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양영구 기자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달려오는 황소의 오른쪽 뿔을 피하자니 왼쪽에 찔리고, 그렇다고 왼쪽을 피하자니 오른쪽 뿔에 찔리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의 선택을 표현하는 데서 나온 용어가 '딜레마'다. 두 개의 판단 사이에 끼어 어느 쪽도 선택할 수 없는 상태로, 일반적으로 진퇴양난과 뜻을 같이 한다.

항당뇨병제 메트포르민에 발암물질인 NDMA 수치를 확인, 필요하다면 회수조치를 권고할 예정이라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발표를 듣고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딱 그짝이구나 싶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우리나라는 이른바 'NDMA 포비아'였다. 항고혈압 성분인 발사르탄 사태부터 시작해 1년 만에 위장약 성분 라니티딘과 니자티딘으로 NDMA 검출이 이어졌다.

그 때마다 식약처는 NDMA가 검출된 의약품에 대해 판매중지와 회수라는 엄격한 처분을 내렸다.
 
제약업계는 불가항력적인 자연발생적 NDMA 검출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개원가는 식약처의 판매중지·회수 조치가 환자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그런데 이번엔 메트포르민에서 터졌다. 

FDA는 메트포르민에 대한 NDMA 검사에 돌입했지만 미국 내 하루 섭취 허용량인 96ng 초과의 NDMA가 메트포르민에 확인되지 않았고, 매일 하루 섭취 허용량 이하의 NDMA를 70년 동안 섭취해도 암 위험은 증가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식약처는 문제가 된 싱가포르의 메트포르민 제품이 국내에 수입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만에 하나지만, 국내에 유통 중인 메트포르민에서 NDMA가 검출된다면 식약처는 어떤 조치를 취할지 궁금해졌다.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메트포르민에 대한 판매중지와 회수조치를 내리자니 이를 대체할 약이 없고, 그렇다고 가만 두자니 엄벌을 내렸던 라니티딘·니자티딘과 대치된다. 

다시 한 번 딜레마라는 단어를 생각해보자. 

앞서 언급한 것처럼 딜레마는 어느 하나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면서 전통적인 논리학 용어이기도 하다. 

딜레마는 삼단논법의 특수형식 중 하나로 통용되는데, 결국 어느 한 쪽을 취해도 나쁜 결론이 온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밝히기 위해 사용된다.

결국 식약처가 손쉽게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안일한 생각이 스스로를 나쁜 결론을 취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만든 셈이다. 

결국 식약처가 처한 딜레마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건 환자이자 국민이 됐다. 

식약처가 '가자니 태산이요, 돌아서자니 숭산'인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지 그 해법이 너무나 궁금하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