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21일 입장문 발표
"환자 상태에 따라 수술 예후 달라…중증 환자 회피 현상 우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흉부외과 수술은 포괄수가제의 전제조건을 전혀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단순 심장질환 위주로 운영되는 병원을 시범사업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정상적인 선택이라 하기 힘들다"

포괄수가제 시범사업이 흉부외과 영역에서도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이사장 김웅한)가 이에 대한 반대 입장문을 21일 발표했다. 

포괄수가제는 동일 질환 환자 간 편차가 매우 적고 이를 치료하는 병원 및 의사 간 치료법과 병원 설비 및 의사들의 술기 차이가 거의 없어야 한다는 점이 전제돼야 하지만, 흉부외과 영역은 이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학회는 "같은 병기의 폐암 환자를 같은 흉부외과 의사가 수술해도 환자 나이, 다른 장기의 상태, 늑막의 유착 여부, 암조직의 주위 침범 상태, 수술 후 폐기능 상태에 따라 수술 술기 및 시간 그리고 예후가 크게 다르다"며 "환자 간 난이도 차이는 현재 질병 분류표에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 또 흉부외과 수술에 필요한 장비는 물론 수술 전 진단 및 수술 후 처치를 위해서도 많은 장비가 필요한데 이 또한 병원 간 차이가 작지 않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흉부외과 영역에서 무리하게 신포괄수가제를 실시하면 중증 환자 회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비교적 표준화가 잘 됐고 상대적으로 경증 질환이라는 점에서 지난 2013년 포괄수가제를 실시했던 질환조차, 이를 시행한 병원들에서 경증 환자는 많이 볼수록 도움이 되지만 중증 환자는 손해가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 대상으로 심장질환 위주로 운영되는 병원이 선정된 점도 정상적인 선택으로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시범사업이란 특정 정책을 시행하기 전 그 정책의 장단점을 파악하기 위해서 시행하는 것"이라며 "특정 질환을 치료하는 병원 중 가장 보편성을 가진, 즉 중간값에 해당되는 병원을 대상으로 해야 함은 상식 중의 상식이다. 오로지 심장수술만, 그것도 단순 심장질환 위주로 운영되는 아주 예외적인 병원을 시범사업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결코 정상적인 선택이라고 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이어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을 하기 전 각 질환의 분류 및 환자 상태 파악의 기준과 치료 과정의 난이도에 대한 객관적이며 세부적인 분류체계의 확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절한 표준화 작업이 완성된 후 가장 보편적인 위치에 있는 병원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행해, 오류나 미비한 점이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정상적인 순서라는 지적이다.

학회는 "현재와 같이 분류체계가 미비해 표준화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범사업을 강행한다면, 분류체계의 부적절함으로 인해 중증 환자나 희귀질환 환자가 적정 진료를 받지 못하게 된다"면서 "상식에 어긋난 시범사업 대상선정으로 인한 데이터의 왜곡 역시 불가피하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이런 이유로 시범사업을 반드시 그리고 즉시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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