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약사회·한약사회 반대 입장…한의협, 집행부는 찬성하지만 반대 여론 높아
복지부, 시범사업 통해 첩약 안전성 유효성 함께 검증할 것

좌 이창준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 우 김광모 대한한약사회 회장.
좌 이창준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 우 김광모 대한한약사회 회장.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복지부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의협, 약사회, 한약사회까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제대로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찬성하고 있는 한의협 조차 내부적으로 반대 의견이 중론을 이루고 있어 정부가 원하는 대로 급여화가 진행될지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대한한약사회는 4일 보건복지부 세종청사 앞에서 첩약 급여화 반대 규탄집회를 열었다.

한약사회는 복지부가 한의협쪽 의견만 듣고, 한약사의 일방적인 양보만 요구하고 있다고 배신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약사회 김광모 회장은 규탄집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규탄집회 이유와 복지부와의 면담 결과를 설명했다.

김광모 회장은 지난 4월부터 첩약 급여화협의체에 적극 협조해 왔지만 지난 10월부터 복지부가 한의협 의견만 수렴한 최종안을 만든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복지부가 각 단체의 입장을 정리해오라고 요청 했다며, 정리가 되지 않았다고 한의협쪽 편만 들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에 따르면, 복지부가 중심을 잡고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아니라 한의협 편만 들고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협의체를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며 "그동안 협의체를 비롯해 논의도 했고, 개별적으로 단체 간 서로 의견 조율하는 과정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의협이 복지부에 내부적으로 첩약 급여화 반대 목소리가 높다며 압박해 복지부가 한의협 의견을 따르고 있다는 게 김 회장의 주장이다.

김 회장은 "한의사와 한약사 간 한약분업에 대한 정리가 필요했다"며 "하지만, 분업은 이뤄지지 않았고, 이번 첩약 급여화 과정에서 분업을 위해 양측이 상호 양보를 통해 이뤄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의협은 분업에 대해 양보할 생각이 없으며, 분업을 한다면 첩약 급여화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복지부가 한의협 편을 들고 있다는 것이 김 회장의 설명이다.

이어 "한약사들은 복지부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간 복지를 믿고 협의해 왔지만 이제는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우리가 제시한 방안 이외에는 첩약 급여화를 거부하는 입장을 복지부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에 따르면, 복지부측은 한약사회에 한의약 심폐소생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첩약 급여화를 통해 환자 접근성이 개선되면 국민들의 이용률이 높아지고,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입장을 설명했다는 것이다.

이어, 복지부는 한의약 전체적인 발전을 위해 한약사들의 많은 양보가 필요하다며, 한의협의 반대가 심하니 첩약 급여화 판을 깨지 않기 위해 한약사의 양보를 요구했다고 김 회장은 전했다.

김 회장은 "복지부는 전체적인 그림을 보고 추진하고 있으니 복지부를 믿어 달라고 했다"며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한약사만 여전히 양보하고, 피해를 보는 것으로 밖에 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복지부측은 한약사회측에 이달 중 한약사회 등 관련단체를 모아 현재 운영 중인 첩약 급여화 협의체와 별도의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복지부의 별도 협의체 구성 제안은 한약사 역시 첩약 급여화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어 한약사회까지 반대 입장을 고수할 경우 첩약 급여화는 사실상 좌초되기에 설득작업을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김 회장은 "한의사가 양보하지 않으면 논의할 수 없다"며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정부의 제안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복지부의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이에, 복지부 이창준 한의약정책관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안을 당초 이달 건정심에 상정할 예정이었지만 내년으로 연기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대신, 첩약 급여화 협의체 회의를 이달 중 열어 의견 조율을 더하겠다는 것이다. 

이 정책관은 첩약에 대한 안정성과 유효성 논란이 있는 것을 안다며, 첩약에 들어가는 성분을 표시해 국민들이 내용물을 다 알게 하고, 약재 CPG를 통과한 안전한 약재만 사용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창준 정책관은 한의사 및 한약사 간 분업과 관련해 "한약사 고용 등의 문제로 불안해 하고 있는 걸로 안다"며 "한약사 고용 어려움이 없도록 별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 한의약 분업을 하게되면 첩약을 조제할 곳이 많지 않게 돼 국민이 불편을 겪게 되는 상황"이라며 "청구 시스템도 전부 손질해야 하는 상황이라 단 시간 내에 할 수 없다. 국민편의 측면에서 당장 검토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정책관은 또, "한약사의 우려는 이해 하지만, '다 만들어 놓고 하자, 아니면 안된다'는 접근법은 어렵다"며 "이대로라면 한의약산업 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 일단 첩약 급여화로 물꼬를 트고 그 안에서 한약사, 한의사가 각각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의협과 약사회는 첩약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여화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복지부는 심평원에 첩약의 안전성과 유효성, 비용효과성평가를 의뢰했지만 진행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