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국제보건의료포럼·건보공단, 북한의료발전 남북 및 국제협력방안 국제심포지엄 개최
국내외 전문가들, 체제 전환국 시장 개방 이후 체계 개혁방안 토대 북한 적용 가능성 분석
체계 적용 이전에 북한 보건의료 현황 및 시스템에 대한 이해·공감 우선돼야

국내외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지난 9일 여의도 콘레드호텔에 모여 북한 보건의료체계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국내외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지난 9일 여의도 콘레드호텔에 모여 북한 보건의료체계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국내·외 전문가들 다수가 북한에 도입 가능한 보건의료체계를 논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지만, 다른 국가의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에는 같은 목소리를 냈다.

북한 보건의료 현황 및 시스템에 대한 공감, 관련 데이터 축적 등이 우선돼야 하는 등 아직 준비가 미흡할뿐더러 시기적으로도 체제 전환 이후의 북한을 언급하기에는 이해도가 낮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 9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개최된 '북한의료발전 남북 및 국제 협력방안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 북한 관련 연구자들을 통해 제기됐다.

이날 심포지엄은 국회국제보건의료포럼,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등이 공동 개최한 행사로 체제 전환국의 시장 개방 이후 보건의료체계가 어떻게 개혁됐는지를 알아보고 이를 북한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열렸다.

 

아르메니아, 조지아, 몰도바는 어떤 체계?

우선 Volkan Cetinkaya 세계은행 국장은 아르메니아(Armenia), 조지아(Georgia), 몰도바(Moldova) 등의 사례를 소개했다.

아르메니아는 아제르바이잔과의 전쟁을 거치면서 1990년대 보건의료 지표들의 수준이 매우 떨어진 경험이 있으나 2017년, 정권이 교체되면서 정부가 재원 부분에 있어서 제3자 관리 운영사로 민간보험사를 참여시키기 시작했다.

보험료 자체는 정부가 설정하되 민간보험사를 정부가 지목하는 형태였는데, 경쟁이 있으면 보건의료 시스템 내 비효율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기반 한 것이다.

Volkan Cetinkaya 세계은행 국장
Volkan Cetinkaya 세계은행 국장

아르메니아는 현재도 운영 중인 이 시스템이 성공하면 사회보장제도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로까지 확장할 계획이나, 6개월 정도로 짧은 기간 동안의 추세만 분석된 상태여서 그 경과를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게 Cetinkaya 국장의 주장이다.

이어 조지아는 정부 재정만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으로 2013년에 보편적 의료 보장(Universal Health Coverage, UHC)을 도입했다.

병원 방문에 대한 국민의 부담이 전혀 없으며 85%가 민간병원이고 이들은 일차 의료기관과 약국도 각각 함께 운영한다.

그러나 약값의 본인 부담금이 40%로 굉장히 높은 편이며, 환자들이 일차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대형병원 위주로 이용 중이어서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몰도바는 2009년부터 전국민이 보험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고용상태이든 실업상태이든 보험료를 정부가 직접 납부해 주고 있다.

국민이 보건의료서비스를 이용함에 있어서 걱정이 없도록 하기 위함인데 인구가 300만명도 안되는 작은 국가이기 때문에 시도 할 수 있었던 형태다. 

그렇다 보니 병원과 약국 등의 시설이 대규모일 수밖에 없고 전기, 수도, 가스 등의 세금이 높게 책정됐으며, 일차 의료기관의 의사 및 간호사 임금이 크게 증가해 비효율적인 면도 있는 것으로 지적 받고 있다. 
 

한 국가의 사례를 북한에 그대로 적용은 불가능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굳이 아르메니아, 조지아, 몰도바 등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타국의 보건의료 체계 개혁 및 과정을 북한에 동일하게 도입하기 쉽지 않다는 데 입을 모았다.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 Martin Mckee 교수는 여러 국가가 '사회보험시스템'이라고 불리는 체제를 사용하고 있어도, 동일한 단어를 사용할 뿐이지 나라별로 의미하는 것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Mckee 교수는 "폴란드와 헝가리에 적용된 사회보험시스템과 독일에 적용된 그것은 차이가 있다"며 "예를 들어 독일의 사회보험체제에는 보상과 연금 등의 개념이 함께 포함돼 있고 세금 문제에서도 일부 다르다"고 설명했다.

Mckee 교수는 이어 "세금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사회보험시스템이 북한에도 어울릴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며 "의료 인력과 임상 시스템 등 여러 시스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보건의료 정책 결정에 있어서 정치적인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즉, 모든 국가가 체제 변환이 되거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결정들이 내려졌고 이 때문에 동시대를 살고 있어도 각기 다른 형태의 체계를 갖추게 됐다는 의미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김소윤 교수도 동유럽이 체제 전환 해외 사례를 참고할 수는 있으나 결국 답은 북한과 남한이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교수는 "동유럽 국가 모형과 북한의 가장 큰 차이점은 남한이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다"며 "지금까지 남한은 북한에 어떤 식으로든 지원을 해왔고 앞으로도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만큼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같이 의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Cetinkaya 국장도 "최근 WHO와 세계은행은 중·저소득 국가에게 단일보험자 시스템을 권장하고 있으나 북한에는 어떤 적용이 필요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남·북 보건의료 차이와 현황에 대한 공감·이해부터 시작해야

한편, 북한의 보건의료 시스템에 대한 이해 및 공감 그리고 현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심포지엄의 패널리스트 중 다수가 북한에 대한 정보가 의뢰로 부족하고 아직은 국제 교류를 통한 지원이 필요함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서울의료원 이혜원 과장(가정의학과)은 "국제 교류로 북한에 대한 지원은 계속해서 필요하다"면서도 "북한이 정말로 취약한 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지역사회 역량강화로 도달할 수 있게 투명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출처: 포토파크닷컴
사진출처: 포토파크닷컴

건보공단 정책연구원 이정면 박사는 "물적 지원 중심에서 인적교류로 물꼬를 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여기서 이 박사가 설명한 인적교류란 남북 연구자간의 공동 연구과제 및 서로간의 의료 기술의 직접적 교류를 말한다.

그는 "남한은 최첨단 의료기술이 발전됐고 북한은 고려의학이 발전된 이점이 있어 이를 서로 연계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며 "남한이 재정적 투자를 해 병원을 짓고 그 병원에서 남북 의료진이 함께 북한 주민들을 치료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북한에 대한 보건의료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국제보건의료재단 추무진 이사장 또한 "남북 보건의료협력을 위한 첫째는 북한 보건의료 현황이나 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이고, 두 번째는 남과 북이 북한 보건의료에 대해 논의 할 수 있는 인적 교류의 기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남북 보건의료 협력이 휴머니즘에 입각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끝으로 Cetinkaya 국장은 "북한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하면 어떤 체계 변화도 시작하기 힘들다"며 "국제 원조와 관련해 많은 기구들의 도움을 통해 이슈를 하나씩 체크하고 아젠다를 정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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