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오류·전산 오류 등에만 이의제기 가능…게시판 200자 제한 과도한 처사 비판 봇물
국시원, '필기시험 이의제기 시스템 그대로 적용한 것', '첨부파일로 업로드 할 수 있어' 등 해명

2020년 제84회 의사국시 필기시험장 모습.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의사국시 실기시험에 최초 도입된 이의제기 제도를 두고 불합격생들을 중심으로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일부 오해가 있음을 밝히고 나섰다.

이의제기 과정에 과도한 제한이 존재하고, 국시원법에 의한 제도 신설·변경 과정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 등이 그것인데, 사실과 다르게 알려진 부분이 많다는 게 국시원의 입장이다.

단, 올해 처음 운영하는 의사국시 실기시험 이의제기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홍보와 안내를 하지 못했다는 점은 인정한 국시원이다.

국시원은 지난해 말 국시원 홈페이지를 통해 2020년도 제84회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의 이의신청을 접수했다.

이의신청결과 발표예정일은 오는 13일로, 신청자의 개별 이메일을 통해 답변이 송부된다. 
 

불합격생들, "형식적인 무늬만 갖춘 유명무실 제도다"

문제는 국시원이 이의신청에 있어서 일방적인 통보로 보여주기식 행정만 거듭하지 않을까하는 의혹의 시선이다.

실기시험 채점과 평가의 오류를 인정하고 구제가 가능하면 후속조치를 가하는 제도가 아닌 형식적으로 무늬만 갖춘 제도라는 지적인 것.

2020년도 의사국시 실기시험에 불합격한 한 응시생은 "첫 이의제기가 국시원의 뜻대로 흐지부지 넘어가게 되면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유명무실한 제도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며 "독재적인 검토 결과 '이상없다'는 무성의함으로 일관할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특히, 불합격생들이 강한 의혹과 비판을 가하는 부분은 크게 3가지다.

국시원이 올해 처음으로 시행한 의사국시 실기시험 이의제기 제도 신청 방법 내용 중 일부. 

첫 번째로 이의신청 게시판에 기재할 수 있는 글자 수가 200자로 과도하게 제한됐다는 점과 두 번째, 이의신청을 요청할 수 있는 조건이 다소 까다롭다는 것이다.

불합격자 A씨는 "이의제기를 200자 이내로 쓰라고 국한시킨 것은 억울한 내용의 상황설명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나마 받아들여주는 이의제기 범위도 제한되고 한정돼 두루뭉술하다"며 "시험에 떨어진 사람이 왜 떨어졌는지 알게 해 주겠다는 국시원의 공언은 온데간데없고 운영상 편의만 도모하는 모습에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국시원이 공지한 이의신청 접수 안내문에 따르면 이의신청을 요청할 수 있는 사항은 △전산상 점수 산출과정 중 전산 오류 △합격 여부 오류 △실기시험 진행과 관련된 명백한 오류라고만 기재돼 있다.

아울러 국시원이 국회와 여론의 질타를 피하기 위해 국시원법에 명시된 법령을 어겨, 급하게 이의제기 제도를 신설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실기시험에 불합격한 경험이 있는 B씨는 "국시원법에 의하면 국시원이 어떤 제도의 변경이나 신규 개설을 하려면 최소 2년 이상 사전공시를 한 후 실행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며 "하지만 이를 어기고 급하게 이의제기 제도를 만든 것은 다급하게 보여주기식 행정을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국시원은 공식적인 이의제기 첫 도입부터 수많은 의혹이 발생하지 않도록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제도를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국시원, "첨부파일 업로드로 200자 제한 극복 가능해"
"이의제기 제도는 사전공시 2년 항목에 포함안된다"

이와 관련 국시원은 불합격생들이 지적한 의혹과 비판 대부분이 오해로 인해 발생했으며, 사실과 다른 해석도 많다고 해명했다.

우선, 이의제기를 할 때 게시판에 작성할 수 있는 글자 수가 200자인 것은 서버의 한계 때문이지 일부러 이의제기를 못하게 하려고 극도로 제한해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는 반문이다.

국시원 관계자는 "게시판 시스템 자체를 업그레이드 하지 못해 불가피하게 200자로 제한한 것이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작성해 첨부파일로 업로드하게 했다"고 언급했다.

다시 말해 200자 제한 게시판에는 '이의 제기 합니다', '이의 있습니다' 등 한두 줄만 기재하고 첨부파일로 대체하면 된다는 의미다. 

또한 명백한 오류, 전산 오류 등 이의제기가 가능한 항목의 범위를 정한 것도 물리적으로 모든 불합격자들의 이의제기를 일일이 검토할 수 없기 때문에 최소한 정확한 근거자료를 제시하라는 의도라는 게 국시원 측의 설명이다.

국시원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이의제기가 재평가는 절대 아니라는 점이다"며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의제기 제도 계획과 수립 단계에서부터 근거가 있는 명확한 오류로 한정해서 범위를 정하자고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법 제18조2항에 따르면 국시원은 시험과목과 시험방법, 합격자 결정방법을 변경하려는 경우 2년 이상 유예를 둔다. 그외 변경은 해당없다는 게 국시원의 설명이다.

그는 "이의제기 신청 시 별도의 비용을 받는 미국과 캐나다조차도 재평가는 일체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며 "이번 실기시험 이의제기는 이미 운영되고 있는 필기시험 이의제기 방식과 게시판을 그대로 따왔다"고 부연했다.

즉, 앞서 10년 동안 운영한 필기시험 이의제기 제도와 동일한 방식과 내용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실기시험 이의제기 형태가 특별히 문제될 사항은 없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국시원은 이번 이의제기 제도 신설 과정에서 국시원법을 어기지 않았음을 명확히 했다.

국시원법에서 2년 이상의 유예를 두는 항목은 시험과목, 시험방법, 합격자 결정방법 단 3가지뿐이며, 이는 시험의 본질적인 방법을 변경하는 예외적 사항들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의사 필기시험이 2022년부터 CBT로 시행된다든가, 시험 과목이 추가되거나 삭제된다든가, 실기시험이 수기와 진료문항에서 종합문항으로 통합된다든가 등을 말한다.

국시원 관계자는 "시험의 과목과 방법, 합격자 결정방법 등을 제외한 나머지는 2년 유예와 관계없이 즉시 바꿀 수 있다"며 "특히 응시자의 편의를 위해서 제도를 변경하거나 개선하는 것은 2년 유예 대상들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시원은 처음으로 실시되는 실기시험 이의제기 제도였음에도 신청 방법과 내용을 친절하게 설명하지 못한 사실은 인정, 최대한 세밀하게 검토할 것을 약속했다.

그는 "이의를 제기한 응시생들의 첨부파일을 토대로 누락된 부분이 있는지 등을 세부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이의심사위원회가 이번 주에 열린다. 체크리스트까지는 재차 확인할 예정이고 예고한 일정(13일)까지 개별적으로 피드백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최대한 불합격생들의 불만이 해소될 수 있게끔 상세하게 피드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올해 운영해보고 그래도 응시생들의 의혹이 풀리지 않는 면이 있으면 조금 더 확대·보완 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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