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전문가 "심장기능에 도움 주는 항당뇨병제"
심장 전문가 "혈당조절 효과 가진 심장약"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심장내과와 내분비내과의 공통된 뜨거운 이슈가 SGLT-2 억제제다. 항당뇨병제로 개발됐지만 심혈관 혜택을 입증한 데 이어 심부전 치료제로서 가능성까지 보이면서, SGLT-2 억제제가 당뇨병 치료의 신기원을 열었고 치료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이에 심장 전문가들은 SGLT-2 억제제를 항당뇨병제가 아닌 심장약으로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심장약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당뇨병 전문가들의 주장도 팽팽히 맞선다.

SGLT-2 억제제가 심장약으로 떠오른 배경을 조명하고, 심장 전문가와 당뇨병 전문가를 만나 SGLT-2 억제제를 항당뇨병제가 아닌 심장약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신년기획-①] SGLT-2 억제제 '심장약' 가능성 대두

[신년기획-②] SGLT-2 억제제, 당뇨약인가? 심장약인가?

[신년기획-③] "SGLT-2 억제제, 심장보호 위한 치료제 아니다"

[신년기획-④] "SGLT-2 억제제, 메트포르민과 우선순위 바뀔 수도"

심혈관질환 동반 당뇨병 환자 1차 치료제로?

이 같은 성과에 따라 심장학계에서는 SGLT-2 억제제의 1차 치료제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학계에서는 혈당조절 효과가 있는 심장약으로서 SGLT-2 억제제를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동반 당뇨병 환자의 1차 치료제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국내외 당뇨병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당뇨병 1차 치료제는 메트포르민이다. ASCVD 동반 당뇨병 환자에게는 메트포르민으로 혈당이 조절되지 않으면 SGLT-2 억제제 또는 GLP-1 수용체 작용제를 처방하도록 권고한다.

ASCVD 동반 당뇨병 환자에게 SGLT-2 억제제를 메트포르민보다 먼저 투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메트포르민의 심혈관 혜택을 입증한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UKPDS34 연구를 통해 메트포르민이 당뇨병 관련 사망을 포함한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을 낮추는 효과를 확인했지만, 이를 제외하고 메트포르민의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확인한 근거가 적다. 

이 때문에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의 1차 치료제로 메트포르민보다는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확인한 SGLT-2 억제제를 투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SGLT-2 억제제 발목 잡는 이상반응·비용

하지만 SGLT-2 억제제를 혈당조절과 심혈관 혜택을 모두 얻을 수 있는 1차 치료제로 고려하기에는 안전성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메트포르민은 50년 넘게 임상에서 사용한 치료제로, 장기간 처방 경험이 쌓여 환자에게 안전하게 처방되고 있다. 이와 달리 SGLT-2 억제제는 최근에 개발돼 장기간 안전성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다. 또 생식기 감염, 탈수, 당뇨병성 케톤산증, 골절, 족부절단 등 위험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게다가 개발된 지 오래된 메트포르민의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대규모 연구를 진행하기에는 연구 비용 부족 등의 문제가 있다.

전 대한당뇨병학회 차봉수 학술이사(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한 제약사는 적응증을 넓히고자 다양한 연구에 비용을 투자한다"며 "그러나 메트포르민은 개발된 지 약 50년이 넘었다. 메트포르민의 심혈관 혜택을 보기 위한 연구에 후원하는 제약사가 없고 아무도 연구하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메트포르민 약제 비용이 SGLT-2 억제제보다 저렴해 당뇨병 환자의 비용 부담 측면에서 SGLT-2 억제제를 1차 치료제로 권고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기전 설명할 수 없으면 심장약 아냐"

SGLT-2 억제제가 CVOT로 심혈관 혜택을 증명했지만 어떤 기전으로 심장보호 효과가 나타나는지 명확하지 않다. 이는 SGLT-2 억제제가 심장약으로 포지셔닝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과거 SGLT-2 억제제의 혈당조절 효과로 심혈관 혜택이 나타난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SGLT-2 억제제의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는 치료 초기부터 확인됐다. 강력한 혈당조절에 따른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는 추적관찰이 약 10년간 이뤄졌을 때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혈당조절로 심장보호 효과를 설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SGLT-2 억제제의 이뇨작용으로 체내 과다한 수분과 염분이 제거돼 심장 부담이 줄었을 것이란 가설도 제기됐다. 하지만 다파글리플로진의 DEFINE-HF 연구에서 심장부담이 줄면 감소하는 심부전 바이오마커인 NT-proBNP 변화가 위약과 차이가 없었다. 이와 함께 SGLT-2 억제제 복용 후 좌심실 기능이 좋아졌다는 데이터도 없어, SGLT-2 억제제의 심장보호 효과 기전은 아직 미궁 속이다.

대한심부전학회 최진오 학술이사(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현재로서는 SGLT-2 억제제가 심장의 용적 과부하(volume overload)를 줄이기 때문에 심장보호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예상한다. 체액을 급격하게 제거하는 이뇨제와 달리 SGLT-2 억제제는 꾸준히 체액을 제거한다고 보고 있다"며 "하지만 SGLT-2 억제제의 정확한 작용기전을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SGLT-2 억제제를 심장약으로 보기 어렵다는 당뇨병 전문가는 기전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 자체가 심장약이 아님을 의미한다고 지적한다. 

차봉수 교수는 "SGLT-2 억제제의 심장보호 효과 기전이 명확하지 않지만, 심장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은 결국 심장약이 아니라는 뜻"이라며 "혈당이 조절된다는 것은 인슐린의 기능이 좋아졌음을 의미한다. 인슐린은 기본적으로 세포나 조직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관리한다. 즉 혈당이 조절된다는 것은 에너지 이용이 원활해졌다는 의미로, 이로 인해 심장기능이 좋아지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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