리타존은 PROactive 연구에서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뇌졸중 등 1차 심혈관 종료점 위험을 유의하게 낮추지 못했다. 

그러나 PROactive 연구에 참여한 뇌졸중 병력이 있는 환자의 하위분석에서는 피오글리타존 치료 시 치명적 또는 비치명적 뇌졸중 사건 위험이 위약 대비 47% 감소했다(HR 0.53; 95% CI 0.34~0.85)

이와 함께 허혈성 뇌졸중 또는 일과성 허혈발작을 경험했고 당뇨병은 아니지만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IRIS 연구에서는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으나, 피오글리타존으로 뇌졸중 위험을 낮출 수 있었다(HR 0.82; 95% 0.61~1.10). 

이 같은 결과를 종합해 평가한 결과, 통계적 유의성은 가까스로 확보했다는 한계가 있지만 피오글리타존 치료로 뇌졸중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HR 0.81; 95% CI 0.66~1.00).

세마글루타이드·둘라글루타이드, 뇌졸중 위험 유의하게 낮춰

주목해야 점은 새로운 항당뇨병제인 GLP-1 제제의 뇌졸중 예방 가능성이 확인됐다는 결과다. TZD에 이어 GLP-1 제제가 뇌졸중 위험이 높은 당뇨병 환자에게 투약할 수 있는 치료제로 떠오른 것.

GLP-1 제제의 심혈관계 영향 연구(CVOT)에서 심혈관 혜택이 확인된 치료제는 리라글루타이드(빅토자), 세마글루타이드(오젬픽), 알비글루타이드(이페르잔), 둘라글루타이드(트루리시티) 등 네 가지다. 

이들 치료제는 뇌졸중 사건만 평가한 결과에서도 뇌졸중 예방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세마글루타이드와 둘라글루타이드는 뇌졸중 위험을 각각 39%(HR 0.61; 95% CI 0.38~0.99), 24%(HR 0.76; 95% CI 0.61~0.95) 의미 있게 낮춰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 

리라글루타이드와 알비글루타이드는 통계적 의미는 없었지만 뇌졸중 위험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각각 HR 0.86; 95% CI 0.71~1.06, HR 0.86; 95% CI 0.66~1.14).

네 가지 치료제와 릭시세나타이드(릭수미아), 엑세나타이드(바이에타)의 CVOT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에서도 전체 GLP-1 제제의 뇌졸중 예방 혜택이 나타났다(HR 0.82; 95% CI 0.74~0.91).

임수 교수는 "엄밀히 정리하면 세마글루타이드와 둘라글루타이드만 뇌졸중 예방에 대한 근거가 있으나, 전반적으로 GLP-1 제제는 뇌졸중 예방 혜택이 있었다"면서도 "단 릭시세나타이드는 속효성 GLP-1 제제로 1일 2회 투여해야 하지만, CVOT인 ELIXA 연구에서 1일 1회 투여하는 환자군도 있어 뇌졸중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GLP-1 제제의 뇌졸중 예방 메커니즘은 △GLP-1 제제가 뇌혈관에 직접 작용 △혈관 기능 개선 등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그는 "GLP-1 제제가 직접적으로 혈관-뇌 장벽(blood-brain barrier)을 통과해 뇌혈관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며 "또 GLP-1 제제가 혈관 기능을 개선해 뇌혈관 기능이 좋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엠파글리플로진, 뇌졸중 위험 높일 수도?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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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OT에서 심혈관 혜택을 입증했던 SGLT-2 억제제는 뇌졸중 예방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엠파글리플로진은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지만 뇌졸중 위험이 상승했다.

EMPA-REG OUTCOME 연구에서 치명적 또는 비치명적 뇌졸중은 엠파글리플로진군에서 164건, 위약군에서 69건 보고됐고 그 위험은 엠파글리플로진군이 1.18배 높았던 것(HR 1.18; 95% CI 0.89-1.56).

카나글리플로진(인보카나)은 CANVAS 연구에서 뇌졸중 위험을 낮추는 경향성이 확인됐다(HR 0.87; 95% CI 0.69-1.09). 다파글리플로진(포시가)의 DECLARE-TIMI 58에서는 다파글리플로진과 위약의 허혈성 뇌졸중 위험이 다르지 않았다(HR 1.01; 95% CI 0.84~1.21).

이를 종합했을 때 SGLT-2 억제제는 뇌졸중 예방에 중립적 효과를 보였다(HR 1.00; 95% CI 0.88~1.13). 단 엠파글리플로진은 뇌졸중 위험이 높은 것으로 추정돼, 뇌졸중 사건에 대한 SGLT-2 억제제의 계열효과(class effect)는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뇌졸중 위험이 높은 당뇨병 환자에게 엠파글리플로진이 위험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다"며 "탈수 증상이 있으면 뇌졸중 위험이 높다고 보고되는데, SGLT-2 억제제는 탈수 위험이 있는 치료제다. 이 때문에 엠파글리플로진의 뇌졸중 위험이 높은 것으로 추정됐지만, 다른 치료제는 오히려 중립적으로 나타났다. 뇌졸중에 대해서는 SGLT-2 억제제의 계열효과가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뇌졸중 위험이 높은 당뇨병 환자에게 SGLT-2 억제제를 투약하기보다는, TZD나 GLP-1 제제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DPP-4 억제제, 뇌졸중 예방에 '중립적'

삭사글립틴(온글라이자), 알로글립틴(네시나), 시타글립틴(자누비아), 리나글립틴(트라젠타) 등 DPP-4 억제제는 CVOT에서 심혈관에 위험하지 않다는 안전성을 확인한 항당뇨병제다.

뇌졸중 사건만 분석한 결과에서도 CVOT 전체 결과와 유사하게 DPP-4 억제제가 뇌졸중 위험을 높이지도 낮추지도 않는, 중립적인 영향이 확인됐다(HR 1.02; 95% CI 0.88~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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