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대 나흥식 교수(생리학교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위촉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나흥식 교수(생리학교실).
고려의대 나흥식 교수(생리학교실).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내년 2월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는 고려의대 생리학교실 나흥식 교수는 최근 기초의학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제2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으로 위촉됐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국가과학기술의 혁신을 위해 설치된 대통령 직속의 헌법기관으로 자문회의와 심의회의로 구성된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법에 따라 과학기술분야 최고 심의기구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대통령이 의장을, 염한웅 포스텍 교수가 부의장을 맡고, 과학기술 관련 교수를 중심으로 한 9명의 민간위원과 정부의 5개 부처 장관 및 과학기술보좌관으로 구성된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 심의회의는 국가 과학기술 분야 정책과 R&D 예산 20조원을 어떻게 집행할 것인지를 의결한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으로 위촉된 '강의 왕' 나흥식 교수를 만나봤다.

나흥식 교수는 "기초의학 연구 교수 중에는 처음으로 자문회의에 참여하게 됐다"며 "순수 기초의학을 무시한 산업화는 사상누각에 그칠 수 있다는 정부의 시각에 따라 기초의학이 참여하게 된 것 같다"고 위원으로 위촉된 의미를 설명했다.

하지만, 나 교수는 "기초의학이 중요하지만, 임상의학도 함께 자문회의에 포함됐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의학은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의 양날개가 있어야 완전해 질 수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2017년 전국 대학교수 중 '강의 왕'에 오른 나흥식 교수는 내년 2월이면 정든 강단을 떠나게 된다.

그가 강의 왕으로 등극한 교수법의 노하우는 스토리텔링에 있다.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서 시작된 그의 강의법은 학생들의 뇌가 강의 내용을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억지로 그들의 뇌에 지식을 구겨 넣는다고 수용되지 않는다"며 "뇌의 자물쇠를 열고 강의 내용을 넣으려면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강의 도중 학생들이 질문을 하고, 강의를 간섭하게 되면 그 강의는 성공한 것"이라며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고 웃을 수 있다면 강의는 어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생들이 서로 경쟁하는 교수법은 사용하지 않는다"며 "팀 바탕 학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현재 고대에서도 이런 교육법이 많이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한 팀을 이뤄 하나의 과제를 완성하는 팀 바탕 학습은 팀원들 중 한명의 희생으로 학점이 주어지지 않는다.

제출된 과제는 각 학생들이 과제에 대해 구두로 나 교수의 질문을 받고, 그 질문에 정확하게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팀원 중 한명이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경우, 대답하지 못한 학생의 점수가 팀 전체의 점수가 된다는 것.

대답에 실패한 학생은 팀원들에게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각각의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서로 멘토와 멘티가 되어 과제를 완성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 결과, 무임승차 없이 각 학생들이 서로 경쟁이 아닌, 협력을 통해 하나의 과제를 완성할 수 있게 된다.

그는 만성통증 연구에 평생을 바친 인물이다.

만성통증 연구의 대가로 올라서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쥐꼬리'이다.

미국에서 유학할 당시 쥐의 발바닥에 통증을 가해 통증의 메카니즘을 규명하는 동물모델 연구가 진행 중이었다.

그 동물모델을 국내에 들여와 연구하던 나 교수는 실패를 거듭했다.

미국에서는 가능했던 쥐 발바닥 통증 연구가 국내에서 되지 않아 고심하던 나 교수는 '쥐꼬리'에 신경을 손상시켜 연구를 진행하면서 만성통증의 실마리를 찾게됐다.

그는 "미국 쥐는 발바닥에 신경 손상을 가해 통증 메카니즘을 규명할 수 있었는데, 한국 쥐는 그대로 재연이 안됐다"며 "대안으로 생각한 것이 쥐꼬리 신경 손상에 따른 통증 메카니즘을 규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내가 쥐꼬리만 잡고 연구하다 보니 월급도 쥐꼬리만 하다고 우스갯소리를 자주 한다"고 너스레웃음을 띈 나 교수는 정년 퇴임 이후 더 바쁜 나날을 보낼 예정이다.

그는 "내년 2월 퇴임 이후 강연이 계속 이어질 것 같다"며 "서초구청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강연하게 된다. 서초구청 이외에도 다양한 곳에서 강의 부탁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후학 양성의 자리에서는 물러나지만,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더 넓은 주제를 가지고 강의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편, 그는 그동안 강의했던 내용을 담은 '생물학적 인간'을 'What am I?라는 제목으로 서적을 발간한 바 있다.

'What am I?'는 인류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과학적인 시각으로 풀어냈다.

인공지능 시대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와, 인간만이 흰자위를 갖고 있는 이유, 직립으로 얻은 것과 잃은 것, 외할머니가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유 등을 과학과 인문학, 교양의 경계를 넘나들며 흥미롭게 풀어냈다.

그는 1981년 고대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박사를 마친후 1990년부터 생리학교실 교수로 부임해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고대 우수 강의상인 ‘석탑강의상’을 18차례 수상했으며, 2017년 중앙일보가 선정한 전국 대학교수 ‘강의왕’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대한생리학회 이사장, 한국뇌신경과학회 회장, 한국뇌연구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감각신경의 병태생리’에 관한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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