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승철 교수 

기면병은 완치가 어려운 희귀난치성질환이지만, 꾸준한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를 통해 증상을 조절하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 같은 기면병 약물치료에는 낮에 과도한 졸음을 개선하는 중추신경흥분제(각성제)와 탈력발작 증상을 조절하는 항우울제가 주로 사용됐다.

그러나 16년 만에 아모다피닐(제품명 누비질)이 출시되면서 기존 약물 대비 약효지속 시간과 복용 편의성을 개선한 치료 옵션이 제시됐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홍승철 교수(정신건강의학과)를 만나 기면병 치료현황과 환경변화를 들어봤다.  

Q. 기면병의 발병 원인과 치료 환경은 어떠한가.  

발병 원인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HLA DQB1*0602 유전자와 수면-각성 조절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히포크레틴(hypocretin) 혹은 오렉신(orexin)의 농도 저하 등이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인의 경우 히포크레틴의 농도가 200pg/ml 이상이지만 110pg/ml 이하로 떨어지면 기면병으로 진단할 수 있다. 

히포크레틴의 결핍이 기면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1999년에 발견됐고 이후 치료제 개발에 히포크레틴 합성에 성공했지만 효과가 미미했다. 약물을 복용하거나 혈관에 주입하면 뇌에서 활성화돼야 하는데,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최근 BBB 통과 기술이 개발돼 현재 신약에 대해 임상시험중이다. 이 약이 출시가 된다면 근본적 치료가 가능해질 것을 기대한다.

성빈센트병원 홍승철 교수
성빈센트병원 홍승철 교수

Q. 기면병의 주요 연령대는 어떠한가.

 과도한 낮졸림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전체 인구 약 10%로 추정되지만, 기면병 유병률은 약 0.05%로 2000명 중 1명꼴로 발생, 국내에서 희귀난치성질환으로 분류된다.

기면병을 진단받아도 수면 스케줄을 조절해 일상생활이 가능한, 증상이 덜한 기면병 환자들은 치료에 소극적일 수 있다. 기면병은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로 증상 조절이 가능한 질환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진다면 잠재 환자들이 치료를 받기 위해 더 많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기면병은 특히 10대 후반이 가장 많은 편이다. 기면병에는 유전적 요인이 작용하는데, 이 유전자는 매우 특이하다. 이 유전자의 유병률은 13%로, 우리나라 국민의 약 500만 명이 해당 유전자를 갖고 있다 볼 수 있고, 탈력발작이 있는 기면병 환자의 92%가 이 유전자에 양성을 보인다. 한 연구를 통해 기면병 유전자가 있는 사람에게서 히포크레틴 세포가 파괴되는 자가면역 질환의 과정이 진행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때, 유럽과 중국 일부 지역에서 백신접종을 받거나 신종플루에 감염된 사람들에게 기면병이 많이 나타났다. 그 원인을 연구해 보니, 당시 신종플루 균이 히포크레틴을 파괴하는 역할을 했으며, 이때 기면병이 나타난 환자들은 기면병 유전자를 모두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유전자가 없이도 기면병이 발병되는 경우도 있다. 

Q. 기면병으로 진단되면 약물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과도한 낮졸림증을 개선하는 메틸페니데이트(페니드), 모다피닐 제제 등 중추신경흥분제 (각성제)와 탈력발작, 수면마비 증상 조절에는 항우울제를 주로 사용한다. 특히, 한국은 90% 이상이 각성제를 복용해 과도한 낮졸림증을 조절하고 치료 효과도 좋은 편이다. 다만, 페니드 제제는 약효유지 시간이 2~4시간으로 약물 반감기가 짧아 환자에 따라 하루에 최소 2~3번 복용해야 한다. 

Q. 기면병 약물치료 중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는 점은.  

환자가 본인의 생활 리듬에 맞춰 약물을 선택한다. 기면병은 치료 효과에 대한 약물 모니터링도 환자가 느끼는 각성효과 등 주관적 평가를 기반으로 하며, 약물 용량도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조절한다. 약의 효과가 강하면, 두통, 가슴 두근거림, 불면증, 불안함 등의 증상을 호소할 수 있다. 이럴 경우에는 약을 줄이기도 하고, 약을 복용하면서 졸린 증상이 지속되면 약을 증량하기도 한다.

Q. 16년 만에 업그레이드된 기면병 치료제 아모다피닐이 작년 출시됐다. 복용한 환자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기존 약물 복용 시, 정신이 멍해지는 증상을 느꼈던 환자들도 꽤 있었는데, 아모다피닐 복용 후에 멍한 증상이 호전됐다는 반응이 많았다. 누비질은 높은 혈중 농도를 유지해 기존 약물 대비 각성 효과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인지 기능도 좀 더 향상시켰기 때문이다.

사실 아모다피닐은 기존 약물과 비교해 각성 효과가 더 강하기 때문에 의료진으로서 우려도 있었다. 환자들이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자거나 신경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다. 아모다피닐은 150mg과 250mg 등 두 가지 용량이 있는데, 150mg은 모다피닐 200mg보다, 250mg은 모다피닐 400mg보다 약효가 강하다. 하지만, 실제 아모다피닐을 복용한 환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고, 지금까지 큰 우려는 없다는 판단이다.

Q.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 조절이 어려운 환자도 있는가. 
 
약물을 복용했을 때 몸에 과한 각성효과가 나타나면 컨디션이 악화되거나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있다. 이같으면 약물 복용이 힘들다. 기면병은 사망에 이르거나 고통스러운 통증을 동반하는 치명적 질환은 아니다. 단순하게는, 졸림 증상이 있을 때 잠을 자면 되기 때문에 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들도 있겠지만, 과도한 낮졸림증이 문제된다면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고, 교통사고 등을 겪을 위험이 높기 때문에 전문의의 치료는 필수적이다. 

Q. 아시아 기면병과수면증학회를 창립해 초대 회장을 맡는 등 현재 국내외에서 다양한 수면학회 활동을 하고 있는데.

다양한 수면장애 관련 연구뿐 아니라, 기면병 환자들의 권익 활동에 관심이 많다. 가장 중요한 점은 기면병 질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다. 학회 캠페인 등을 통해 대중에게 정확한 질환 정보를 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료진들도 계속해서 기면병의 진단 치료 등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학회는 기면병의 진단, 치료, 연구 등에 주력하고 있다. 다중 수면잠복기검사를 하면 8분 이내 잠이 들지만 렘수면이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이 경우 기면병이 아닌 ‘특발성 과다수면증(idiopathic hypersomnia)’으로 진단한다. 특발성 과다수면증은 정확한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고, 관련 연구도 미비하다. 치료가 필수적이지만, 산정특례로 지정되거나 건강보험 급여 혜택도 받을 수 없어 특발성 수면과다증 환자들은 전문적 치료약제에 대해 100% 본인 부담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학회에서는 이러한 사각지대에 있는 과다 수면증 환자들이 전문적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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