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구팀, 미세먼지와 뇌졸중 간에 선형 관계 조명
국내 연구팀, 미세먼지가 뇌졸중, 심방세동 위험 높인다고 밝혀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미세먼지 노출이 아시아인의 뇌졸중 위험과 심방세동 위험을 높여 심혈관질환 위험을 전반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증거가 쌓이고 있다. 

대기 오염, 특히 미세먼지는 전 세계에서 주요 공중보건 문제다. 전 세계 인구의 90% 이상이 세계보건기구(WHO)의 연간 평균 PM2.5 표준(10μg/m3)을 초과하는 지역에서 거주한다.

전 세계 질병부담 연구(Global Burden of Disease Study)에 따르면 2017년 전 세계적으로 PM2.5 대기 오염으로 294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약 48%는 허혈성 심장질환과 뇌졸중으로 인해 사망했다. 

대한뇌졸중학회에 따르면, 2014년 세계보건기구(WHO) 조사 결과 미세먼지로 인한 질환별 사망자 수는 뇌졸중과 허혈성 심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각각 40%로 전체 사망자의 80%를 차지했다. 폐암과 호흡기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20%인 점과 비교하면 크게 높은 수치다.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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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베이징협화의학원 중국 Dongfeng Gu 교수팀은 2.5μm(PM2.5)보다 작은 미세먼지가 중국 성인의 뇌졸중 발생 위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 위해 인구 기반 전향적 코호트 연구를 했다.  

지난달 30일 BMJ에 실린 이번 연구는 중국 전역의 15개 주에서 수행된 China-PAR Project에 등록된 뇌졸중이 없는 11만 7575명의 중국인을 포함했다. 

연구팀은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참가자의 거주지 주변의 월간 대기 오염 수준에 대한 추정을 도출했다. 이 기간 장기 평균 PM2.5 수준은 64.9㎍/㎥(31.2㎍/㎥~97.0㎍/㎥)였다. 

1차 종료점은 총(total), 허혈성 및 출혈성 뇌졸중 발생이었다. 

그 결과, 대기 오염에 대한 노출 농도가 높을수록 뇌졸중 위험이 커졌다. 

90만 214 인년 추적관찰 결과, 3540건의 뇌졸중 사건이 일어났다. 이 중 63%(2230건)는 허혈성 뇌졸중, 27.5%(973건)은 출혈성 뇌졸중이었다.  

뇌졸중 위험은 미세먼지 노출 농도에 따라 달라졌다. 미세먼지 노출 농도가 가장 높았던 그룹은 가장 낮았던 그룹보다 뇌졸중 위험이 1.53배 높았으며(95% CI, 1.34~1.74), 허혈성 뇌졸중 위험도 1.82배(1.55~2.14), 출혈성 뇌졸중 위험도 1.50배(1.16~1.93) 증가했다. 

PM2.5 농도가 10μg/m3 증가할 때마다 뇌졸중, 허혈성 뇌졸중 및 출혈성 뇌졸중의 위험 증가는 각각 13%, 20% 및 12% 증가했다.

교신 저자 Gu 교수는 "PM2.5에 대한 장기간 노출과 뇌졸중에 대한 선형 노출-반응(linear exposure-response) 관계가 관찰됐다"며 "이번 연구는 대기오염(미세먼지) 및 뇌졸중 예방과 관련된 환경 및 건강 정책 개발 모두에 의미가 있으며 중국뿐만 아니라 저소득 및 중산층 국가에서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미세먼지, 한국에서 '숨 막히는' 문제 된다

한국에서도 미세먼지는 뇌졸중뿐만 아니라 심방세동과 같은 다른 심혈관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 방오영 교수·분당서울대병원 배희준 교수팀은 2011년 1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뇌졸중으로 전국 12개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은 환자 1만 3535명(평균 나이 67.8세, 남성 58.5%)을 분석해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오염 물질이 뇌졸중 발병 위험을 높인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들 환자가 병원을 내원하기 직전 일주일 동안 주거지 기준 대기오염 정도를 파악해 뇌졸중 발생과의 상관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여러 뇌졸중 중에서도 심장탓 뇌졸중, 즉 심방세동과 같은 심장 질환으로 생긴 혈전이 뇌혈관을 막아 생기는 경우가 대기오염과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환자들의 나이와 성별, 고혈압, 당뇨, 흡연력 등 위험인자 등 개개인의 특성은 물론 뇌졸중 발병 전 일주일간의 평균 온도와 강우량 등 다른 환경적 요인 등을 모두 고려한 결과다.

연구팀에 따르면, 대기오염 물질 가운데 미세먼지(PM 10)와 이산화황(SO2)이 심장탓 뇌졸중과 직간접적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유형의 뇌졸중은 이번 연구에서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미세먼지가 대기 중에서 10㎍/㎥이 증가할 때마다 5%씩, 이산화황의 농도는 10ppb 상승할 때마다 57%씩 각각 심장탓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라 분당서울대병원 강시혁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해 초미세먼지 노출 농도 10㎍/㎥ 증가할 때마다 심방세동으로 인한 응급실 방문 4.5% 증가한다고 밝혔다. 

강 교수팀은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시에 거주한 30세 이상 인구 12만 4천여 명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통해 평균 7.9년 간 대기오염이 심방세동에 미치는 장단기 효과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연구기간 동안 서울시의 일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25.0㎍/㎥였고, 미세먼지(PM10) 농도는 49.1㎍/㎥로 확인됐다. 나아가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10㎍/㎥ 증가하면 3일 후 심방세동으로 인한 응급실 방문율이 4.5%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밖에 미세먼지, 아황산가스, 이산화질소, 일산화탄소, 오존 등은 심방세동 발생과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다른 심혈관계 질환은 대기오염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질환의 위험도가 상승할 수 있지만, 심방세동은 대기오염의 장기간(수년에 걸친) 노출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강 교수는 "대기오염은 장기적으로 동맥경화성 질환을 유발하고, 단기적으로는 자율신경계 균형을 파괴할 수 있는데, 심방세동은 심장의 전기적인 심장박동이 저해되면서 발생하는 만큼 자율신경계 균형과 연관성이 높다"며 "이전부터 심방세동이 있었지만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던 환자가 고농도의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면서 자율신경계 균형이 무너지고 결국 심방세동 증상이 심하게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 교수는 "이번 연구는 대기오염이 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선행 연구들을 뒷받침하는 결과"라며 "평소 심혈관질환을 앓고 있다면 초미세먼지나 대기오염이 심한 날에는 실외 활동을 자제하고, 심장에 이상 증상이 느껴진다면 바로 전문의를 통해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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