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건강보험 빅데이터 활용한 암 발생률 분석·발표
간과 신장 이식 모두 남성의 암 발생률이 높게 나타나
간암, 비호지킨림프종, 갑상선암, 위암 등 주로 발생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장기 이식술 후 주로 발생하는 암과 그 위험도는 어떻게 될까?

간과 신장 이식 모두에서 남성의 암 발생 건수가 여성보다 다소 높게 나타나고 간암, 비호지킨림브종, 갑상선암, 위암 등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최근 한라대학교에서 공동 개최한 '건강보험연구협의체 제4회 세미나'에서 장기이식 후 암 발생률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9년 최초로 생체 이식이 시행된 후 꾸준히 장기 이식술의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서구만큼 환자의 이식 전 건강상태 정보 및 이식 후 경과에 대한 현황 및 역학적 정보 파악이 활발하지는 않은 실정.

이에 심평원과 한양대학교가 장기 이식술의 장기적 관리를 위해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활용, 협업 과제 형태로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는 2007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수가코드로 추출한 간 이식 수혜자 9883명, 신장 이식 수혜자 1만 1562명를 대상으로 했다. 

다만 장기 이식 전 암 발생자, 장기 이식 후 30일 이내 암이 발생한 사람, 이식받을 장기 외 여러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 2번 이상 장기 이식을 받은 사람 등은 제외하고 연구 집단을 선별했다.

국제 질병 분류의 기준에 따라 21개 암(대분류)으로 구분하고 발새 건수가 많거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소분류 암은 대분류에 포함하지 않았다.

간접 표준화 방법을 이용해 표준화 발생비(Standardized Incidence Ratio, SIR)를 계산해 일반인의 평균 암 발생률과 비교했다.

결과는 95% 신뢰구간(CI)와 p=values(유의수준 0.05)를 갖는 SIR로 제시했다.

연구결과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제외 기준에 만족하는 간 이식 환자는 3822명, 신장 이식 환자는 1만 85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남녀 비율은 간 이식 1.6, 신장 이식 1.4로 남성이 더 많이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장기 이식 환자의 연령대별 분포를 보면 간과 신장 모두 50대 구간이 가장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간 이식 총 213건, 신장 이식 총 465건의 암 발생

간 이식 수혜자들에서의 암 발생건수를 분석해 보니 총 213건의 암이 발생했고 이 중 남성이 149건으로 70%를 차지했다.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간암으로 총 54건(12.8%)이 발생했으며, 40~50대 남성의 비율이 높았다.

간 이식 후 성별 연령대별 암 발생 현황(위쪽)과 많이 발생한 암 종류  현황.
간 이식 후 성별 연령대별 암 발생 현황(위쪽)과 많이 발생한 암 종류 현황.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한 암은 비호지킨림프종(23건)으로 남성의 경우 55~59세 구간, 여성의 경우 소아기 0~4세 구간에서 많이 나타났다.

위암은 21건이 발생했고 환자는 주로 50대 남성이었다.

신장 이식 수혜자들의 경우, 총 465건의 암이 발생했는데 이 또한 남성이 289건으로 62%를 차지했다.

갑상선암이 총 72건(7.9%)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고 40~50대 여성의 비율이 높았다.

이어 신장암 발생 58건 중 남성 45~55세 미만이 15건으로 가장 많았고, 여성은 40~44세에서 많이 나타나는 특징을 보였다.

위암은 50대 남성 위주로 총 48건이 발생했다.

신장 이식 후 성별 연령대별 암 발생 현황(위쪽)과 많이 발생한 암 종류  현황.
신장 이식 후 성별 연령대별 암 발생 현황(위쪽)과 많이 발생한 암 종류 현황.

장기 이식 환자와 표준 인구 집단의 암 발생률을 비교한 결과, 간 이식 남성 환자는 표준 인구에 비해 비호지킨림프종(SIR 15.3) 및 골수성백혈병(SIR 14.1)이 발생할 위험이 가장 높고 그 외 간암, 전립선암 등이 높게 나타났다.

간 이식 여성 환자 또한 표준 인구에 비해 비호지킨림프종(SIR 27.0) 발생 위험이 가장 높았으나 간암 발생(SIR 11.3)은 간 이식 남성 환자의 약 2배 높은 위험을 갖고 있었다.

신장 이식의 경우 남성은 카포시육종의 SIR이 379.8로 표준인구에 비해 매우 높은 위험을 갖고 있었으며 신장암(SIR 14.6) 및 비호지킨림프종(SIR 12.2) 발생 위험이 높았다.

신장 이식 여성 환자의 경우 방광암이 발생할 위험이 28.4배로 매우 높은 SIR을 나타냈음, 신장암과 비호지킨림프종의 SIR은 각각 22.7, 16.1로 높았다.

발표를 맡은 심평원 이풍훈 주임연구원은 "장기 이식술 이후 암 발생률에 대한 정보를 표준 인구 집단과 비교·제시해 위험도가 높은 암을 예방하는 기초 자료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장기 이식술 이후 암 발생 관련 상병·처방 요인에 대한 정보 분석을 통해 이식 전·후 환자 상태 개선·예방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암 발생 원인 인자로 면역억제제 고려한 추가연구 필요

다른 인구집단 표준인구로 한 SIR도 어떻게 다룰지 고민

이와 관련 한양대병원 최동호 교수(외과)는 이차암 발생의 확인과 암 발생의 원인 인자로 작용할 수 있는 면역억제제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현행 산정특례 체계로는 처음 발생한 암만을 확인, 이차암 또는 재발암을 확인하기 어려워 향후 이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단순히 이식 환자에서 일반인구 보다 암 발생이 높은지의 여부만 확인했는데 추후 약제 및 의료행위에 대한 연구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연세대 유기봉 보건행정학과 교수도 다른 인구집단을 표준 인구로 해 SIR을 계산하는 추가 연구를 추천했다.

예를 들면 장기 투석 환자에서 암 발생 자체가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장기 이식 환자의 암 발생률이 장기 투석 환자의 암 발생률보다 높은지 낮은지 등 암별로 SIR 및 암 발생 요인을 살펴보는 방향이다

유 교수는 "더 진행한다면 암 발생에 영향을 주는 것이 장기이식 전 상태인지 아니면 장기이식 후 신장이나 약의 사용에 따른 상태인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추가로 사망과 같은 경쟁위험(competing risk)을 SIR 계산에서 어떻게 다룰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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