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과 전공의 관련 현안 두고 간담회 열어…EMR 셧다운제 불법의료행위 형태 공감
복지부 차원 전수조사 진행 중…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문제점 등도 다룬 것으로 알려져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해 수련병원 수십 곳에서 사용되고 있는 EMR(전자의무기록) 셧다운제가 전공의법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EMR 셧다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즉각 폐지를 요구한 전공의들의 외침에 일정 부분 답변을 남긴 것이다.

복지부 박능후 장관을 비롯해 의료자원정책과 등 실무진 여럿과 대한전공의협의회 집행부는 최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박능후 장관은 대전협으로부터 전공의를 둘러싼 현안과 이슈를 직접 청취했다.

특히, EMR 셧다운제와 관련해 현재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며 전공의법을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용되는 것은 도입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에 공감했다.

EMR 셧다운제는 수련병원에서 전공의들의 수련시간을 준수하기 위한 방안으로 도입했으나, EMR이 차단되도 타인의 아이디를 사용하는 일이 만연해지면서 대리처방과 같은 불법 의료행위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대전협은 성명서를 통해 70%가 넘는 전공의가 '근무시간 외 본인 아이디를 통한 EMR 접속 제한이 있거나 불가능하다', '타인의 아이디를 통한 처방 혹은 의무기록 행위를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즉, 전공의 대부분은 대리처방이 의료법 위반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본인의 아이디가 차단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타인의 아이디를 이용해 처방기록을 입력하고 있다고 토로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아이디 공유 실태를 수련기관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대해 '대부분의 교수진이 알고 있고 암묵적인 합의가 있다'고 답한 경우가 절반에 가까웠다는 점이다.

당시 대전협은 "EMR 셧다운제가 전공의의 근로 및 수련환경을 개선시키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전공의에게 불법행위를 조장하고 있다"며 "전공의가 실제 근무하는 시간과 무관하게 마치 전공의법이 명시하는 근로시간 조항을 준수하고 있다고 보고되는 작금의 사태를 낳게 한 원인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로고
대한전공의협의회 로고

다시 말해 전공의법을 회피하기 위해 의료법을 위반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것.

이에 대전협은 박 장관에게 해당 문제를 직접 전달하기에 이르렀고 박 장관이 이 같은 폐해가 존재한다는 부분을 인지하고 공감하게 된 것이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손호준 과장은 "EMR 셧다운제와 관련해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이 자체가 불법인지 합법인지에 대한 규정이 없지만 전공의법 회피 수단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는 점은 인지하고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장관과의 간담회에 참석했던 대전협 박지현 회장은 "박 장관이 EMR 셧다운제 전수조사에 힘을 실어주겠다고 언급했다"며 "전공의법을 지킬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들이 음지에서 남의 아이디로 처방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박능후 장관과 대전협은 EMR 셧다운제 외에도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문제점 △전공의 수련비용 정부지원 확대 △연차별 수련교육과정 마련의 중요성 △전공의 폭력 방지 등의 현안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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