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찾지 못하는 심방세동 환자, 스마트 모니터링 "시급"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원격 모니터링으로 알려진 '스마트 모니터링'이 부정맥 치료에 특히 심방세동 진단에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심방세동은 전통적으로 기회검진(opportunistic screening)이나 맥박, 심전도 등으로 진단한다. 하지만 증상이 간헐적으로 발생하거나 없을 때가 많아 검진이 쉽지 않다. 이에 숨겨진 심방세동 환자를 찾아 진단율을 높여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중지가 모인다.

대한부정맥학회 김영훈 초대회장(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은 1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11월 11일 하트 리듬의 날 및 비전선포식'에서 "부정맥 분야에 스마트 모니터링을 적용하면 모두에게 유리한(win-win) 상황이고 질환 중 제일 이득을 볼 수 있다"며 "환자가 새로운 의료 기술을 통해 혜택을 볼 수 있는 분야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각지대에 놓여 현재는 굉장히 엄중한 시기에 있다"고 밝혔다.

대한부정맥학회 김영훈 초대회장(고대병원 순환기내과)은 1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11월 11일 하트 리듬의 날 및 비전선포식'에서 발표하고 있다.
대한부정맥학회 김영훈 초대회장(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은 1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11월 11일 하트 리듬의 날 및 비전선포식'에서 발표하고 있다.

이어  "스마트 모니터링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라며 "스마트 진료를 할 수 없어도 스마트 모니터링이라도 먼저 도입하는 게 시급하다"고 피력했다.

비정상적인 심장의 리듬으로 인해 맥박 혹은 박동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는 것을 일컬어 부정맥이라고 하는데 그 종류가 다양해 증상이 없고 장애를 주지 않아 치료가 필요 없는 경우도 있으나 적절한 응급처치를 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그중 심방세동은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의 일종으로, 뇌졸중 위험을 5배, 치매 위험을 2배 높이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최근 10년 사이 심방세동 유병률이 2배가 넘게 늘었다. 이대로면 2060년에 전국민 20명 중 1명은 심방세동 환자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부정맥은 뇌졸중 등 심각한 합병증뿐만 아니라 심하면 급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평소 질환에 대한 이해와 예방 및 관리가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필수적인" 도구인 스마트 모니터링을 사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스마트 모니터링은 가정이나 원격 지역과 같은 기존의 임상 환경 밖에서 환자를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로,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숨은 심방세동 환자를 찾을 수 있는 하나의 솔루션이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 맥박을 24시간 동안 모니터링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iRhythm Technologies사의 Zio XT 패치, 스카이랩스사의 반지 형태인 CART(Cardio Tracker), 애플사의 애플워치 기기들이다. 웨어러블 기기가 심방세동을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들이 발표된 바도 있다. 

(왼쪽부터) iRhythm Technologies사의 Zio XT 패치, 애플사의 애플워치 4, 스카이랩스의 CART 반지. (사진 출처: 각 사 홈피).
(왼쪽부터) iRhythm Technologies사의 Zio XT 패치, 애플사의 애플워치 4, 스카이랩스의 CART 반지. (사진 출처: 각 사 홈피).

학회 오동진 급사위원회 고문(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순환기내과)에 따르면 의사와 환자 간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한다. 오 고문은 "과거에는 암에 걸려 약물, 수술 등 제한된 옵션에서 고르는 경계를 넘어서서, 어떤 진단 도구(tool)를 사용해 다음 단계 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의사와 환자가 같이 결정하는 환자 중심 의료 시대다"고 말했다.

이런 환자 중심 의료 시대에서 부정맥을 관리할 수 있는 애플워치 등의 다양한 스마트 기기들이 필수적이다는 게 학회의 주장이다. 

학회 최종일 총무이사(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는 "애플워치를 포함해 원격 모니터링 등이 부정맥 진단에 필요한 것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혜택을 받지 못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 총무이사에 따르면 신제품 도입 지연의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신기술 가치를 증명하기 위한 까다로운 임상 자료 제출 요구 조건과 부정맥 분야의 빠른 신제품 개발 도입 속도다. 제품허가 및 급여작업 시작할 때 요구되는 임상 자료 수준을 맞추기 전에 이미 의료 선진국들은 다음 세대 제품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 

또 현행 급여권 내에서 신기술의 추가 가치를 인정받기 힘들다고 최 총무이사가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특히 의료 선진국대비 80~90% 수준의 급여가 인정되고 예상되는 급여가 현저히 낮아 도입 포기 또는 보류 결정할 상황이 많다고 최 총무이사가 덧붙였다.

최 총무이사에 따르면 스마트 기기 도입 지연으로 인해 최상의 시술 공급의 제한, 국민의 의료 질 저하, 치료로 환자 안전 및 치료 성공률 개선에 부정적 영향으로 인한 장기적 국가 부담 증가, 신제품 관련 부정맥 연구 역량 저하 및 한국 부정맥의 국제적 위상 저하가 된다.

아울러 김 초대회장은 "부정맥 분야는 노동집약적인 부분이라서 대학병원 의사들이 번-아웃(burn out) 증상을 느끼고 있다"며 "가장 노동집약, 기술집약적인 부정맥 분야에서 세계적인(world class) 업적을 내고 있지만 나라 측에서 너무 안 도와준다"면서 "원격진료 데이터도 없고, 원격의료 기능을 탑재한 기기들도 사용 못 하게 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학회 최기준 부회장(울산대병원 순환기내과)은 " 스마트 진료와 원격 모니터링을 따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 진료가 어려우면 스마트 모니터링을 먼저 할 필요가 있다"며 "관상동맥질환 등 심장질환은 검사하면 알 수 있지만, 부정맥은 증상이 일어나는 그 순간에 검사해야 하므로 이런 증상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모니터링 기기들이 많은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안 돼 국민들이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