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순물 검출되면 기업이 책임지라는 정부에..."불순물마다 분석법 다르고 100% 통제 불가능"
기업에만 책임 지우는 건 부조리…정부가 먼저 불순물 정보·기준 제공해야

[메디칼업저버 양영구·주윤지 기자] 암을 유발한다는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예상치도 못하게 의약품에서 검출되면서 의약품 안전관리 패러다임이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의약품 화학식 구조에 따라 NDMA가 불규칙적으로 검출될 수 있는 만큼 기존과 다른 안전관리 방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과거에는 규정된 기준에 따라 불순물을 관리하면 규제기관으로부터 허가를 받고 시장에서 판매하는 게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정부와 업계 모두가 예상하지 못했더라도 의약품 화학식 구조와 연관된 유해물질이 발견되기 전에 미리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신년기획-① 커지는 의약품 안전관리 강화 필요성>
<신년기획-② 규제당국마다 다른 관리법...국내 기준 마련해야>

식약처·EMA "업계 스스로 검증하라"

NDMA 사태는 전 세계적으로 보다 정교한 의약품 안전관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새로운 숙제를 던졌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영역의 유해물질을 발견한 만큼, 모든 의약품의 불순물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대명제가 생긴 것이다. 

식약처와 FDA, 유럽의약품청(EMA) 모두 의약품의 불순물을 철저하게 검사하고 관리한다는 방침은 다르지 않다. 다만, 온도차는 분명하다. 

식약처와 EMA는 제약업계의 자체점검을 원칙으로 한다.  식약처는 제약업계에 발생 가능성 평가를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발생이 우려되는 의약품은 시험검사를 실시하도록 지시했다. 식약처는 올해 5월까지 발생 가능성 평가 결과를, 시험검사의 세부결과는 2021년 5월까지 보고받을 계획이다. 

이와 함께 최근 의약품 안전관리 규제를 강화하는 '의약품 품목허가·신고·심사규정'을 일부 개정했다. 이에 따라 올해 9월부터 제약사는 의약품 허가신청 시 유전독성 또는 발암 불순물, 금속 불순물 등에 대한 안전성 입증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기존에는 유해물질 안전성 여부를 검증하는 자료를 제출했지만, 향후에는 제약사 자율적으로 유해물질 생성 가능성이 있는 의약품에 대한 안전관리 점검을 실시해야 하며, 안전성이 검증된 의약품만 허가가 가능하다. 

특히 추후 예측하지 못한 불순물이 검출되면 제약사가 이를 책임져야 한다. 

식약처는 제약업계에 지시한 내용 이외에도 의약품 안전관리 강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식약처 자체적으로 NDMA 등 검출 가능성이 있는 원료의약품에 대한 연구를 올해 8월까지 지속할 계획이며, 해외제조소 사전등록제를 도입해 GMP 기준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관리·감독을 위한 해외 현지실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 불순물 검출을 위한 시험법을 확립하고 관련 연구를 확대한다. 이에 따라 9종의 니트로사민류의 불순물 혼입 여부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시험법을 업계에 공개할 계획이며, 제조공정이나 보관과정에서 생성될 수 있는 추가적인 불순물에 대한 연구도 확대·진행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NDMA 관련 계통조사와 함께 메트포르민 내 NDMA 검출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며 "정책의 큰 기조는 발표한 내용대로 움직이되, 보다 구체적인 일정은 검사 결과를 보고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EMA는 작년 10월 라니티딘 사태 이후 3단계로 구성된 불순물 관리 종합대책을 내놨다. 니트로사민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예방조치'라는 게 EMA의 설명이다. 

1단계는 NDMA 형성 또는 오염 위험이 있는 제품을 식별하고자 위험평가를 수행, 2020년 4월 26일까지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했다. 제네릭 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포함해 승인된 모든 의약품을 검토해야 한다. 다만, 제품이 많은 만큼 1일 최대복용량, 치료기간, 적응증, 환사 수 등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2단계는 NDMA 형성 및 오염이 확인된 제품에 대해 추가적으로 테스트를 수행하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니트로사민의 존재를 확인하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3단계에서는 확립된 규제절차를 사용해 검토 결과를 제조공정에 적용하라고 지시했다. 

EMA는 2022년 9월 26일까지 종합대책을 완료할 계획이며, 공중보건에 더 큰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기간을 단축할 예정이다. EMA는 "다른 의약품에 니트로사민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지침을 개발 중"이라며 "화학합성의약품 이외에 다른 의약품에도 검토하는 등 범위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FDA "회수조치는 신중하게"

반면, FDA는 NDMA 사태와 관련해 '체계적 접근법(systematic approach)'을 사용해 엄격히 관리할 방침이다. 하지만 식약처처럼 무조건적인 판매중지 혹은 회수 조치는 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NDMA가 의약품 제조공정, 화학구조, 보관·포장방법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약물의 의학적 필요성, 약물 복용 환자 수, 대체약물 여부 등을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FDA는 라니티딘, 니자티딘 등 NDMA 검출 의약품 샘플을 보내도록 제조사에 요청했다. 다만, 제조사 자체적으로도 검출실험을 수행하도록 요청했다.  

이와 함께 시판 후 감시·위험평가 프로그램을 적용할 방침이다. 시판 후 감시·위험평가 프로그램은 제약사와 환자가 주도적으로 의약품 위해사건을 보고하고 이를 토대로 FDA가 불순물 위험을 평가하는 프로그램이다. 

FDA는 "NDMA를 포함한 니트로사민은 음식과 약물이 체내에서 소화될 때 형성될 수 있어, 여러 약물을 조사할 계획"이라며 "지속적인 정책 개발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FDA의 방침을 놓고 제약업계가 식약처의 정책에 비판을 제기하자, 식약처는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유럽이나 최근 메트포르민 사태가 터진 싱가포르 등 다른 국가들은 NDMA 검출 시 판매중지 및 회수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제약업계에서는 부당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규제기관 입장에서는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보수적인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불순물 정보·기준부터 마련해야”

제약업계의 판단은 식약처와 거리가 있다. 현재 의약품 품질관리 방식에서는 NDMA와 같은 불순물 함유를 100% 통제하기 어렵거니와 불순물마다 분석 방법이 달라 업계가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B제약사 품질관리 담당 관계자는 "모든 유해 불순물 혼입을 확인하기에는 마땅한 분석법이 없다"며 "기업의 특성상 비용과 인력을 무한정 사용하며 관리하고 책임지라는 건 불합리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에 업계는 정부가 연구비를 활용해 분자구조와 활성간의 유사성 평가방법(Structure-Activity Relation, SAR)을 이용해 NDMA가 분해되거나 대사산물로 나올 수 있는 약물 목록을 만들고, 이를 업계에 배포해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1일 허용한도 등에 대한 기준을 신속하게 만들어 의약품의 용법용량, 투약기간에 맞게 안전기준을 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식약처는 혼입 가능한 발암 불순물에 대한 정보와 기준을 신속하게 정비해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라도 합성 과정에서 NDMA가 생성될 수 있는 반응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발암 불순물의 허용기준을 홍보하고 어느 정도 노출은 일생에서 불가피하다는 점도 알려줄 필요가 있다"며 "의약품이 아니더라도 인체가 충분히 수용 가능한 허용기준 내 유해물질에 대해 지나치게 공포감을 조성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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