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 많은 교수가 의사과학자 양성할 수 있습니까?"
"할 일 많은 교수가 의사과학자 양성할 수 있습니까?"
  • 정윤식 기자
  • 승인 2019.11.25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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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형 의대협 회장, 정부의 의과학자 양성 의지 및 전략에 회의적 시선 보내
기존 진료·교육·연구 등에 번아웃 된 교수가 물리적으로 할 수 있는 일 아냐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대한의학회, 대한수련병원협의회가 최근 용산드래곤시티에서 개최한 '기본의학교육(BME)과 졸업후의학교육(GME) 연계 의사과학자 양성 전략 심포지엄' 토론자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교수님들이 의사과학자를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이 되는지가 가장 큰 의문입니다."

피교육자인 의대생이 교육자인 의대 교수들에게 훌륭한 의사과학자를 양성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전시형 회장(한양의대)이 지난 22일 용산드래곤시티에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대한의학회, 대한수련병원협의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학술대회 심포지엄 중간에 던진 이 질문은 스승의 능력을 의심해 한 말이 아니다.

내실 있는 연구교육을 실시하기 힘든 상황에 처한 의대 교수와 제대로 된 연구교육을 받기 힘든 처지에 놓인 의대생을 우려한 것이고, 이를 초래한 현 의료환경을 비판한 발언에 가깝다.

이날 전시형 회장은 '기본의학교육(BME)과 졸업후의학교육(GME) 연계 의사과학자 양성 전략' 심포지엄에서 첫 번째 토론자로 나와 크게 3가지 이유로 정부의 의사과학자 양성 전략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우선, 의사과학자에 대한 의대생들의 높아진 관심을 감당할 수 있는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전 회장은 "대부분의 대학은 의료계에서 요구하는 임상 역량을 갖추게끔 하는 직업학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여기에 연구를 같이 해야 하는 학교 프로그램이 늘어나 둘 중 어느 하나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겼다"고 꼬집었다. 

그는 "의사과학자의 전망도 불안정해 연구에 관심이 있고 커리어를 쌓고 싶다고 한들 지치게 된다"고 부연했다.

또한 짧은 기간 동안 거의 모든 학교에 연구교육 프로그램이 생겨나면서 기관별로 교육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고 획일화 돼 있다는 점을 문제로 삼은 전 회장이다.

의대협 전시형 회장(왼쪽)과 동국대학교일산병원 김광기 신경과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의대협 전시형 회장(왼쪽)과 동국대 일산병원 김광기 신경과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전 회장은 "학교별 연구교육을 뜯어보면 다 비슷하다"며 "연구가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알겠는데 학생들의 연구 역량을 어떻게 교육하고 갖추게 할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한 듯싶다"고 말했다.

전 회장이 든 마지막 이유는 애당초 교수가 학생에게 연구를 교육시킬 시간과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미 교수들은 기존의 의대 교육과 연구 활동, 심지어 밀려드는 환자를 진료하는 등 수많은 업무에 의해 번아웃되고 있는데, 학생들의 연구교육까지 담당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미다.

전 회장은 "병원에 실습을 갔을 때 의대 교수를 가까이에서 보고 느낀 바로는 외래 진료, 연구, 국시 채점 등에 치인 이들이 과연 학생을 가르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며 "교수가 충분한 환경과 제반조건을 토대로 학생을 가르치지 않으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에서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연구교육을 시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연구 쪽 커리어를 쌓고 싶은 마음은 점차 사라진다"고 덧붙였다.
 

연구교육과 성과평가 할 수 있는 준비 안 된 곳 많다

이 같은 전 회장의 의견에 심포지엄에 참석한 교수들은 공감을 표했다.

동국대 일산병원 연구부원장인 김광기 교수(신경과)는 "BME와 GME의 연계도 좋고, 의사과학자 양성도 좋고, 연구중심병원 활성화도 다 좋다"며 "하지만 급변하는 의료정책을 의대나 병원의 입장에서 따라가기 버거운 일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김 교수는 전공의법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으며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함을 피력했다. 

그는 "전공의 근무 시간 제한으로 인한 업무로딩을 맡을 사람이 없다"며 "의대생과 전공의들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시스템적으로 제대로 된 교육과 성과평가를 할 수 있는 준비가 안된 곳이 많다"고 전했다.

KAMC 한희철 이사장(고려의대 생리학교실)은 "우리나라 의사들은 OECD 평균에 비해 1인당 진료환자 숫자가 2배 이상 높다"며 "대학병원 교수들은 연구와 교육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대한의학회 장성구 회장도 "대학병원들이 수익에 치중하다보니 당장 수익에 연결되지 않는 교육과 연구 분야가 소홀해지는 것"이라며 "수익에 얽매이지 않고 연구와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 개편에 대한 논의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대한의학회, 대한수련병원협의회가 최근 용산드래곤시티에서 개최한 학술대회에 참석한 의대 교수들이 심포지엄을 경청하고 있는 모습.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대한의학회, 대한수련병원협의회가 최근 용산드래곤시티에서 개최한 학술대회에 참석한 의대 교수들이 심포지엄을 경청하고 있는 모습.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플로어에서는 국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양성된 의사과학자에게 적절한 직업과 보상을 부여하는 방안을 강구해 활용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과 배홍철 사무관은 "의사과학자 양성과 의학 교육과정 개선은 분명히 필요한 작업"이라며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되짚어보는 과정에서 어려운 합의가 필요할 수도 있으니 협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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