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골대사학회 추계학술대회', 대한골대사·노인병·근감소증학회 공동 심포지엄 개최
분당서울대병원 임재영 교수 "근감소증 진단·치료 표준 진료지침 만들어야"
경희대병원 원장원 교수 "노쇠한 노인 데이터 부족…연구 활성화 필요"

대한골대사학회는 9일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31차 추계학술대회에서 대한노인병학회·근감소증학회와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해다. 분당서울대병원 임재영 교수는 'Sarcopenia : Time to create a clinical care standard in healthcare system'에 대해 발표했다.
▲대한골대사학회는 9일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31차 추계학술대회에서 대한노인병학회·근감소증학회와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해다. 분당서울대병원 임재영 교수는 'Sarcopenia : Time to create a clinical care standard in healthcare system'에 대해 발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10년 후 국내 65세 이상 고령자가 인구의 25%를 차지해 한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노인성질환 환자를 진료하는 전문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대수명이 늘면서 일생에서 질병으로 고통받고 지내야 하는 시간인 건강수명도 길어지고 있어서다. 2018년 대한노인병학회 팩트시트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4세이지만 이 중 질병으로 고통받는 시간은 17.5년이다.

학계는 노인이 질병의 유무와 관계없이 건강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근감소증(sarcopenia)'과 '노쇠(frailty)' 관리에 주목한다. 근감소증은 노화에 따른 골격근량의 감소로 근력 저하와 함께 신체기능이 저하되는 현상이다. 노쇠는 근육뿐만 아니라 모든 장기기능이 감소한 상태를 뜻한다.

9일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대한골대사학회 제31차 추계학술대회'에서는 근감소증과 노쇠 관리전략에 대해 대한골대사학회·노인병학회·근감소증학회가 중지를 모으는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 

유럽-아시아 '근감소증' 진단에 '온도차'…표준화 필요

근감소증은 2016년 4월 미국 ICD(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10-CM에서 진단코드를 부여받은 질환이다. 근육위축증, 근소실 등 근감소증과 유사한 질병코드가 많았다는 점에서 미국의 결정에 전 세계가 주목했고, 이후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질병분류-11차 개정판에 근감소증을 포함시켰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흐름에 따라 2021년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8차 개정안에 근감소증 진단코드를 포함할 예정이다.

근감소증이 보건의료적으로 주목받는 새로운 질환이지만, 진단과정이 복잡하고 세계적으로 절단값(cut-off)이 통일되지 않은 점은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유럽노인근감소증워킹그룹(EWGSOP)은 진단과정의 복잡성 문제를 극복하고자 근감소증을 두 가지 기준으로 나눠 정의하고 있다.

근력 저하만으로 근감소증 가능성(probable)이 있으며, 이에 더해 근육량이 줄면 근감소증을 진단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Age Ageing 2019;48(1):16-31). 근력 저하만으로 근감소증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은, 근감소증을 조기에 인지하고 예방적 전략 등을 주문하기 위한 접근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근력을 측정해 근감소증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할지는 논란이 있다. 이에 올해 개정된 아시아 근감소증 진단기준(AWGS)에서는 1차 의료기관 또는 지역사회예방서비스에서 종아리 둘레 측정, 근감소증 선별 질문지(SARC-F), SARC-CalF 선별 질문지 등을 진행하고 근력을 측정하거나 신체 활동 능력 등을 평가해 근감소증 가능성을 판단하도록 했다. 유럽보다는 근감소증을 확실히 판단해 임상적인 중재가 필요하다는 데 무게를 둔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제시한 근감소증을 진단하는 절단값도 차이가 있다. 유럽은 근감소증 기능 평가로 △약력(grip strength): 남성 27kg, 미만, 여성 16kg 미만 △5회 일어서 앉기: 15초 초과 등을 제시한다.

아시아는 아시아 코호트 연구와 중재연구 등을 근거로 △약력: 남성 28kg, 미만, 여성 18kg 미만 △5회 일어서 앉기: 12초 초과 △6분 보행검사 시 보행 속도: 1.0m/s 미만 등을 주문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임재영 교수(재활의학과)는 "유럽과 아시아의 근감소증 진단 알고리즘을 표준화해야 하며, 진단 기준 절단값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며 "현재로써 우리나라는 아시아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방향으로 컨센서스를 만들면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임상현장에서 근육량과 질을 정확하게 측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근감소증 진단 및 치료가 연구 단계에만 머물러 있고 실제 임상에 적용되지 못하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근육량을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이중에너지 X선 흡수법(DEXA)은 2017년 이전에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하지 못했고, 2017년 제한적 의료기술에 포함된 후 현재 심의 중이다. 통과 여부는 올해 말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비마그루맙(bimagrumab), 마이오스타틴 항체인 'LY2495655' 등 근감소증을 치료하기 위한 신약 연구가 이뤄졌지만 임상 2상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임 교수는 "우리가 노력해야 할 점은 근감소증 진단과 치료에 대한 표준 진료지침을 만들고 권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근감소증 치료의 임상적 효능을 검증하기 위해 근거를 만들고 축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희대병원 원장원 교수는 'Why is the relation between frailty and osteoporosis so important in geriatrics?'를 주제로 강의했다. 원장원 교수는 한국노인노쇠코호트사업단(KFACS)의 총괄 책임연구자다.
▲경희대병원 원장원 교수는 'Why is the relation between frailty and osteoporosis so important in geriatrics?'를 주제로 강의했다. 원장원 교수는 한국노인노쇠코호트사업단(KFACS)의 총괄 책임연구자다.

위험인자 공유하는 '노쇠-근감소증-골다공증'

노쇠는 고령자를 '질병' 중심으로 진단하기보다는 '기능'에 관심을 둬야 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WHO는 질병의 유무와 관계없이 고령자가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으며, 질병이 있어도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면 '건강한 노화'로 보고 있다.

이에 미국은 내년 ICD-10-CM에서 노쇠에 진단코드를 부여하도록 했다. 앞서 영국 국민건강서비스(NHS)는 2017년 10월부터 1차 의료의사는 모든 노쇠 선별검사를 진행하도록 의무화했다. 정신건강, 암과 더불어 노쇠한 노인에 대한 지원이 NHS가 직면한 도전과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학계에서는 노쇠한 고령자를 관리하기 위해 노쇠 원인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그 원인으로 골다공증과 근감소증에 주목하고 있다.

골다공증과 근감소증은 위험요인을 공유하며, 근육과 뼈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호작용(cross-talk)을 한다. 이에 골다공증 치료제가 근감소증 개선에도 효과를 보인다는 보고도 나온다.

중요한 점은 골다공증 환자는 1년 후 근감소증 발생 위험이 4.75배 높다는 사실이다(Calcif Tissue Int 2019;104(3):273-284). 노쇠 진단 기준과 발생 과정을 보면 근감소가 중요한 요인이며 근감소증 환자와 노쇠 환자는 상당 부분 겹친다. 

이에 더해 경희대병원 원장원 교수(가정의학과) 연구팀이 노쇠한 성인을 대상으로 코호트 연구를 진행한 결과, 연령 보정 후 골다공증 환자에서 노쇠가 많았다. 이같은 결과를 비춰봤을 때 골다공증과 근감소증, 노쇠의 연결고리를 확인할 수 있다. 

원 교수는 "노쇠와 골다공증은 신체활동 감소, 영양 부족, 호르몬 부족 등 공통된 위험인자가 많다. 서로 밀접하게 관련됐다"며 "또 근감소증이 없는 남성 노인 골다공증 환자보다 근감소증도 동반한 환자의 골절 위험이 더 컸다. 이는 노쇠에 의해 골절 위험이 높아지는 등 건강이 더 악화됐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한국노인노쇠코호트사업(KFACS)를 진행 중이다. 전국 10곳 의료기관에서 70~84세 고령자 약 3000명을 모집해 추적관찰하고 있다"면서 "노쇠한 노인에 대한 데이터가 많지 않다. 앞으로 노쇠한 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더 진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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