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당뇨병 진료지침' 업데이트…대한당뇨병학회 '공격적' 혈당조절 주문
美내분비학회, 고령 환자 가이드라인 발표…세분화한 목표혈당 제시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2019년 국내외 당뇨병 학계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 목표를 두고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대한당뇨병학회와 미국당뇨병학회 모두 기존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혈당조절 목표를 '유지'한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대한당뇨병학회는 미국당뇨병학회보다 강력한 혈당조절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당뇨병 치료에서는 항당뇨병제인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송년기획 ① > 2019년 당뇨병 학계, 목표혈당 두고 엇갈린 韓·美

<송년기획 ②> 2019년 쓴맛 단맛 다 본 SGLT-2 억제제

목표혈당, 韓 6.5% 미만 vs 美 7% 미만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 목표는 당뇨병 학계의 뜨거운 논란 주제다. 미국에서는 학회마다 '6.5% 미만', '7% 미만', '7~8%' 등 목표치를 다르게 제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한당뇨병학회가 4년 만에 개정한 '2019 당뇨병 진료지침'에서는 어떤 목표치를 권고할지 초미의 관심사였다.

대한당뇨병학회가 새로운 진료지침을 발표하기에 앞서, 미국당뇨병학회(ADA)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혈당조절 목표치를 당화혈색소 '7% 미만'으로 고수했다. 치료 과정에서 부작용 또는 저혈당 이력이 없다면 '6.5% 미만'으로 보다 엄격하게 조절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대한당뇨병학회가 제시한 목표혈당은 미국과 달랐다. 일반적인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 목표치를 기존과 동일하게 당화혈색소 '6.5% 미만'으로 못 박은 것.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위원회는 혈당조절 목표치를 두고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이 있었으나, 국내 목표혈당 도달률이 낮다는 점을 고려해 서구보다 공격적인 혈당조절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인의 제2형 당뇨병 유병 특성을 고려해 초기부터 적극적인 혈당조절이 요구되고, 새로운 항당뇨병제의 특성으로 인해 저혈당증 우려 없이 혈당을 강력하게 조절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아울러 제1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 목표치는 당화혈색소 7% 미만으로 제시했다. 

인구 고령화에 맞춰 미국내분비학회가 발표한 65세 이상의 고령 당뇨병 환자 치료 가이드라인도 주목을 받았다. 고령 당뇨병 환자가 늘고 기대수명이 길어져 이들을 위한 맞춤 치료 가이드라인을 개발한 것이다.

가이드라인은 건강 상태에 따라 세 개 군으로 분류해 혈당조절 목표치를 달리 제시했다는 게 핵심이다. 저혈당 유발 항당뇨병제 치료를 받지 않는 고령 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 목표치는 당화혈색소 기준으로 △건강군 7.5% 미만 △중간 건강군 8% 미만 △건강 악화군 8.5% 미만으로 권고했다.

저혈당 유발 항당뇨병제 치료를 받고 있다면 △건강군 7.0% 이상 7.5% 미만 △중간 건강군 7.5% 이상 8.0% 미만 △건강 악화군 8.0% 이상 8.5% 미만으로 제시했다. 가이드라인에서 언급한 저혈당 유발 항당뇨병제는 인슐린, 설포닐유레아, 글리니드 등이다. 
 

심혈관 혜택 입증한 항당뇨병제 약진

약물 치료전략에서는 심혈관 혜택을 입증한 항당뇨병제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확인한 항당뇨병제 사용을 한층 강조한 것이다. 

미국당뇨병학회는 메트포르민에 이어 2차 치료제를 투약하기 전 환자의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동반 여부를 확인하도록 주문했다. ASCVD가 확인됐다면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입증한 SGLT-2 억제제 또는 GLP-1 수용체 작용제를 투약하도록 제시했다. 

대한당뇨병학회도 미국당뇨병학회와 궤를 같이했다. 대한당뇨병학회 가이드라인의 주요 변경사항은 ASCVD 동반 환자에게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입증한 SGLT-2 억제제 또는 GLP-1 수용체 작용제를 우선 고려하도록 권고한 대목이다. 이는 메트포르민에 이어 2차 치료제 선택 시 심혈관질환 병력 여부에 따라 두 계열 약제를 우선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로,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검증한 심혈관계 영향 연구(CVOT)를 반영한 결과다.

이에 더해 유럽심장학회·당뇨병학회(ESC·EASD)도 '당뇨병·당뇨병 전단계·심혈관질환 가이드라인'을 올해 업데이트하며, CVOT를 근거로 심혈관질환을 동반했거나 고위험 또는 초고위험인 당뇨병 환자에게 SGLT-2 억제제 또는 GLP-1 수용체 작용제를 권고했다.

대한당뇨병학회·신장학회, 메트포르민 치료전략 제시

미국당뇨병학회는 약물 치료전략에 이어 당뇨병 환자의 영양관리도 주목했다. 지난 4월 당뇨병 환자 또는 당뇨병 전단계 성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개별화된 영양관리를 진행해야 한다는 전문가 합의문을 발표하며, 영양관리도 모든 환자에게 하나의 전략을 적용하는 'one-size-fits-all'을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동일한 영양관리를 진행할 경우 당뇨병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관리할 수 없다는 데 학계의 의견이 모인 것으로, 당뇨병 환자의 특징과 사회경제적 상황, 음식 선호도 등을 고려해 개인별 영양관리 전략을 세우도록 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대한신장학회와 당뇨병 환자의 신기능에 따른 메트포르민 치료전략에 대한 공동 합의문을 발표하며, 신질환 동반 당뇨병 환자의 메트포르민 치료전략을 명확히 제시했다.

합의문에서는 당뇨병 환자가 요오드 조영제를 사용하는 검사를 받는 경우 메트포르민을 무조건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권고했다. 조영제 사용 검사 전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에 따라 메트포르민 중단 또는 금기를 결정하고, 검사 후 신기능을 확인해 메트포르민 재시작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올해 미국당뇨병학회 가이드라인도 요오드 조영제 사용 검사 전 환자의 eGFR에 따라 치료를 결정하도록 권고했다는 점에서, 국내 합의문과 미국 가이드라인의 권고안이 일치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