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M-1 임상 3상 결과, 디페리케팔린 12주 치료 시 소양증·삶의 질 개선
미국신장학회 연례학술대회(Kidney Week 2019)에서 임상 3상 공개

▲미국신장학회 연례학술대회 홈페이지 캡쳐.
▲미국신장학회 연례학술대회 홈페이지 캡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혈액투석 환자가 흔히 겪는 '요독성 소양증(가려움증, 이하 소양증)'을 개선할 수 있는 신약이 등장했다.

소양증이 있는 혈액투석 환자는 디페리케팔린(성분명 difelikefalin, 제품명 코수바, 개발사 미국 카라 테라퓨틱스)으로 치료받으면 12주 째 소양증 증상이 완화됐고 삶의 질도 높아졌다.

KALM-1로 명명된 이번 임상 3상 결과는 5~1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신장학회 연례학술대회(Kidney Week 2019)에서 공개됐다.

말기 신질환 환자의 약 40%는 소양증을 겪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이를 치료하기 위해 승인된 약물은 베나드릴(성분명 diphenylhydramine) 등 항히스타민제가 유일하다.

자외선 치료가 소양증 개선 효과가 있지만, 환자는 매주 3회 받는 혈액투석보다 자외선 치료를 우선으로 두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디페리케팔린은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개발된 카파 오피오이드 수용체 작용제(kappa opioid receptor agonist)로, 약물 남용과 의존성을 유도하는 뇌의 뮤(mu) 수용체에 작용하지 않아 약물 남용 가능성이 없다.

다기관 이중맹검 무작위 대조군 연구로 진행된 이번 임상 3상에는 미국 56곳 의료기관에서 377명 환자가 모집됐다. 이들은 만성 콩팥병과 관련된 소양증을 겪고 있었다.

전체 환자군은 무작위 분류 전 다른 약물을 투약하지 않는 기간인 도입기(run-in period)를 7일 동안 가졌다. 이어 디페리케팔린 0.5㎍/kg을 매주 3회 정맥주사한 군(디페리케팔린군)과 위약군에 1:1 무작위 분류돼 12주간 치료받았다. 디페리케팔린은 체내에 2~3일 동안 머무르다 투석 시 제거되기에, 투석 후 약물을 재투약하도록 했다.

12주째 최악의 가려움증 수치평가척도(Worst Itch Numeric Rating Scale, WI-NRS)를 조사한 결과, 등록 당시보다 3점 이상 개선된 환자군은 디페리케팔린군이 51%로 위약군(28%)보다 유의하게 많았다(P<0.001).

4점 이상 개선된 환자군도 디페리케팔린군 39%, 위약군 18%로 그 비율은 2배가량 차이가 벌어졌다(P<0.001). 

삶의 질 역시 디페리케팔린군이 유의하게 개선됐다. 가려움증 척도인 5-D Itch Scale 평가 결과, 디페리케팔린군이 위약군보다 35% 더 개선됐고(P<0.001), 기분·정서적, 사회·기능적 영역 등을 평가하는 Skindex-10 조사 결과도 디페리케팔린군이 위약군 대비 43% 더 의미 있게 좋았다(P<0.001). 

이상반응으로 디페리케팔린군에서 일시적인 설사, 현기증, 구역 등이 보고했지만 두 군간 이상반응 프로파일은 유사했다. 

연구를 진행한 미국 노스웰헬스 Steven Fishbane 박사는 "그동안 소양증을 개선하고자 진행됐던 대다수 연구 결과는 부정적이었다"면서 "이번 연구에 따라 소양증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고 내약성이 좋은 치료제를 갖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어 "디페리케팔린이 승인되면 많은 혈액투석 환자에게 중요한 치료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혈액투석이 끝난 후 디페리케팔린을 투약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투석 후 약물을 투약하면 다음 치료 전까지 약물 효과가 지속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오클라호마대학 보건과학센터 Pascale Lane 교수는 "소양증은 혈액투석을 받는 많은 환자에게 중대한 문제로,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디페리케팔린은 이러한 환자를 대상으로 증상 개선 효과를 확인한 첫 치료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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