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정윤식 기자
취재부 정윤식 기자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폭행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되지 않는 행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느 누가 행했든 법에서 엄격하게 다루는 것이고 사회적으로도 지탄을 받는 것이다.

전공의 폭행 사건이 또 발생했다.

부산의 한 대학병원 지도전문의의 상습적인 구타와 욕설을 참지 못한 전공의들이 형사 고소를 하면서 해당 사건의 구체적인 정황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가해 교수는 당당했다.

'신고하고 싶으면 신고하라'며 전공의들을 압박했고, 그의 지시(?)대로 전공의들은 신고를 했다.

이 사건은 앞으로 병원 측의 자체적인 조사와 법정 다툼이 남아있지만 이 지점에서 핵심은 이를 바라보는 의료계의 시선이다.

우선, 전공의들의 분노는 말할 것도 없다. 그들은 폭행에 노출돼 있는 약자이기 때문이다.

이어 일선 교수들 또한 전공의 폭행 사건에 혀를 차고 있다.

전공의법으로 인해 전공의의 지위가 예전보다 많이 향상된 시기인 데다가, 환자 안전을 위해서라도 전공의 폭행은 예전보다 많이 줄고 있는 추세인데 시대를 역행하는 행동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수도권 수련병원의 한 교수는 "폭행이 줄어들었다는 것이지 없어졌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지만 "전공의를 폭행하고 있는 가해자를 한심하게 보는 시선도 늘었다"며 선을 그었다.

이 같은 의견은 교수별로 표현의 차이는 있었으나 큰 틀에서 대동소이한 분위기다.

즉, 전공의 폭행이 근절되지는 않았지만 이를 지켜보는 따가운 시선의 변화는 이미 내부에서부터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나 수련병원은 폭행 근절을 위해 지속적인 시스템 변화와 규정, 법률, 정부의 지원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결론 짓겠지만 기자 개인적으로는 분위기 변화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싶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문제 해결 못해

고착화 된 하나의 문화가 변화되려면 적절한 지원과 규제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 

그러나 소위 '변화의 바람'이 불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으로도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

폭행이 당연시 되는 분위기가 폭행이 손가락질을 당하는 분위기로 조금씩 옮겨 간다면 관련 정책과 규제의 효과가 곱절로 늘어나는 것은 당연지사다.

군기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폭행이 난무하던 조직을 꼽아보라면 군대가 있다.

지금의 군대 문화는 하급자에게 폭행을 가한 상급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규칙 제정 이전에 '우리도 바뀌자'라는 내부 의지로부터 시작됐다.

특히, 폭행을 당했던 피해자들이 폭행을 행하는 가해자로 변모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과감히 끊어버리면서 탄력을 받았다.

안타깝지만 아직도 전공의들을 바라보는 시선 중에 '나 때는 안 그랬는데 요즘 것들은 참…'이라며 말끝을 흐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요즘 것들'은 2019년 현재에만 살고있는 것이 아니라 10년 전, 20년 전, 50년 전에도 존재하지 않았을까.

이번 부산지역 전공의 폭행 사건을 두고 한 교수는 '독버섯'이라는 표현을 건넸다.

우리는 지금 전공의 폭행이 '독버섯'인 시대에 살고 있다. 뒤쳐지기 전에 시시각각 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인정하고 적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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