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A 2019] 서울아산병원 강덕현 교수, 16일 대동맥판치환술 '최적' 시기 발표
조기 적극적 AVR, 수술 또는 심혈관 사망률과 모든 원인 사망률 낮춰
강 교수, 무증상 대동맥판막협착증 대한 세계 첫 치료 가이드라인 제시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최근 수술의 발전으로 인해 무증상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서 대동맥판치환술(AVR)로 보수적으로 표준 치료로 관리하는 것보다 조기 단계(early stage)에 수술하는 것이 사망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강덕현 교수(심장내과)는 16일(현지시각)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미국심장협회 연례학술대회(AHA 2019)에서 RECOVERY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서울아산병원 강덕현 교수(심장내과)가 2019 미국심장학회 학술대회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강덕현 교수(심장내과)가 2019 미국심장학회 학술대회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동시에 이번 '무증상 대동맥판막협착증에서 조기수술과 표준 치료의 비교(Early Surgery Versus Conservative Care for Asymptomatic Aortic Stenosis)' 연구는 17일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실렸다. 

대동맥판치환술(AVR)가 증상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symptomatic severe aortic stenosis)에 대한 유일한 효과적인 치료법이지만 무증상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에서 AVR에 대한 최적의 시기는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특히 무증상 환자에서 급사 예방의 잠재적 이점은 AVR의 위험보다 크지 않을 수 있어 AVR은 증상이 발병될 때까지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 현재 가이드라인에 권고되고 있다. 

하지만 중증이라도 증상이 없다면 관찰을 하는 것과 증상이 없더라도 수술의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수술을 하는 게 환자에게 이로운 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 그동안 전 세계 심장학계에서도 명확한 기준이 없고 치료법이 불분명해 논쟁과 고민을 거듭했던 난제를 강 교수팀이 해결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수술 자체의 발전으로 인해 이런 환자군에 AVR의 이익대위험(risk-to-benefit) 비율을 변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번 연구는 고령의 대표적 질환인 대동맥판막협착증 중에서 증상이 없는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에서의 치료법을 제시한 것으로, 증상이 없다고 '관찰'만 하기보다는 '조기 적극 수술'로 치료지침을 정립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강 교수팀은 2010년 7월부터 2015년 4월까지 판막 입구가 0.75㎠ 이하로 좁아져 있어 중증이지만 증상이 없는 무증상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 145명에 조기 수술과 기존 치료를 비교·분석한 전향적 다기관 오픈라벨 무작위 임상연구인 RECOVERY를 진행했다. 

이 연구에는 20~80세이면서 무증상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앓고 있는 환자가 포함됐다.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은 AVA≤0.75cm2 최고 대동맥 제트 속도(peak aortic jet velocity)가 ≥4.5m/s이거나 평균 대동맥 그라디언트가 ≥50mmHg로 정의됐다. 참가한 환자는 이전 심장수술을 받지 않았고 조기 수술받을 수 있는 대상자였다. 

또 좌심실 박출률(LV ejection fraction)이 50% 미만인 환자와 중등도~중증 대동맥판역류 혹은 승모판막질환이 있는 환자는 제외됐다. 운동성호흡곤란, 실신, 협심증을 보이는 증상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도 제외됐다.

연구진은 환자 73명을 조기 수술을 받게 하거나(조기군) 혹은 표준 치료(대조군)를 받도록 1:1로 무작위 배정했다. 조기군에 AVR은 배정 2개월 후 수술됐으며, 대조군은 현재 가이드라인으로 치료받고 증상을 보이거나 좌심실 박출률이 0.50 미만 혹은  최고 대동맥 제트 속도가 0.5 m/s/year 이상일 때 AVR을 받았다. 

두 군간 베이스라인 특징은 유사했다. 조기군 평균 나이는 65세, 대조군 평균 나이는 63세였다. 조기군 51%는 남성, 대조군 47%가 남성이었다. 이 외 당뇨병, 고혈압, 이전 뇌졸중 병력 등도 비슷했다. 

1차 종료점은 수술 관련 사망 또는 심혈관 사망으로 복합적으로 정의됐다. 2차 종료점은 모든 원인 사망이었다. 조기군은 6.2년(중앙값) 추적관찰하고 대조군은 6.1년(중앙값) 추적관찰했다. 

그 결과, 조기군 94.5%(69명)가 무작위 배정 2개월 후 수술을 받았고, 대조군 72.2%(52명)가 추적관찰 기간에 증상이 나타나 선택적 혹은 시급 수술을 받았다. 조기 혹은 말기 수술을 받은 환자 중 수술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없었다. 

모든 환자 상대로 진행한 ITT(intention-to-treat) 분석 결과, 조기군 1.4%(73명 중 1명)와 대조군 15.3% (72명 중 11명)이 심혈관계 관련 이유로 사망했다(HR 0.12, 95% CI 0.02~0.72, P=0.020). 

또 조기군에서 4년 또는 8년에 1차 종료점 도달률은 1.4%였지만 대조군에서는 4년 시점에 5.7%, 8년 시점에 25.5%였다(P=0.003, 로그 순위법).

아울러 모든 원인 사망은 조기군 6.8%(5명)에서 나타났고, 대조군 20.8%(15명)에서 발생했다(HR 0.33, 95% CI, 0.12~0.90, P=0.030). 

4년, 8년 시점에서도 모든 원인 사망은 대조군보다 조기군에서 유의미하게 낮았다(4년 시점 4.1% vs. 9.7%, 8년 시점 10.2% vs. 31.8%, P=0.018, 로그 순위법). 또 대조군의 급사 발생률은 진단 받은 후 4년 내에는 4.2%, 8년 내에서 14.2%로 나타났다. 

강 교수는 "RECOVERY 임상연구는 조기 선점 AVR에 대한 증거를 제공한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판막 입구가 0.75㎠이하로 좁아진 무증상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에서는 표준 치료보다 2달 내 조기 수술을 하는 것이 사망률을 현격히 줄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NEJM에 이번 논문이 등재됨에 따라 그동안 불명확했던 치료 방침으로 의학계에서도 고민을 거듭했던 무증상 대동맥판 협착증 환자를 위한 최선의 치료법이 제시되었다"며 "증상이 없다고 간과하지 말고 심장초음파 등을 통해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진단받았다면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한편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선진국에서 최근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심장판막 질환으로 인구 고령화에 따라 유병률이 증가하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이다.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에서 대동맥판치환술은 가장 효과적인 표준치료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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