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리과 전공의 지원자 지난해 대비 절반 이상 감소…방사선종양학과는 2배 증가
지방병원들은 대부분 정원 미달…매년 기대가 절망으로 바뀌는 일 반복 경험 한숨

사진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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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매년 전공의 모집 기간이 되면 '올해는 다르겠지'라며 희망 가득한 기대감을 갖지만 역시나 절망으로 바뀌는 일을 반복 경험하던 기피과들의 희비가 올해는 다소 엇갈렸다.

하지만 이들 과들은 언제 상황이 서로 뒤바뀔지 혹은 동반 추락할지 모르는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은 변함없는 공통점이라고 말한다.

또한 과를 불문하고 전공의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지방 수련병원들의 하소연이 이번에도 재현됐다.

2020년도 전공의 모집이 최근 끝난 가운데 지난해 참혹한 성적표를 받았던 핵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병리학과가 올해는 각기 다른 위치에 놓였다.

지원자 수에 있어서 방사선종양학과는 대폭 증가했지만 핵의학과는 큰 변함이 없고, 병리과의 경우 지난해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38명을 목표로 한 병리과는 7명을 모집하는 데 그쳤고 핵의학과는 24명에 1명, 방사선종양학과는 24명에 11명을 모집했다.
 

최악의 결과 '병리과', 의과대학에부터 정체성 잃어 가

대한병리학회 장세진 이사장(서울아산병원)의 표현을 빌리자면 올해 병리과 전공의 모집 결과는 최악이다.

2020년 전문의 시험을 치르는 4년차 병리과 전공의가 총 37명, 3년차 31명, 2년차 27명, 1년차 19명으로 매년 하락세를 보인 것도 모자라 올해는 단 7명만 지원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장세진 이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약 2.5배가량 많은 일본은 매년 병리과 전문의를 8~90명 배출하는데도 부족하다고 한다.

일본의 상황과 완벽히 동일할 수는 없지만 단순 인구수로 계산하면 우리나라는 연간 3~40명의 병리과 전문의가 배출돼야 한다는 셈이다.

장 이사장은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수가 문제로 인해 병리과가 힘들기만 하고 보상이 없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지만 10명도 안되는 모집 결과는 처참하고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더 큰 문제는 학생 교육 시스템의 변화로 인한 병리과 정체성의 상실이다.

예전에는 현대의학의 기초가 병리학이이여서 수업이 많았는데, 지금은 통합강의라는 이유로 호흡기나 심장학 등의 수업 중간에 섞여 병리학 측면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것.

사진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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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이사장은 "의과대학에서 7학점을 배정해 두 학기에 걸쳐 배우던 병리학이 지금은 2학점 정도로 대폭 줄었다"며 "학생들도 병리과를 생리학이나 해부학처럼 완전한 기초 과목으로 생각해 잊어버리는 경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초의학의 특성이 강한 병리과는 의학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지원자들이 몰리곤 했는데, 의과대학에서 수업이 축소되다 보니 학문적인 면도 희박해졌다는 게 장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학문을 중점적으로 하는 과도 아니고 진료를 적극적으로 하는 과도 아니게 된 정체성이 애매해지고 자존심을 잃어버린 과가 됐다"며 "심지어 전공의 지원 과에 병리과가 있는지 조차 모르는 학생들도 있다"고 탄식했다.

이 같은 문제는 당장 의사 국가시험에서 조차 여실히 드러난다고 지적한 장 이사장이다.

그는 "국가고시에 병리학이 나오지 않으니 병리과 자체를 기억할 일이 아예 없다"며 "병리학이 3~4문제만 출재돼도 학생들의 머릿속에 인식될 수 있는 만큼, 국시원과 적극 협의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또 하나 잘못된 생각 중의 하나가 인공지능이 병리과를 대체할 것이라는 생각"이라며 "미래 근거중심의학과 맞춤의학 시대에 병리과는 장점적인 수요가 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병리과가 흥미로운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고 정부의 관심이 생길 수 있도록 다각도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기회 놓치지 않겠다 '방사선종양학과'
앞으로를 기대하는 '핵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는 지난해 5명만 지원했지만 올해는 지원자가 약 2배 늘어 11명이 됐다.

병리학과에 비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지원자들이 어떤 연유로 방사선종약학과를 선택했는지 정확한 원인을 분석해 추세를 지켜보겠다는 게 학회의 입장이다.

방사선종양학과는 과거 정부의 권역별 암셈터 사업이 구체화 됐을 때, 방사선 치료의 기술 발전으로 수술이 활성화 되던 시기에 전공의 지원율이 대폭 올라간 경험이 있다.

그 이후 또 한번의 전공의 지원율 상승을 겪게 된 것이니, 이 기회를 통해 수련교육 프로그램을 연차별로 체계화 해 다학제 진료에 있어서 여러 분야의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는 전문의를 배출한다는 계획이다.

대한방사선종양학회 계철승 수련교육이사(인천성모병원)는 "전공의 연차별 교육프로그램 구체화가 끝났다. 12월 중순까지 대한의학회에 고시할 예정"이라며 "기초의학 지식을 임상에서 응용할 수 있게 R&D 능력을 같이 키울 수 있는 여러 과정을 강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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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계 이사는 방사선종양학과의 내부적인 분위기가 환자 치료에서 연구 쪽으로 흐름이 변화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계 이사는 "지금껏 암치료와 관련해 보조 성격이 강했지만 신의료기술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방사선종양학이 선도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을까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전공의 지원율이 상승한 정확한 원인 분석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대한핵의학회 강건욱 대외협력이사(서울대병원)도 비슷한 맥락의 분석을 내놨다.

핵의학 분야에 새로운 검사법들이 발전 중이지만 혁신이 현장에 도입되는 시차가 있기 때문에 몇 년 후에는 핵의학과가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강 이사는 "지난해 양전자단층촬영 검사가 삭감돼 취직자리가 부족했던 현상이 얼마 전까지는 있었지만 많이 회복했고 전공의들이 보기에 타 과에 비해 경쟁자가 적은 면이 있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신의료기술 발전과 맞물려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매년 채울 수 없는 전공의 정원 '지방 수련병원'

지원 과를 불문하고 지방 수련병원들은 좀처럼 늘지 않는 전공의 지원율에 한숨을 쉬고 있다.

2020년도 전공의 지원율을 보면 수도권 수련병원들은 전체 전공의 총원이 미달된 곳이 많지 않은 반면 지방은 강원대병원, 건양대병원, 경북대병원,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 등 미달되지 않은 곳을 찾는 것이 더 빠를 정도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일부 수련병원은 지원자가 일절 없는 과도 많아 전공의 수급에 발만 구르고 있는 상태다.

지방의 한 의과대학병원장은 "이제는 생존을 위해 전공의 비의존형 병원으로 탈바꿈하려고 하는 실정이지만 쉽지 않다"며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좋은 것은 분명하지만 지방에서는 구하기가 어려워 지방병원은 정부 보조로 급여를 더 늘려줘야 한줄기 빛이라도 보일 것"이라고 호소했다.

교수들도 전공의 부족으로 당직을 서야 하는 상황에서 전공의 지원에서 미달되는 일이 매년 반복되니 이제는 교수의 이탈도 걱정해야 할 처지라는 것이다.

또 다른 지방 수련병원 관계자는 "의료전달체계가 바뀌고 지역의료 강화 대책이 마련된다고 하지만 연속성 없이 조금씩 변화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며 "전공의, 간호사 등 의료 인력의 지역 불균형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는 표현만으로 버티기는 힘들어 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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