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심장재활은 다수의 연구를 통해 심장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효과를 입증했지만, 환자와 정부는 물론 의사도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국내에서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미국 메이오클리닉 Randal J. Thomas 교수는 "심장재활은 심장질환 환자를 위한 뛰어난 치료법이지만 이에 관한 인식이 매우 낮아 심장내과에서 비밀처럼 숨겨져 있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국내외 전문가들은 심장질환 환자의 사망 위험을 낮추면서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심장재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심장재활은 근본적으로 환자에게 운동을 처방하는 것이다. 운동 외에도 금연치료, 약물치료, 생활습관 교육, 식이요법 및 정신적 치료로 구성된 프로그램은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해로운 생활습관을 조정해 질환의 재발을 막는 가장 유리한 방안이다. 

심장재활은 2017년 보험급여를 인정받았다. 심장질환이 발생한 지 1년 이내 환자는 종합병원에서 1회당 심장재활평가 약 4만 8000원, 운동치료 약 2만 4000원, 교육 약 1만 2000원을 지불하고 심장재활을 받을 수 있다. 운동 치료의 심장재활은 현재 1회당 약 4만원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가 1회당 약 2만원을 부담한다. 환자는 프로그램에 등록하면 운동 치료를  1년 동안 36회 받을 수 있다.  

한국, 고령화 시대로 심장질환 급증

심장질환 환자가 심장재활에 참여해 의사의 도움을 받아 운동을 꾸준히 하면 심장질환의 위험인자인 흡연, 음주, 운동 부족, 나쁜 식습관 등 건강하지 못한 생활습관이 개선돼 심장질환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현재 많은 환자가 심장질환이 재발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심장질환이 발생한 환자는 급성 치료를 받고, 약물을 처방받아 퇴원한다. 그러나 퇴원 후 후속 치료 및 약물 복용 등을 하지 않고 흡연 등 나쁜 생활습관을 지속한다면 심장질환이 재발한다. 이는 환자의 예후를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비용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는 특히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장질환 발생률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심장재활로 심장질환 예방과 재발을 막아야 한다.

심장재활 전문가인 미국 웨이크포레스트대 Peter Brubaker 교수는 지난 10월 열린 대한심장학회 학술대회에서 "심장재활은 환자 예후를 개선할 뿐만 아니라 비용 대비 효과적이며 다른 의료 중재법과 효과가 유사하거나 우월하다"고 밝혔다. 

"심장재활 참여하면 사망 위험 절반으로 뚝"

심장재활은 환자의 예후를 개선하면서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인다는 장점도 있다. 

미국 메이오클리닉 연구팀에 따르면 심장재활로 생활습관을 교정하면 모든 원인에 의한 재입원 위험이 약 25% 줄어든다. 또 다수의 연구에 따르면 심장재활은 모든 원인의 사망 위험을 30~50% 낮췄다.

스웨덴 린셰핑대 연구팀은 심근경색 환자가 관상동맥우회술 후 심장재활에 참여하면 재입원 기간이 16일에서 11일로 감소해 환자당 의료비용이 약 1만 2000달러 줄어든다고 밝혔다. 또 핀란드 투르크대 연구팀에 따르면 관상동맥우회술 후 심장재활에 참여한 환자는 직장 복귀율이 56%였다. 반면, 관상동맥우회술 후 일반적인 치료를 받은 환자의 직장 복귀율은 38%에 그쳤다. 

국내선 원격 모니터링 불법…활성화 걸림돌

심장재활의 임상적 혜택에 대한 증거가 전 세계적으로 쌓이고 있지만, 실제 국내 임상에서는 활성화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심장재활 활성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는 의사 간 의뢰(referral) 부족, 환자의 참여 동기 부족 및 수가 문제라고 꼽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가 나타나는 이유는 환자, 의사 및 정부가 심장재활에 대한 정보·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병원 기반 심장재활에 대한 문제점을 일부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가정-기반(home-based)' 심장재활이다. 

가정-기반 심장재활은 병원-기반 심장재활과 달리 심장재활 운동을 병원이 아닌 집이나 집 근처 운동 시설에서 실시해 병원에 자주 오지 않아도 돼 심장재활 참여율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리모트 모니터링이 불법으로, 효과가 입증됐음에도 가정-기반 심장재활이 활성화 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로 인해 우리나라는 미국 등 해외보다 심장재활 활성화가 뒤처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의료진이 환자에게 심장재활 적극 권해야"

이에 국내 전문가들은 심장재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에 따르면 심장재활 활성화에 의사들 간 의뢰율을 높여 심장재활이 필수 처방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의료진이 환자에게 심장재활 교육을 하고 심장재활에 참여하도록 격려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심장재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적정한 수가를 책정해야 한다. 

이 외에 지난해 6월 대한재활의학회, 대한심장호흡재활의학회, 대한심장학회와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는 심장재활의 표준화와 활성화를 위해 국내 첫 심장재활 임상진료지침인 '심장재활 임상진료지침-급성 관상동맥증후군 환자를 위한 심장재활 임상진료지침 2019'를 발간하면서 심장재활 활성화에 힘을 썼다. 해외에서는 심장재활의 효과, 안전성 및 권고수준이 확립돼 있어 각 나라의 실정에 맞게 개발된 심장재활 임상진료지침을 사용하고 있다. 

임상진료지침 발간 총책임을 맡은 상계백병원 김철 교수(재활의학과)는 "심장재활 임상진료지침의 가장 큰 목적은, 심장질환을 진료하는 의료진이 심장재활이 필요하다는 확신을 갖고 환자들에게 심장재활을 적극적으로 권고하기 위함"이라며 "그 목적을 달성해 국내 심장재활이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