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갑상선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임상 2상·3상 데이터 분석 결과 발표
독일 연구팀 "갑상선 안병증 증상 개선하는 첫 치료제"
FDA 혁신치료제·신속심사대상 지정받아…내년 3월 승인 여부 결정 예상

제89차 미국갑상선학회 연례학술대회 홈페이지 캡쳐.
▲제89차 미국갑상선학회 연례학술대회 홈페이지 캡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테프로투무맙(teprotumumab)'이 활동성 갑상선 안병증(thyroid eye disease) 환자를 타겟팅한 '최초' 치료제 타이틀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테프로투무맙의 임상 2상과 3상에 참여한 중등도~중증 활동성 갑상선 안병증 환자 데이터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안구돌출이 유의하게 감소했을 뿐 아니라 삶의 질도 개선됐다.

테프로투무맙은 인슐린유사성장인자(IGF-1) 수용체를 억제하는 인간 단일클론항체다. 앞서 발표된 임상 2상과 3상에서 긍정적인 결과지를 받으며 새로운 갑상선 안병증 치료옵션으로 국내외 의료진과 환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갑상선 안병증 치료제로 승인된 약물이 없어, 환자들은 안구돌출 또는 복시(diplopia) 등 심각한 문제가 나타나면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거나 주사로 투약한다. 하지만 고용량 스테로이드로 인한 부작용이 많이 나타나며, 치료 반응이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안와감압술 등 수술을 고려해야 상황이다. 

테프로투무맙은 이번 연구를 통해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테프로투무맙은 FDA로부터 희귀의약품, 혁신치료제이자 신속심사대상(fast-track designation)으로 지정받았다. 승인 여부는 내년 3월에 결정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를 진행한 독일 마인츠대학병원 George J. Kahaly 교수는 "테프로투무맙은 중등도~중증 활동성 갑상선 안병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위약 대조군 연구에서 24주째 안구돌출, 염증, 복시 등을 개선시켰다. 또 위약과 비교해 삶의 질도 현저하게 향상됐다"며 "테프로투무맙은 갑상선 안병증 증상을 완화시키며 안구돌출을 개선하는 첫 번째 갑상선 안병증 치료제"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달 30일부터 3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제89차 미국갑상선학회(ATA)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Abstract #6).

테프로투무맙군, 안구돌출 3.14mm 줄어…73.8%는 CAS 2점 이상 개선

연구에는 2017년 발표된 테프로투무맙의 임상 2상(N Engl J Med 2017;376:1748-1761)과 올해 미국임상내분비학회 연례학술대회(AACE 2019)에서 공개된 임상 3상에 참여한 중등도~중증 갑상선 안병증 환자 데이터가 포함됐다. 

두 임상 연구 모두 증상 발생 후 9개월 이내에 활동성 갑상선 안병증을 진단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임상 2상에는 88명, 임상 3상에는 83명이 모집됐다.

이번 분석에 포함된 환자군은 테프로투무맙군 84명, 위약군 87명이었다. 테프로투무맙군은 3주 간격으로 24주 동안 치료제를 총 8번 투약했다. 테프로투무맙군과 위약군간 성별, 나이, 인종, 흡연력, 유병 기간 등은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최종 결과, 등록 당시와 비교해 24주째 안구돌출이 2mm 이상 감소한 환자는 테프로투무맙군이 77.4%였지만 위약군은 14.9%에 불과했다(P<0.001). 24주째 안구돌출은 테프로투무맙군이 평균 3.14mm 줄었으나 위약군은 0.37mm에 그쳤다.

이와 함께 24주째 안구돌출이 유의하게 감소하고 '임상활동점수(Clinical Activity Score, CAS)'가 2점 이상 개선된 환자군은 테프로투무맙군 73.8%, 위약군 13.8%로 조사됐다(P<0.001). CAS는 눈 뒤 통증, 눈꺼풀 홍반, 눈꺼풀 부종, 결막출혈, 결막부종, 소구종창, 안구 운동 때 통증 등 7가지 증상과 징후에 각 1점을 부여하는 척도다.

아울러 등록 당시 복시가 있었던 환자군에서 24주째 복시가 1등급 이상 개선된 환자는 테프로투무맙군 69.7%, 위약군 30.5%로 그 비율은 2배가량 차이가 났다(P<0.001).

이어 테프로투무맙은 삶의 질 향상도 입증하며, 증상 개선 효과와 함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갑상선 안병증 특이적 삶의 질 평가도구(Graves ophthalmopathy quality of life score)는 등록 당시와 비교해 테프로투무맙군이 15.6점 향상됐지만 위약군은 5.9점 개선에 그쳤다(P<0.001). 시각 기능과 외양도 테프로투무맙군이 위약군보다 모두 유의하게 좋아졌다(모두 P<0.001).

이상반응은 △근경련(테프로투무맙군 25% vs 위약군 7%) △구역(17% vs 9%) △탈모(13% vs 8%) 등이 보고됐다. 

심각한 이상반응은 테프로투무맙군에서 7명(8.3%) 확인됐다. 이 중 2명은 설사와 주입 관련 반응(infusion-related reaction)이 나타났고, 치료와 관련있다고 판단돼 약물 투약을 중단했다. 위약군 중 심각한 이상반응이 나타난 환자는 1명이었다.

"스테로이드 등 다른 치료전략과 비교 연구 필요"

학술대회에서는 이번 연구가 테프로투무맙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비교 대상이 위약이라는 점에서, 테프로투무맙이 스테로이드 등 다른 치료를 대체하거나 병용요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학술대회에 참석한 그레스 아테네대학 Leonidas H. Duntas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갑상선 안병증 치료제로서 테프로투무맙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 동의한다"면서도 "위약뿐 아니라 다른 치료전략과의 비교 연구를 통해 약물 유효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Kahaly 교수는 "테프로투무맙과 다른 치료전략을 비교한 헤드투헤드(head-to-head)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다만 의료진은 스테로이드 치료 시 부작용이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후속연구와 장기간 추적관찰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테프로투무맙과 같이 설득력 있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치료제가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치료력이 없는 갑상선 안병증 환자에 이어 치료에 저항을 보이는 환자뿐만 아니라 만성 갑상선 안병증 환자를 대상으로도 테프로투무맙의 유효성을 평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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