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의 큰 꿈 분석심사, 의협의 ‘심사’를 뒤틀다
심평원의 큰 꿈 분석심사, 의협의 ‘심사’를 뒤틀다
  • 정윤식 기자
  • 승인 2019.12.2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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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과소진료로 하향평준화 유도” 반발
정부 설득에도 보이콧 선언하며 기싸움
스텝 꼬인 정부, 결국 지침 수정하며 ‘직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내부 및 외부 전경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비급여의 전면급여화와 맞물려 심사효율화 방안 중 하나로 제안된 분석심사. 분석심사는 진료 행위 건별로 건강보험 급여기준에 적합한지를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진료 평균치를 설정하고 이에 벗어나는 의사나 의료기관에 대해 집중심사 및 삭감을 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심사·평가체계 혁신의 시작이 될 '분석심사'를 2018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구체적인 내용 및 방법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분석심사가 기관 단위로 의료이용을 모니터링한 후 과잉진료를 심사하고 의료의 자율성과 심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함이라는 목적을 내세웠다.

이처럼 정부가 분석심사 추진 의지를 보이자 의료계는 즉각 반대 의사를 밝혔다. 분석심사가 경향성 평가를 통해 평균 추세에 벗어나는 기관을 중점적으로 심사함에 따라 충분하고 적정한 진료가 아닌 과소진료로 하향평준화를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부회장(심사체계개편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평균 수치를 어느 수준까지 인정할 것인지 범위 설정에 대한 논란과 더불어 평균 이상인 구간에 대한 과도한 규제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의료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부는 올해 1월 심층심사기구(Peer Review Commiittee, PRC), 전문분과심의기구(Super/Special Review Committee, SRC)로 구성된 2단계 전문심사기구 모형을 제시, 폐쇄적 심사운영 구조가 개방형·참여형 구조로 개선된다는 점을 반복 강조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의료계를 설득하기 위해 설명회를 여러 차례 개최하고 이해력 제고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분석심사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한 과정인데, 변이가 감지된다고 해서 바로 삭감·현지조사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단 해당 기관에 자율적 개선을 통보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등 중재 과정을 포함한다고 설득했다.

아울러 시범사업은 △의료의 질과 비용 통합관리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영역 △공공성이 강하고 전문성·자율성 보장이 필요한 영역 △과잉진료 등 낭비 우려가 있는 영역 △건별 심사 혹은 제한적 급여기준으로 의료이용의 왜곡이 우려되는 영역을 중심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정부와 한 길 걷기로 한 병협·의학회

이 과정에서 의료계 일각에서의 분위기 변화도 감지됐다. 분석심사를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는 의견이 서서히 나오기 시작했고, 두세 차례의 간담회에서 의협은 회의 자체를 거부했으나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의학회가 심사체계 개편 취지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는 전문심사위원 추천 과정으로까지 연결됐다. 분석심사 선도사업이 시행되기 직전까지 병협 등 대부분 의료 단체에서는 추천이 순차적으로 진행됐고, 결국 의협 몫의 추천위원만 기다리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심평원 심사기획실 이영아 실장은 "그동안 일관되지 않은 심사를 한 심평원에 대한 의료계의 불신이 큰데, 앞으로 모든 개편 과정에 있어 의료계의 자문을 충분히 구할 것"이라며 의협의 참여를 독려했다.

정부의 분석심사 개편 로드맵

하지만 8월 1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정부는 분석심사 선도사업을 본격 시행했다. 최초 선도사업에 포함된 영역은 만성질환 영역(고혈압, 당뇨, COPD, 천식)과 급성기진료(슬관절치환술), MRI, 초음파 등 7개 항목이다.

개원가의 반대는 여전했다. 동의 없이 진행된 분석심사 선도사업은 반쪽자리일 뿐이라며 보이콧을 선언한 것.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소신진료를 저해하고 국민건강 위협하는 심사체계 개편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며 "정부가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개정안 예고 20일 만에 일방적인 선도사업 추진으로 밀어붙이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계적으로 평균적인 진료 형태에서 벗어나는 부분을 ‘변이’라고 지목해 삭감하면 진료 하향평준화를 이끌 것"이라며 "전문심사위원회 역시 기존 심사위원 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부연했다.
 

결국엔 위원회 전문가 구성 변경

개원가의 입장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분석심사 선도사업을 진행한 정부는 의협 몫의 추천위원을 기다리다가 11월 초, 위원 수 기준만 ‘살짝’ 개정한 지침을 공개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전문심사위원회 전문분과심의위원회(SRC)의 경우 의학단체(전문학회 포함)가 추천하는 전문가 6인 이내, 위원장은 2인 이내로 구성된다. 전문가심사위원회(PRC) 또한 권역별로 의사 면허를 취득한 지 10년이 지난 자 중 의학단체가 추천하는 6인 이내로 허용했다.

기존에는 SRC와 PRC 모두 동(同) 내용에 6인이 기준이었으며, 위원장도 2인으로 규정됐었다. 즉, 정부는 개원가의 반발에도 분석심사 선도사업을 중지하거나 로드맵을 철회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우선 바른의료연구소는 "분석심사 선도사업 지침을 개정한 정부의 선택은 의료계를 정책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심사의 편의와 분석심사의 완성을 위해 의료기관에 과도한 행정 부담을 안겨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의협은 지침 개정에 앞서 지난 10월 열린 PRC 워크숍에서 분석심사 일방적 강행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당시 병협과 의학회의 추천으로 위원 126명이 위촉됐고, 개원의 몫인 41명만 공석인 상태였다.

의협은 집회를 통해 “정부가 규제와 억압의 진료환경을 개선하려는 의지와 진정성이 있다면 의료계 요구를 수용해 심사평가체계 개편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며 “일부 협회와 학회 등에서 선도사업에 동참하고 있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외쳤다.
 

醫·政 여전히 마이웨이…만나지 못하는 평행선

당초 2019년 초 실시될 예정이었던 분석심사 선도사업이 의료계의 반대로 8월 들어서야 뒤늦게 시행됐고, 이후에도 개원가의 반발이 거세 위원 수 개정에까지 이르게 됐지만, 결국 불기둥에 기름만 부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와 개원가 모두 초지일관 마이웨이를 걸어왔고 서로의 입장 차이만 반복적으로 확인하며 평행선을 그리면서 2019년을 마무리 해, 2020년 분석심사 선도사업이 로드맵대로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심사체계 개편이라는 거대한 산을 두고 정부는 의료계에, 의료계는 정부에게 얼마나 열린 마음을 갖고 서로를 대했는지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며 "심사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 또 하나의 갈등 요소가 돼 신뢰관계를 더욱 무너뜨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심평원은 연간 선도사업 평가 결과에 따라 사업결과가 양호한 기관의 명단 공개 또는 인센티브 지급 등을 고려하고 있다며 수가·기준 조정 및 신설이 필요한 경우 유관부서 건의 등을 통해 신속히 제도 개선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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