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노인의료,차이는 디테일에 있다
2 하츠다이재활병원·카스미케어그룹을 가다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대한요양병원협회 일본 연수단이 지난달 24일 방문한 도쿄 지역의 하츠다이재활병원과 25일 견학한 가와고애시 소재 카스미케어그룹은 대도시 재활전문병원의 역할과 중소도시의 지역중심 의료복지복합체의 전형을 보여주는 일본의 대표적 재활요양기관들이다.

하츠다이재활병원 스기하라 히데카츠 병원장은 일본 재활병원 및 시설협회의 재활치료 표준화 매뉴얼 제작에 참여했으며, 일본 재활치료의 방향성을 고민하고 있는 인물이다. 

카스미케어그룹 사이토 마사미 이사장은 일본 재활병원 및 시설협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의료법인 신세이카이 카스미가세키 미나미병원 이사장으로 일본 노인의료복지체계를 실질적으로 구축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하츠다이재활병원은 병원보다는 갤러리를 연상케하는 인테리어로 병원을 꾸몄다
하츠다이재활병원은 병원보다는 갤러리를 연상케하는 인테리어로 병원을 꾸몄다

# 정책 변화의 진원지
 환자의 빠른 회복 돕기 위해
 수가 포기한 채 
 공간 가리지 않고 재활치료
‘일상생활동작’ 개선효과 입증하자
 치료실 이외 치료도 수가 인정

# 지역 없이 의료는 성립하지 않는다
 중소도시 병원은 재활서비스·장기요양 거점
 환자 중심 지역연계서비스 구축
‘연결고리’ 역할하는 의료사회복지사 중요

# 대도시 재활전문병원 ‘하츠다이’
하츠다이재활병원은 지하 1층, 지상 8층 규모로 도쿄도청 뒤편에 자리하고 있다. 병원을 들어서는 순간, 재활병원이라는 이미지보다 자그마한 갤러리에 들어온 듯한 아늑한 실내 분위기가 어렵고 힘든 재활치료를 해야 하는 환자들의 부담감과 불안함을 덜어주는 듯했다. 연수단은 1층 로비를 거쳐 환자들이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3층 병동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3층 병동 분위기는 낯설었다. 의사 진료실과 간호스테이션 등 한국에서 일상적으로 보아온 공간은 보이지 않고 누가 의사인지, 간호사인지, 치료사인지 구분할 수 없는 통일된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탁 트인 한 공간에 모여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또, 재활치료실 및 작업치료실 등에는 재활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모습이 많지 않았다.

‘의사는 어디에 있을까? 간호사는? 환자들은 모두 어디에 있지?’ 이런 질문들이 머릿속을 헤집고 있을 때 쯤, 스기하라 히데카츠 병원장이 궁금증을 풀어줬다. 

스기하라 병원장은 "일본 재활병원은 병원 건물 전체가 재활치료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환자가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재활치료실 및 작업치료실에서만 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가 생활하면서 접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활동에 대해 병원의 모든 공간에서 재활치료를 위해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도 3년 전까지는 치료실에서만 재활치료를 해야 수가가 인정됐다"며 "하지만 의료진은 환자들의 빠른 회복을 위해 수가 없이 치료실 이외의 공간에서 재활치료를 실시했다"고 했다.

그 결과, ADL(Activities of Daily Living, 일상생활활동) 향상이라는 성과를 얻었고 그 결과물을 정부에 제시해 일본 정부도 그 데이터를 믿고 수가를 확대했다는 것이 스기하라 병원장의 설명이다.

스기하라 병원장은 "현재는 병원 건물 밖의 재활치료에도 수가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재활치료실 이외의 공간에서 진행되는 재활치료에 대한 인식 변화와 수가 조정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하츠다이재활병원은 환자가 발병 이후 가능한 한 빠르고, 집중적으로 재활을 실시하고 있으며,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에 의한 재활서비스를 365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재활환자들이 가장 많은 활동을 하는, 기상시간부터  아침식사 시간까지, 저녁식사 시간부터 취침할 때까지의 시간대에 맞춰 모닝케어와 이브닝케어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생활동작재활이 공백 없이 관리될 수 있도록 직원들을 집중 배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 재활 목적은 일상생활로의 복귀
'재활의 목적은 일상생활로의 복귀'라는 비전을 가지고, 가정복귀 후 생활을 재현한 병동생활재활을 통해 환자의 재활 훈련 성과를 효과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하츠다이재활병원은 일반 재활병원과는 다른 시스템으로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기존의 팀 의료는 의사를 중심으로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들이 각 직역의 역할만 분절적으로 수행해 왔다. 

하지만 하츠다이재활병원은 회복기 재활병동에 적합한 팀 접근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병동전담체제로서 의사 진료실과 간호스테이션 자체가 없다.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해 전문치료사들이 병동의 한 공간을 공유하면서, 환자의 상태 정보를 나눈다. 또, 의사 가운과 간호복 대신 모든 의료 및 재활 스태프가 동일한 유니폼을 입어 통일된 유대감과 직종간 벽을 허물고 있었다.

스기하라 병원장은 회복기 재활병동의 역할에 대해 "급성기병원에서 환자를 신속히 수용하고, 적절한 의학적 관리로 합병증을 예방·치료해야 한다"며 "충분하고 집중적인 재활을 제공해야 하며, 팀접근 방식을 이용해 최대한 환자의 기능 향상과 일상생활동작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과 연계해 환자의 가정복귀를 지원하고, 환자가 유익한 삶을 구축할 수 있도록 회복기뿐만 아니라 생활기 기간도 지원해야 한다"며 "환자가 퇴원하기 1개월 전 치료사가 환자와 함께 가정을 방문해 가정의 욕조 출입이나 현관 출입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가족과 케어매니저와 상담하면서 가옥 개보수 및 개호용구의 필요성도 검토해야 한다. 환자의 퇴원 후 불안을 최소화하고, 퇴원 당일부터 재택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카스미케어그룹이 운영하는 카스미가세키 미나미병원의 재활훈련실 모습
카스미케어그룹이 운영하는 카스미가세키 미나미병원의 재활훈련실 모습

# 지역 중심 의료복지복합체 ‘카스미케어’
중소도시에서 의료복지 모델과 재가서비스 연계를 통한 환자 중심의 지역연계서비스를 구축해 의료복지복합체를 구현하고 있는 카스미케어그룹에서 한국의 요양병원들이 나아갈 방향을 엿볼 수 있었다. 

'노인에게도 내일은 있다'는 설립 이념을 바탕으로 '의료의 원점은 복지이며, 지역 없이 의료는 성립하지 않는다'라는 비전을 추구하고 있는 카스미케어그룹은 의료법인 신세이카이 산하 카스미가세키 미나미 병원을 중심으로 카스미카세키 재택 재활센터, 통소개호 케어하우스 미나미오오자카가 있으며, 사회복지법인 신세이카이 특별양호노인홈 신세이엔과 Hauskaa카스미노, 그룹홈인 아다스 아이나 등을 거느리고 있다.

연수단이 처음 접한 것은 작은 마을 풍경이었다. 병원 1층 로비에 들어서자 카페, 편의점, 갤러리, 트레이닝센터 등 작은 동네가 연상됐다. 노인 환자들이 평소 자신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카스미케어그룹 사이토 마사미 이사장은 중소도시에 있는 회복기 재활병원과 요양병원은 재활병동만으로는 지역 수요를 맞출 수 없다며, 중소도시의 병원은 재활서비스 및 장기요양의 거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 35만명의 가와고애시는 고령화가 40% 가까운 수준이다. 인구 2명 중 1명은 노인인 것이다. 이런 지역적 특성을 감안해 재활서비스를 비롯한 장기요양, 노인홈 등 의료서비스와 사회복지서비스가 통합된 복합체 형태의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구축했다.

사이토 이사장은 "대도시 재활병원은 재활치료에 집중하지만, 지역 거점 병원은 그 이후 환자의 상태 유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회복기만으로는 환자들의 요구가 만족되지 않는다. maintenance 입원을 통해 환자들이 퇴원 이후에도 1~2주 동안 재활훈련이 잘 유지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퇴원 이후의 재활치료가 유지돼야 일상생활활동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카스미가세키재택재활센터
카스미가세키재택재활센터

# 노인에게도 내일은 있다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처음 도입한 사이토 이사장은 재활치료 시스템은 대도시 재활병원과 같이 운영되지만, 재활치료 이후 노인환자들이 생활하면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카스미케어그룹이 있는 가와고애시를 사람들이 모이는 곳, 부흥하는 마을로 만들고 싶어 한다. 지역 발전 없이는 지역거점병원 역시 존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카스미케어그룹을 이용하는 노인환자의 흐름은 카스미가세키 미나미 병원을 중심으로 급성기병원에서 의뢰받은 노인환자를 재활치료하고, 재활치료가 마무리된 이후에는 재택재활센터 및 재택 서비스와 연계해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 사회복지서비스를 받은 노인환자 중 상태가 악화될 경우 다시 미나미 병원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

사이토 이사장은 의료사회복지사의 존재가 중요하다며, 이들이 없으면 병원이 존재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의료사회복지사들이 의료서비스 이외에 모든 서비스를 조정하고, 각 지역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며, 의료진이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어서다.

사이토 이사장은 "현재 일본은 지역포괄케어 병상을 두는 병원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 역시 지역포괄케어병동으로 전환하는 데 정책 방향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스미케어그룹에서 근무하는 전문치료사들은 가와고애시에서 펼치는 건강프로그램 및 사회보장협의체에 참여해 전문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사이토 이사장은 "회복기 재활병동이 있는 복합형 병원과 시설은 개호예방과 개호서비스를 지원하는 기반이 있어 종사자 간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다"며 "지역포괄케어병상은 노인환자들이 정든 지역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재택에서 긴급입원을 하는 병상"이라고 설명했다. 또 "환자가 자택 복귀 후 재가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60%에 달한다"며 "다수의 회복기 재활병동이 있는 병원은 재택생활 지원의 거점기능을 하고 있다"고 했다.

카스미케어그룹이 운영하는 재택재활센터는 지역주민들에게 동호회 활동과 교류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다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으며, 지역주민들을 위한 통소재활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과거 동네 슈퍼마켓이었지만, 폐쇄된 건물을 리뉴얼해 운영되고 있는 지역포괄지원센터는 지역 주민 돌봄 상담 창구로 활용되고 있어 지역 주민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사이토 이사장은 "의료복지복합체는 재활 및 커뮤니티케어, 급성기 이후 가정생활 복귀를 위한 복합적인 서비스체계를 갖춰 노인환자들의 복지생활을 중심에 두고 있다"며 "가능한 한 살던 지역에서 자신다운 생활을 통해 삶의 마지막까지 보낼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츠다이재활병원과 카스미케어그룹의 카스미가세키 미나미 병원의 시설과 의료기기들은 한국의 수준과 비슷했다. 하지만, 시설을 떠나 의료인들과 전문치료사들이 노인환자를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에서 차이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환자 1명의 재활치료를 위해 의료진 및 전문 치료사 등 전 스태프가 함께 고민하고,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치료에 매진하고 있다. 

일본의 두 기관은 환자를 위한 디테일한 부분까지 고민하고, 환자입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환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최우선 사항으로 고민해 치료방향을 잡고 있었다. 또, 그들은 정부의 재활 및 노인의료 정책에 끌려가지 않고 환자를 위해 임상현장의 데이터를 선제적으로 축적해 정책 변화를 선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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